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3일 영업을 끝으로 폐점한 홈플러스 내당점. <영남일보 DB>
여름 휴가와 추석 제수용품 수요가 몰리는 8월 유통업계 특수가 대구·경북 지역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정부의 민생회복 지원책이 골목상권으로 소비를 유도하면서, 지원 사격에서 제외된 대형 유통망은 전례 없는 '판매 쇼크'를 기록했다.
◆ 성수기 공식 깬 '두 자릿수' 하락… 경북 마트 17.7% 급감
30일 동북지방통계청이 공개한 '2025년 8월 대구경북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소매 판매 지표는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경북 지역 대형마트의 하락세가 매서웠다. 전년 동월 대비 17.7%나 판매가 수직 하락하며 전체 소매점 판매액지수를 78.0(2020년 100)까지 끌어내렸다. 1년 전과 비교해 지역 대형 유통망의 매출 규모가 16.0% 증발한 셈이다.
대구 역시 소비 위축의 그늘을 피하지 못했다. 대구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97.9로 올라서지 못한 채 전월보다 2.3%, 전년 동월보다는 7.6% 뒷걸음질 쳤다. 통상 휴가철 유동 인구가 늘며 지수가 반등하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역성장이다.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코너에서 만난 주부 김수민씨(42·침산동)는 "민생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은 마트에서 쓸 수 없어 소고기나 과일 같은 명절 찬거리는 집 앞 정육점과 동네 시장에서 해결했다"며 "마트에서는 상품권 사용이 안 되는 공산품 위주로만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 '30억 가이드라인'이 가른 소비의 향방
유통가에서는 8월부터 본격 유통된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대구로페이 등)이 대형 유통망의 매출을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지원금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으로 사용처가 엄격히 제한된다. 지원금을 손에 든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대신 동네 슈퍼나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거대 유통사들은 성수기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실제로 대구 지역 내 업태별 성적표를 보면 온도 차가 명확하다. 고가 소비 중심인 백화점 판매지수는 105.2로 작년보다 2.3% 낮아지는 데 그쳤지만, 생필품 비중이 높은 대형마트는 1년 새 104.0에서 89.2로 14.2%나 급락했다. 지원금이 실생활 물가와 밀접한 마트 수요를 대체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잇단 폐점으로 허물어지는 오프라인 거점
단순한 소비 위축을 넘어 대형마트의 물리적 감소가 지표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에서는 최근 홈플러스 내당점이 영업을 종료했고, 11월 동촌점 폐점설까지 확산하며 지역 내 대형 유통 인프라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대구에서 문을 닫은 대형마트만 6곳에 달한다.
폐점한 마트 인근 상권의 체감도는 더욱 낮다. 내당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철균 씨(55)는 "큰 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장 보러 오던 유동 인구 자체가 줄어든 데다, 남은 마트들도 장사가 안된다고 하니 지역 상권 전체가 조용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북지방통계청은 "8월은 휴가철 영향으로 매출이 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정책 지원금의 영향과 홈플러스 매장의 잇단 폐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책적 변수와 구조조정이라는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지역 대형 유통업계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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