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20대 직원 비중이 50대 이상보다 적어지는 '세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챗GPT 제작>
"채용 공고가 줄어 아예 지원할 곳이 없습니다."
대구에서 취업 준비 중인 20대 청년 김모씨(27)는 구직 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계약직·인턴만 늘어나고 정규직 신입 자리는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 중인 박모씨(54)도 "예전 같으면 퇴직을 고민할 나이인데, 회사 안을 보면 후배보다 동년배가 훨씬 많다"며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에 강렬한 리드문 한줄 들어가자.
기업내 20대 직원 비중이 50대 이상보다 적어지는 '세대 역전'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퇴직 연령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전국 500대 기업의 최근 3년간(2022~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0세 미만 인력 비중은 19.8%로 전년보다 1.2%포인트(p) 줄었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력 비중은 20.1%로 0.6%p 늘어 처음으로 '세대 역전'이 나타났다.
30세 미만은 2022년 23만5천923명(21.9%) → 2023년 23만888명(21.0%) → 2024년 22만1천369명(19.8%)으로 매년 줄었다. 반대로 50세 이상은 2022년 20만6천40명(19.1%) → 2023년 21만4천98명(19.5%) → 2024년 22만4천438명(20.1%)으로 꾸준히 늘었다.
세대 역전이 두드러진 업종은 2차전지였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신입 채용에 소극적인 흐름이 이어지면서 최근 3년간 30세 미만 직원 비중이 9.7%p 줄고, 50세 이상은 1.2%p 늘어 격차가 10.9%p까지 벌어졌다. 대구 대표 2차전지 기업 엘앤에프도 같은 기간 30세 미만 비중이 13.2%p 떨어진 반면, 50세 이상은 0.5%p 오르며 세대 차가 13.6%p까지 확대됐다.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도 젊은 인력 이탈이 뚜렷하다. 최근 3년간 30세 미만 직원 비중은 5.4%p 줄었고, 50세 이상은 3.1%p 늘어 격차가 8.5%p에 달했다. 제약, 은행, 식음료 등 전체 22개 업종 중 절반이 넘는 12개 업종에서 같은 흐름이 반복됐다.
경기 침체 속 신입 채용 축소와 정년 연장이 맞물리면서 기업 구조가 빠르게 고령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구·경북의 주력 산업인 2차전지와 전자 업종에서 청년층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향후 지역 고용 안정성에도 경고음으로 해석된다. 세대 교체가 지연될수록 기업 경쟁력은 물론 청년 고용 기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경기 둔화로 2차전지, IT를 포함한 대부분 업종이 신입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고참 인력의 퇴직이 지연되며 기업 내 고령화가 가속화했다"며 "세대 간 비중이 뒤바뀌는 전환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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