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몸속 ‘맹모삼천지교’, 암세포도 똑똑해진다?

  •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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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6 19:40  |  수정 2025-07-06 19:40  |  발행일 2025-07-06
우리 몸속 ‘맹모삼천지교‘, 암세포도 환경에 따라 똑똑해진다?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여러분은 아마 모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고사를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입니다. 우리 자녀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크게 달라진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좋은 환경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는 원치 않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 몸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아주 흥미로운 '환경의 힘'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암세포가 신경세포 주변에 살면 더 똑똑해지는지, 암세포의 생존 능력이 강해지고 다른 신체 부위로 퍼져나가는 '전이'(암이 처음 발생한 곳으로부터 신체 다른 곳으로 퍼지는 현상) 능력까지도 훨씬 강해진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신경세포에게 특별한 힘을 전수받은 암세포는 치료하기에 더 까다로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 미국 사우스 앨라배마 대학교의 사이먼 그렐레 박사와 텍사스 대학교 휴스턴 캠퍼스의 구스타보 아얄라 박사 연구팀은 암세포가 주변 환경, 특히 신경세포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더욱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암 연구에 특화된 동물모델과 신경세포-암세포를 함께 키우는 실험을 통해, 우리 몸의 '에너지 공장'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신경세포에서 암세포로 직접 전달됨으로써 암세포의 에너지 생산이 많이 늘어나 생존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암세포가 신경세포 근처에 있을 때 미토콘드리아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음을 확인했는데, 이는 암이 신경을 따라 퍼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기도 합니다. 또 암세포가 신경세포와 연결되지 못하게 막았을 때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줄어들고 암의 성장과 전이가 억제되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한편 암세포와 함께 배양된 신경세포는 대사 재프로그래밍을 거쳐 미토콘드리아 질량이 증가하고, 이어서 인접한 암세포로 미토콘드리아가 전달되는 것도 보여주었습니다. 즉, 암세포랑 어울린 신경세포는 스스로 힘을 키워 암세포가 더 힘이 강해지도록 돕는 것이죠. 이 연구는 '맹모삼천지교'처럼, 우리 몸속에서도 어떤 환경에서 함께하느냐에 따라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죠.


조금 더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연구는 신경과학 연구와 암 연구 간의 연관성에 관한 오랜 궁금증을 해결한 매우 중요한 발견입니다. 신경계가 암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히 어떻게 신경세포가 암세포를 돕는지 그 '소통 방식'은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바로 그 소통 방식을 찾아낸 것입니다. 신경세포와 암세포 사이에 '터널링 나노튜브'라는 아주 미세한 통로가 만들어지고, 이 통로를 통해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암세포로 직접 건너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미토콘드리아를 전달받은 암세포는 마치 '에너지 주사'를 맞은 것처럼 더욱 활성화되어, 생존력과 전이 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암세포 주변의 신경세포가 단순히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더 강해지도록 직접 에너지를 제공하는 '환경이자 조력자'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이 발견을 통해 앞으로는 암세포가 신경세포로부터 에너지를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막거나, 이미 에너지를 얻어 강해진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새로운 암 치료법이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환경이 중요하다'라는 맹모삼천지교의 지혜가 우리 몸속 세포들 사이에서도 통용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향기박사에게 흥미로웠던 점은, 신경세포가 암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전달하여, 암세포가 극한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지혜와 힘을 얻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생물학적으로 자녀의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엄마로부터 유래하고, 미토콘드리아 DNA(mtDNA)는 모계 혈통을 통해 대대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고고학이나 인류학에서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해 인류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를 합니다. 맹자 어머니의 지혜로 맹자가 바른길을 찾고 성공했듯이,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인류의 숨겨진 이동 경로가 밝혀지듯이, 이번 연구는 신경세포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암세포가 더 강해지는 사실과 신경을 따라 신체 멀리 퍼지는 암의 전이 경로를 밝혔습니다. 과연 이것이 단순한 우연일까요?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문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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