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사법부의 판단, 유권자의 심판

  •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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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8  |  수정 2025-05-08 08:07  |  발행일 2025-05-08 제22면
이재명 유죄 취지 파기환송

서울고법 재판 연기로 반전

6·3 대선 드라마틱하게 전개

피고인 후보 판단 국민의 몫

투표 행위 곡진한 심판 방법
[박규완 칼럼] 사법부의 판단, 유권자의 심판
박규완 논설위원
선거는 드라마다. 늘 '드라마'란 수사(修辭)가 따라붙어서다. '식스센스급 반전 드라마' '범보수 단일화 드라마' '대선 주자의 인생 드라마' '흑색선전 막장 드라마' 따위다. 6·3 대선도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부터 극적이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반전이 일어나더니만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첫 공판 연기로 다시 반전을 연출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공판기일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이 이례적이긴 했다. '광속 진행'부터 초유다.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첫날 심리에 착수하고, 이틀 후 2차 합의기일을 잡고, 일주일 후에 선고한다? 관례를 깬 파격 또는 날림이다. 그 짧은 기간에 6만쪽이 넘는 사건기록을 꼼꼼히 살폈을까. 청주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글을 올려 "법관 재직 30여년 동안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직격했다.

공교롭게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 의견 10명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들이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최고법원답게 가뭇없이 매조져야 하는데 완결성 결여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적 명료성, 외형적 공정성이 미진했으며, 논증이 빈약하고 다원성과 비례 원칙을 간과했다. 예컨대 "조작한 거죠"란 이재명의 발언은 '사진을 조작했다'는 등의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데도 '골프를 안 쳤다'는 뜻으로 단정했다. 허위사실 공표의 유무죄를 따질 때 정치적 자유의 표현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형해화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공판기일 연기로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피선거권 박탈 우려를 씻어내면서 이 후보의 대선 완주는 상수(常數)가 됐다. 대법원이 재상고 이유서 제출 기간을 지키지 않을 거라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극단적 시나리오 예측은 빗나갔다.

이제 민감한 화두는 헌법 84조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의 '형사상 소추'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서다. 이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고 전례가 없다. 법조계·학계도 중론이나 정설이 없다. "국가수반을 형사 법정에 세우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헌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재판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판은 소추에 포함해 해석할 수 없고, 법원의 판단인 선고도 소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공존한다. 소추는 사전적으로 소송 제기 즉 기소를 뜻한다. 다만 기소는 기소 이전의 수사와 기소 후의 재판·선고를 동반하는데 형사상 소추의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하느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불소추 특권을 내세워 각급 재판부에 공판절차 중지를 요청할 게 자명하다. 이를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퇴임 때까지 공판절차가 중단된다. 재판부가 거부하면 이 후보 측에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고, 공은 헌재로 넘어간다.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해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특혜, 쌍방울 대북 송금,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결국 피고인 이재명 후보에 대한 판단은 국민 몫으로 남은 셈이다. 투표 행위 또한 피고인 심판의 정당하고 곡진한 방법이다. 유권자 표심은 어디에도 기속(羈束)되지 않으므로.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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