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산, 고향사람을 위한 서예전

  •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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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8 10:36  |  수정 2025-08-08 15:29  |  발행일 2025-08-08
율산 개인전

"나는 글씨를 왜 쓰는지조차 모른 채 서예를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잡고 밤낮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게 참으로 좋았습니다. 서예에 눈을 뜬 이후부터 '예술은 창작'이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나만의 방법으로 그리며, 쓰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독학으로 일가를 이룬 중진 서예가 율산(栗山) 리홍재 선생이 지난 1일부터 고향인 김천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배꼽갤러리 특별초대전)을 열고 있다. 율산은 오는 31일까지인 이번 개인전을 통해 전통서예를 비롯해 자신의 전매특허격인 타묵과 그동안 작품활동을 통해 구현한 새로운 장르의 작품 등 38점을 고향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김천시 감문면 출신인 율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붓을 잡은 이후 한학을 공부하며 누구와도 닮지 않은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율산의 서예는 한글과 한문에 그치지 않고 현대서예, 문인화, 전각 등 장르와 소재에 구애받지 않아, "그의 작품세계에서 깨지 못할 영역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우리나라 서예 퍼포먼스의 원조이기도 하다.


일찍이 정충락 서예평론가는 "율산은 글씨와 그림의 한계를 상당 부분에 걸쳐 의도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현대서예의 새로운 구성을 위해 거추장스런 장애물을 나름대로 없애는 것이다"며 "이러한 현상은 전통을 숭상하는 입장에서는 낮설 수도 있으나, 새로운 형상성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지극히 타당한 서사(書寫)의 방법"이라고 했다. 또 "그의 글씨는 한마디로 시원하다. 어디에도 머뭇거림이 없고, 철저하게 붓을 휘두르며, 어떤 서체와 양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끝내 글씨가 지닌 멋을 알아낸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율산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2008년, 서울에서의 첫 개인전을 김천의 주산 격인 황악산(1천111m)을 상징하는 11월 11일에 맞춰 오픈할 정도였다. 그는 "고향에서의 개인전이 기쁘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문화예술의 도시 김천'을 향한 노력에 동참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김천인으로서 향토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앞으로 김천에 '서예관'이 마련되면 고서화와 서예작품 등 다수의 수준급 소장품을 기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식 개막식은 8일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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