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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영화] 댓글부대, '온라인 여론 조작' 실체가 있을까…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요즘 대세배우로 떠오른 손석구가 천만영화 '범죄도시2' 이후 선택한 작품이다. 현대사회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의 실체를 파헤치는 언론사 기자의 이야기다. 현대인은 두 개의 세상을 살고 있다. 매일 눈뜨고 생활하는 현실, 그리고 가상의 공간인 인터넷 세상이 그것이다. 영화 '범죄도시2'에서 잔혹한 킬러 '강해상'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 손석구가 이번에는 민첩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으로 변신했다. 실력과 적당히 허세 가득한 기자 상진은 한국의 언론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보편적 캐릭터다. 상진은 취재과정에서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입수하고, 기자로서의 촉이 발동한다. 열심히 기사를 작성하지만 오보로 판명 나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결국 정직까지 당하고 어깨가 축 처져 있던 그의 앞에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반전한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상진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 자신들이 진행한 작업이었음을 밝힌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의 안국진 감독은 전작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언론과 평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자본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유쾌 발랄하게 비틀어 놓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상, 청룡영화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안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본 댓글부대는 실제로 존재할까. 사실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지만 누구도 실체를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 안 감독은 영화 시사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해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처음 접근할 때나 지금이나 같은 입장이다. 왠지 있는 것 같은데 실체를 모르겠고 없다고 하기엔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서는 댓글부대의 실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유보한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누가 왜 댓글을 작성했는지 사건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등 끝없는 질문을 꼬리표처럼 남긴다. 실체가 불명확한 댓글부대를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인터넷 화면 창과 SNS 등을 속도감 있게 활용했다. 또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소 인서트 컷과 몽타주 기법을 도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일약 스타감독으로 부상한 조상경 의상 감독, '헤어질 결심' '수리남' 등에서 스토리라인을 강조하는 음악으로 눈길을 끈 조영욱 음악감독이 투입됐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대세배우 손석구가 언론사 기자로 변신해 온라인 여론조작에 맞서는 영화 '댓글부대'의 한 장면.
2024.03.22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트립 투 그리스'(마이클 윈터바텀 감독·2020·영국)…최고의 레스토랑 순례하는 꿈 같은 여행
'트립 투' 시리즈는 모두 네 개다. 2010년에 개봉된 '트립 투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2014), 스페인(2017), 그리스(2020)까지. 국내 개봉은 순서도, 개봉 연도도 좀 다르다. 첫 번째인 '트립 투 잉글랜드'를 보고 특이한 여행 영화라 생각했다.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중간쯤 되는 영화였는데, 무엇보다 두 남자의 끊임없는 수다에 놀랐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롭 브라이든과 스티브 쿠건 두 배우는 어디까지가 대본인지 실제인지를 가늠하기 힘든 장면들을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과 끊임없는 수다, 아름다운 풍경, 이것이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단순함이 또한 매력이다. '트립 투 그리스'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작년 6월에 실행했던 버킷리스트 '그리스 여행'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본 그리스의 흔적이 얼마나 들어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결론은 내가 갔던 곳과는 매우 다른 곳을 다녔다. '트립 투 그리스'는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간다. 터키 아소스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이타카로 끝나는, 오디세우스가 거쳤던 바로 그 길이다. 10년 여정 끝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갔던 오디세우스처럼 두 남자도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10년여에 걸친 여행을 끝낸다. 이들은 6일간 6개의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하며, 그리스의 예술과 철학, 음식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쾌하지만 시시껄렁한 농담과 영화계 뒷담화, 유명 배우의 성대모사는 여전하다. 영화마니아라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유머 코드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을 스며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평처럼 이 영화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는 예전의 영화 스태프를 만나 난민 캠프에 들르는 장면이 있다. 현 유럽의 고민을 담고 있어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 스타기라와 세계의 중심 델포이, 그리스 최고의 해산물 레스토랑 등을 순례한다. 하지만 스티브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여행을 마저 끝내지 못하고 귀국한다. 롭은 그리스에 도착한 부인과 함께 남은 여행을 즐긴다. 우여곡절을 거쳐 각자의 가족과 화해하며 따뜻한 시간을 가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여행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것'이란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마치 오디세우스의 여정처럼 말이다. 꿈과 여행은 같은 의미인 모양이다. 일 년도 지나지 않은 그리스 여행이 꿈을 꾼 듯 아득하다. 사진을 뒤지며 기억을 떠올려 본다. 남는 건 역시 음식과 풍경, 함께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 영화는 여행의 필수 요소인 세 가지를 훌륭하게 담아낸 셈이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의 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온 이에게 기꺼이 추천할 만한 시리즈다. 단 두 남자의 끊임없는 수다와 성대모사에 거부감이 없다면 말이다. 소재만 던져 주었을 뿐 구체적인 대본은 없던 만큼 두 배우의 즉흥 연기에 많이 기댄 영화다.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트립 투 그리스 스틸컷.
