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3일 경상북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열린 온·오프라인 공개강좌에서 강연하고 있다. <경상북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스마트폰을 잠깐이라도 내려놓게 하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23일 경상북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강당. 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이 끝나자 강연장을 메운 70여명의 학부모와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반짝이며 받아 적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디지털 시대, 우리 아이의 뇌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였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주관한 '2025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캠페인'의 대국민 공개강좌로, 현장과 온라인(ZOOM)을 병행해 진행됐다.
강당에는 경북 각지의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 Wee센터 실무자, 학부모 등이 모였다. 사공 교수는 '힐링닥터'라는 별명답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영유아 시기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보여주면 언어 발달이 늦어집니다. 청소년기에는 충동 조절이 어려워지고, 게임이나 SNS에 과몰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석자들은 숨죽이며 강연에 집중했다. 어떤 학부모는 메모지에 '노출 줄이기' '대화 늘리기'라는 큰 글자를 적어두기도 했다.
강의는 두 개의 세션으로 나뉘었다. 제1강 '디지털 세상에 들어선 아이들'에서는 뇌 발달과 미디어 노출의 관계를, 제2강 '흔들리는 아이들'에서는 SNS·게임 중독과 디지털 범죄의 위험 속 아이들을 지키는 법을 다뤘다.
사공 교수는 실제 사례를 곁들이며 "부모가 먼저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손이 연이어 올라왔다. "아이의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매번 실패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사 교수는 "작은 성공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 스스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장을 나서는 참석자들의 표정에는 다소 무거운 고민과 함께 다짐이 묻어났다. 대구에서 온 한 학부모는 "그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단순히 혼내는 문제로만 생각했는데, 뇌 발달과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집에 가면 바로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보려 한다"고 했다.
사공정규 센터장은 "디지털 환경은 아이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며 "부모와 교육자, 전문가가 함께 대응해야 아이들의 뇌와 마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