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일반계 고교 긴급점검 등
보안강화 약속에도 현상 싸늘

경북교육청 전경. 영남일보DB
안동·울진 등 경북 고교에서 시험지 절취 의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인터넷 영남일보 7월11·18일, 영남일보 7월14·15일자 1면 보도) '교실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이 보안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나섰지만, 교실에 남은 건 공정성을 의심하는 시선과 학부모의 깊은 한숨뿐이다. 그런가 하면 해당 사건과 관련된 특정 학생에 대한 마녀사냥이 도를 넘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11면에 관련기사
21일 도교육청은 도내 일반계 고교에 대한 긴급 점검을 마친 뒤 "현장 이상 없음"이라며 시험지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시험지 보관실 이중 잠금장치 설치 △출입자 기록과 CCTV 영상 이중 확인 △보안장비 점검 등을 강화하고, 학생평가 보안 매뉴얼을 전 학교에 배포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교사 실무연수와 성적 처리 기준 전수조사, 시험지 절취 가능성에 대한 10년치 점검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학생·교사·학부모가 제보할 수 있는 '학생평가 보안 신고센터' 운영과 함께 수험생 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시험 직전 교무실 무단침입과 성적 이상 정황 등 불공정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학부모의 불안은 여전하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5·여·안동)씨는 "시험지 절취 의혹이 있었는데 '이상 없다'는 결과는 이해되지 않는다"며 "우리 아이가 밤을 새워 준비한 시험이 누군가에겐 미리 준비된 답안이었다면 교육은 의미를 잃는다"고 했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42)씨도 "학교는 공정한 평가를 강조하지만, 정작 시스템은 무너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교육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절취 사건이 아닌 '공정한 교실 시스템 붕괴'로 본다. 당사자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에 대한 전반적 신뢰 회복이라는 지적이다. 대책이 충분했어도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보완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감시체계와 책임 있는 조치"라며 "믿어달라는 말보다 믿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공교육 신뢰 회복의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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