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진정한 포용적 국가를 위하여

  • 권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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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09  |  수정 2025-05-09 07:42  |  발행일 2025-05-09 제26면
AI 주도 제2 기계혁명 폭풍

유연성 기반 포용정책 절실

이념 도식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교육개혁 조속히 추진

국가혁신 지렛대로 삼아야
[경제와 세상] 진정한 포용적 국가를 위하여
권업 객원논설위원
요즘 우리나라 상황을 보도하는 외신을 보면 내우외환과 풍전등화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2025년 5월 현재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길은 단 한 걸음 앞도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 불확실성에 가득 차 있다. 미국 언론용어로 불확실성은 그 원인에 따라 '메인 스트리트'와 '월 스트리트'로 구분한다. 정치적 요인을 말하는 메인 스트리트로 가보면, 하룻밤 사이에 국군통수권자가 두 번 바뀌고, 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 경제사령탑이 궐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무회의조차 성원 문제가 논란이 되는 현실이다. 마치 50년대 아프리카 신생소국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경제요인인 월 스트리트로 가보면, 지금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미국발 관세폭탄은 이미 터졌지만 우리는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대행이 겨우 전화로 대화하고 이 와중에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미국 대통령 장남을 초청하여 애로를 전달하는 형편이다. 도대체 이것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모습인지 기가 찰 노릇이다. 어쨌든 빨라야 6월까지는 국가운영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아제모을루 MIT 교수는 트럼프정부는 관세전쟁을 통해 세계 질서의 흐름을 재편하려 하고 있고, 인공지능 기술발전으로 5년 뒤의 세계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이런 대변혁기에는 사고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유연성은 아제모을루 교수만이 아니라 위험관리 분야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개념이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대안으로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하늘 아래 완전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사회과학에서 어떤 이념이나 이론도 만병통치약은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시장경제 정책이든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이든 정책결정권자 앞에 놓인 선택대상일 뿐이다. 문제의 성격과 시기에 따라 가장 적합하다고 상정되는 정책을 선택해서 사회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고기를 좋아한다고 고기만 먹으면 신체 생리균형이 깨지는 것과 같다.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미국 42대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이끈 대통령이었다. 베트남 전쟁과 오일쇼크 등으로 인해 실업률과 물가가 동시에 폭등한 스태그플레이션을 폴 볼커 FRB 의장의 긴축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하며,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과 빅테크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개선에 성공한다. 큰 정부, 확장 재정정책, 복지확대를 내세운 기존 민주당 정강에 얽매이지 않고, 신자유주의 노선을 가미하여 GDP가 세계 GDP의 30%를 넘겼다. 유연성에 의한 포용적(inclusive) 정책의 결과다. 포용적 정책은 '참여적 다원주의' 정치와 '창조적 파괴'를 촉진하는 다양성의 존중과 보상이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는 이념으로부터 유연하지 못했던 탓에 노동정책 등으로 혁신부문을 포용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었다. 정책실행자들이 특정 이념이나 이론에 천착하여 국리민복의 실현수단인 정책에 특정계층에 대한 편향성을 가진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모습이 된다. 정책실행자는 학자가 아니다.

지금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제2의 기계혁명의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에 인공지능 기술에서 팔로워 포지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소득 4만 불의 유리천장을 깨고 도약하려면 현재 대한민국의 클래스에 필수적인 정책, 선도 기술의 혁신에 국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6월3일 이후 정권 담당자가 누가 될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좌파든 우파든 이념의 도식에 얽매이지 않고, 특히 포용국가로 가는 초석인 노동과 교육개혁을 조속히 추진하여 기술혁신, 나아가 국가혁신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권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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