[시시각각(時時刻刻)[] 정권이 아니라 헌법을 바꿔야 할 때다

  • 안병윤 전 경북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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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6  |  수정 2025-05-06 08:00  |  발행일 2025-05-06 제23면
[시시각각(時時刻刻)[] 정권이 아니라 헌법을 바꿔야 할 때다
안병윤 전 경북도립대 총장
또 한 번 탄핵 대선을 맞고 있다. 그러나 국가 미래를 향한 진지한 담론의 장이라기보다, 정권 교체와 정책 전환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혼란의 예고편처럼 보인다. 그간의 경험상 '글로컬 대학 30', 원전 에너지 정책, 필수 의료 확충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정책들이 극적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정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결국 국민의 삶에 혼란을 주고, 국가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대표적 사례가 원전 정책이다. 2017년 탈원전 기조에 따라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건설이 중단되면서 약 1조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이 발생했다. 이들 원전이 계획대로 가동되었다면 연간 4조~6조원 규모의 전력 생산과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교육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온 '글로컬 대학 30' 사업은 지역 대학과 산업을 연계해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장기 전략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정책 역시 축소 또는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지방 소멸 대응이라는 절박한 국가 과제조차 공허한 선언으로 끝날 수 있다.

이처럼 국가의 핵심 정책이 정권마다 흔들리는 근본 원인은 헌법 체제에 있다. 현행 5년 단임제는 대통령에게 단기성과를 강요하고, 임기 말에는 급격한 레임덕을 불러온다. 후임 정권은 전임 정권의 정책을 부정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고, 장기 비전은 무너진다. 결국 국가는 일관된 발전 전략을 가질 수 없다.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현행 헌법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개편해야 한다. 4년 중임제는 첫 임기에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국민의 평가를 거쳐 연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한다면 최대 8년간 정책의 연속성과 국가 전략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단기성과에 매몰된 정치를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로 전환이 가능하다.

아울러 에너지, 교육, 의료, 산업 등 국가 핵심 전략은 공론화 과정을 제도화해 국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 여야가 정권을 넘어 초당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정책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의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일부 각성한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 개헌 논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아주 적절한 문제 제기였다. 그러나 2017년 대선 당시와 마찬가지로 유력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 속에 다시 묻히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이런 가운데 개헌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후보의 등장은 칼럼을 통해 줄곧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필자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개헌이 다시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이를 통해 정치 체제를 바꿀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기회를 살려야 한다. 국민의 몫이다. 정치권의 책임은 더 직접적이고 크다. 정치권은 정권의 이해관계에서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개헌을 봐야만 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개헌이라는 원칙에 따라 이 시대적 책무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개헌은 단순한 권력구조 개편을 넘어, 정책의 지속성과 국가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반드시 추진하고 성공해야 할 국가의 과제이다.
안병윤 전 경북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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