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경선에 탈락 후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홍준표 후보가 발표장에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들이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는 단순 지지 선언이 아닌 상대 당 후보로의 '지지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국민의힘 경선 및 단일화 과정에서 빚은 파행에 대해 일부 보수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분석이다.
홍 전 시장 지지모임(홍사모·홍사랑·국민통합찐홍·홍준표캠프SNS팀등)은 이날 오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념과 사상, 진영을 떠나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시킬 사람은 이재명 후보"라고 밝혔다.
'국민통합찐홍'의 김남국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상식적으로 봐도 보수가 아니다"며 “헌법 기구에 의해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직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당이 정상적인 당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저희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자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며 “다행히 이재명 후보가 통합을 내세우고 있으니,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 후보와 공유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광역시의 동성로 거리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후보는 전날(12일) 페이스북에서 홍 전 시장을 '낭만의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이 후보는 “홍준표 선배님은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라며 “유머와 위트, 통합의 정신을 잊지 않는 진정한 정치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10일 미국 하와이로 떠난 홍 전 시장에게 “미국 잘 다녀오시라.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인사도 건넸다.
이들은 홍 전 시장 지지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국민의힘의 단일화 논란으로 인해 지지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김문수 후보가 선출된 뒤 국민의힘이 보여준 단일화 파행은 그간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보수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다만, 홍 전 시장 측 관계자는 “해당 단체들은 실체가 불분명한 외곽 조직"이라며 “지지 선언 배경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홍준표 붙잡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의 손을 잡으셔서는 안 된다. 그의 달콤한 말에 결코 흔들리지 마시라"고 썼다. 나경원 의원도 홍 전 시장을 향해 “대의를 위해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린다. 각자의 자리를 요구하고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함께 하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윤상현 의원은 홍 전 시장 지지자들을 막아달라며 호소했다. 윤 의원은 “참담하고 개탄스럽다. 보수를 자처하던 이들이 '이틀러'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다"며 “홍 전 시장님,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우국충정을 행동으로 보여주실 때"라고 당부했다.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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