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대구,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 개인전 개최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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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17 18:48  |  발행일 2025-08-17
‘화여기인(畵如其人) _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展
한국적이며 현대적 필선 오롯이 담은 최신작 16점
현재진행형인 노(老) 화백 예술적 여정 눈길
박대성 화백이 리안갤러리 대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폭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대성 화백이 리안갤러리 대구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폭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내가 그림이 될 수도 있고, 그림이 내가 될 수도 있겠지요."


1945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올해로 80세가 된 노(老) 화백의 예술적 여정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대구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리안갤러리 대구는 오는 21일부터 10월8일까지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 개인전 '화여기인(畵如其人) _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展(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 화백 특유의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 필선을 오롯이 담은 최신작 16점을 만날 수 있다.


'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전시명처럼, 이번 전시에선 박 화백의 삶과 예술이 하나된 경지를 마주할 수 있다. 나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현대적 표현에다 생명력 넘치는 전시작들이 돋보인다.


박대성 '폭포'.<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박대성 '폭포'.<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박대성 화백이 리안갤러리 대구에 걸린 자신의 신작 '폭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대성 화백이 리안갤러리 대구에 걸린 자신의 신작 '폭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폭 3m, 높이 7m의 대형작품 '폭포'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 그간 압도적 스케일의 작품으로 한국화의 위용을 세계에 알려온 박 화백은 신작 '폭포'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미적 감각을 융합한 자신의 작품세계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작품 하단의 한글 문구에도 눈길이 간다. 박 화백은 "이제 (작품에)한문을 안 쓰기로 했다. 그 어려운 문자를 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른다. 세종대왕님의 훌륭한 뜻을 기리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글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대성 '유류5'. <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박대성 '유류5'. <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박대성 화백이 리안갤러리 대구 전시장에 걸린 자신의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대성 화백이 리안갤러리 대구 전시장에 걸린 자신의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2층 전시장에서는 박 화백이 지난해부터 특별히 준비한 '버드나무 연작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박 화백은 "버들은 이른 봄 가장 먼저 싹을 틔우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버드나무가 지닌 자연의 생동감이 인상적이었다"며 작품 제작 이유를 밝혔다.


박 화백은 대작 위주의 작품을 제작한 계기로 1973년 대만 유학 시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중국 송·원·명 시대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던 경험을 꼽았다. 박 화백은 "당시 그림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큰 충격을 받았고, 스케일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1980년대 아파트 건설 붐으로 각 가정에 대형 그림을 걸 공간이 늘어나자 대작을 그리면서도 살아갈 배경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박대성 '설경'. <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박대성 '설경'. <리안갤러리 대구 제공>

특히 박 화백에게 있어 '경주'라는 도시는 창작의 원천이다. 25년 전 서울을 떠나 경북 경주에 정착한 이후 지금껏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박 화백은 "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가 깃든 곳이자 창작의 도시"라며 "자연을 벗삼아 사유하는 한적한 공간이 작가에게 더 큰 성장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했다. 전시장 1층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작품 '설경'은 박 화백이 외국의 마천루 사이에서 경주 불국사를 떠올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 화백은 "밤 사이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불국사를 보고 떨리는 기분으로 스케치했다"며 당시의 감정을 떠올렸다.


한편, 박 화백은 2022년 미국 라크마(LACMA) 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열어 성황리에 막을 내린 바 있다. 이후 하버드대 한국학센터 등 총 8곳의 미술관에서 순회전을 진행하며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老) 화백의 예술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내년 1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전시가 예정돼 있다. 박 화백은 "향후 새로운 작업에 나설 것이지만 섣불리 방향성을 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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