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 제조업체 주력 사업(제품)의 시장 내 경쟁 상황. <구미상의 제공>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 DB>
#1. 경북 구미에 있는 TK케미칼과 성안합섬의 폴리에스터 원사 제조 공장은 중국산 저가 공세로 인한 시장 포화와 탄소섬유, 스판덱스 등 고부가가치 섬유소재 산업에 밀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한 때 구미 전성기를 이끌었던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의 LCD 저가 공세에 밀려 구미 P1~P5 공장은 문을 닫았다. 주력 사업은 LCD에서 차량용 중소형 OLED로 재편됐으며, LG디스플레이의 대부분의 투자는 현재 경기도 파주에 집중되고 있다.
#2. LG이노텍은 지난 3월 미래 핵심산업 생산거점기지 조성을 위해 경북도, 구미시와 6천억원 규모의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2022년 1조4천억원에 이은 대규모 추가 투자다. 도레이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구미공장에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 생산라인을 증설했고 SK실트론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생산설비에 대한 조 단위 투자에 나섰다. 구미시 금전동에 있는 2차전지 장비기업 <주>피엔티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양극재 회사로 변신 중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대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운명이 달라진 가운데 구미상공회의소가 5일 '구미 제조기업 제품 수명주기 및 신사업 착수 현황 조사' 결과(105개 제조업체 응답)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71.4%는 주력 사업 또는 제품이 속한 시장이 포화상태(성숙기·51.4%) 또는 감소(쇠퇴기·20%)에 접어 들었다고 답했다. 해당 기업은 자동차부품, 섬유 업체가 많았고 일부 기계·장비, 2차전지, 태양광 업체도 있었다.
반면, 수요 증가(성장기)는 25.7%, 시장 초기(도입기)는 2.9%에 그쳤다. 또 61%는 제품(기술) 격차가 사라져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경쟁 우위를 유지 중인 업체는 19%, 경쟁 업체에 턱 밑까지 추격당한 업체는 15.2%였다. 이미 추월당한 업체도 4.8%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력 사업을 대체할 신사업에 착수했거나 검토중인 기업은 48.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또 64.7%는 현재 추진중인 신사업 성과와 기대에 대해 '판단이 어렵다'(39.2%), '외부 요인으로 추진 차질'(11.8%), '초기 시장 반응 미미'(7.8%), '내부 요인으로 추진 차질'(5.9%) 등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미 시장 성과를 창출중인 업체는 3.9%에 불과했으며, 31.4%는 계획대로 추진돼 성과가 기대된다고 답했다.
구미상의 심규정 경제조사팀장은 "구미에 있는 제조업체들의 주력 제품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신사업으로의 고도화가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구미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 의지도 중요하지만, 투자하기 좋은 도시환경 조성을 위한 교통,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국가균형개발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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