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는 대구 지역 병원 의료진의 모습. 응급실 앞 복도에서 마주한 젊은 전공의들과 지도교수가 의료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영남일보 AI 제작>
대구지역 주요 병원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전공의 근무 시간 단축 시범사업'에 대거 참여한다. 수도권 중심의 의료 정책 흐름 속에서, 지방 대형병원이 수련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5년도 전공의 근무 시간 단축 시범사업' 참여기관으로 전국 69개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 47곳, 종합병원 22곳)을 확정했다. 대구에선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5곳이 포함됐다.
이 사업은 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2025년 추진 계획'의 핵심 과제다.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안전한 진료환경과 수련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사업 참여 병원은 내년 2월까지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72시간 이내, 연속근무는 24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응급상황이나 교육 목적 등 불가피한 경우 주당 8시간, 연속 근무 4시간까지 예외가 허용된다.
복지부는 인력 재배치, 스케줄 조정, 외부 인력 투입 등 병원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근무시간 단축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대구의 주요 병원들이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것은 의미가 있다. 대구는 경북권역을 아우르는 중증환자 진료의 거점지역이다. 지역 의료 인프라의 허브기능도 한다. 그만큼 의료진업무 강도도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근무시간 단축 실험에 나선 것은 지방의료도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해 전공의 수련제도 전반의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에는 현재 운영 중인 구조 전환 지원사업의 성과 평가에 근무시간 단축 실적을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종합병원에는 전공의 정원 확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측은 "과도한 업무에 지친 전공의들이 체계적으로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병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며 "지역 의료의 질도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