[금주의 영화] 탐정 말로, 중후한 매력과 화려한 액션…리암 니슨표 '필립 말로' 탄생
사립 탐정 '필립 말로'는 미국의 추리소설가 레이먼트 챈들러의 소설에서 탄생했다. 각 잡힌 정장차림에 중절모를 쓰고, 진지한 표정으로 사건 해결에 나서는 캐릭터다. 탐정 말로는 '셜록 홈즈'와 비교되면서 수많은 추리소설 독자들에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탐정 말로'를 그린 영화는 여러 편 제작됐다. 잘생긴 외모와 우수 어린 눈빛 연기로 여심을 자극한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을 맡은 '명탐정 필립'이 제작됐으며, 1970년대에는 엘리엇 굴드 주연의 '긴 이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1일 개봉한 '탐정 말로'는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명탐정 필립'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46년 제작된 원작의 설정과 상황 등을 요즘 시대에 맞게 새롭게 바꿨다. 제작진이 영화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말로' 역할을 누가 맡느냐는 것이었다. '테이큰' 시리즈로 잘 알려진 리암 니슨이 낙점됐는데, 일각에서는 그의 몸집이 크고, 무게감이 있다는 이유에서 배역에 적합지 않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리암 니슨은 자신만의 중후하고 섬세한 말로 탐정을 탄생시켰다. 치명적 매력을 가진 금발여인 클레어가 말로를 찾아온다. 클레어는 자신의 정부인 니코 피터슨이 사라졌다며, 그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말로에게 의뢰한다. 얼마 후 니코 피터슨은 차에 깔려 얼굴이 으깨진 모습으로 발견되고,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한다. 원작에는 없었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비밀들 속에서 관객들은 감독과 두뇌싸움을 벌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암 니슨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은 역동적이다.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하고 리얼한 액션신과 스릴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등이 여느 추리물과 차별화된다. 한편 '탐정 말로'의 수입사 측은 영화의 개봉을 맞아 이색 ARS 이벤트를 도입했다. '070-8984-0321'로 전화를 걸면 영화의 주인공인 '필립 말로'를 연기한 리암 니슨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화가 끝나면 '말로'의 사무실에서 보내온 문자메시지도 전달되는데, 수신된 메시지 이미지와 말로에게 의뢰하고 싶은 사건을 SNS에 업로드 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1946년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명탐정 필립'을 리암 니슨 주연으로 새롭게 리메이크한 '탐정 말로'.
[개봉작] 목스박
감독:고훈 출연:오대환·지승현 장르:코믹액션 등급:15세 관람가 목사, 스님, 박수무당이 연합해 벌이는 한바탕 복수극을 그린 코믹 액션극. 왕갈비파의 두 행동대장 '경철'과 '태용'은 삼거리파에게 갑작스러운 습격을 당한다. 두 사람은 보스를 잃고 가까스로 피신해 각각 '천사의 교회'와 '은신사'에 숨는다. 사기꾼 목사로 인해 망한 교회에서 경철은 새로운 목회자로 추앙받는데….
[개봉작]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
감독:애덤 윈가드 출연: 댄 스티븐스·레베카 홀 장르:액션 등급:12세 관람가 몬스터버스 시리즈의 5번째 작품. 전작 '고질라 vs 콩'에서 빅 매치를 벌였던 고질라와 콩이 이번에는 강력한 빌런에 맞서 의기투합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편에서의 전설적 결투 이후 할로우 어스에 남은 콩은 드디어 애타게 찾던 동족을 발견한다. 한편 깊은 동면에 빠졌던 고질라는 알 수 없는 신호로 인해 깨어난다.
[개봉작] 1980
감독: 강승용 출연:강신일·김규리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전남도청 뒷골목에서 1980년 5월17일 중국 음식점을 개업한 철수네 가족의 이야기. 지난 연말 천만관객의 신화를 쓴 '서울의 봄'의 무대가 된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불과 5개월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봉작] 조용한 이주
감독: 말레나 최 출연: 반 헤릭슨·코르넬리우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열아홉 살 칼은 덴마크의 시골에서 양부모와 함께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양부모는 칼이 언젠가 가족의 농장을 물려받아 가업을 이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입양아인 칼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태어난 한국이라는 나라에 끌리기 시작한다.
[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기후 위기와 영화
'RE100'은 지구 환경을 악화시키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말 그대로 캠페인이다 보니 이것을 꼭 준수해야만 하는 강제성은 없지만, 기후 위기가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과 이를 통한 기업이미지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 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핵원료를 통한 에너지 생산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원자력 등도 포함시키자는 차원에서 'CF100'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대선에 이어 최근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또다시 'RE100'이라는 말이 크게 회자되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크게 이슈가 되는 건 그만큼 유권자들이 기후변화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0% 이상이 기후대응공약이 마음에 들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정당이나 후보라도 투표를 고민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구의 기후변화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도 최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기후와 관련된 이슈로 인해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1992년 '지구를 더 건강하게,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기치를 내걸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자는 '리우 선언', 2015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파리 협정' 등 전 국가적인 기후 관련 선언과 약속들이 있었지만, 그러한 것들이 크게 피부에 와닿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날씨를 비롯해 일상에서 발견되는 이상 징후들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체감도가 달라지면서 산업과 생활 현장 곳곳에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영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을 예고해 왔다. 1958년에 만들어진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The Unchained Goddess'는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다룬 첫 영화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인간은 문명의 폐기물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세계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장과 자동차에서 매년 60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어 공기가 태양열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대기가 점점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마치 지금 시기의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이 영화의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혜안과 주제 의식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이 밖에 핵전쟁 이후의 황폐한 지구를 배경으로 하며 '매드맥스'의 원형이라고 알려진 '소년과 개', 마찬가지로 핵물질의 오용이 가져다줄 위험성을 다룬 영화로, 사회운동가로서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집회 현장에서 여러 차례 체포되기도 한 제인 폰다(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할 당시 시상자로 나와 'Parasite!'를 외친 배우) 주연의 '차이나 신드롬' 등이 환경을 다룬 고전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도 많이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비롯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투모로우', 픽사의 '월-E',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까지, 1990년대 이후부터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이를 다룬 영화들도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환경이나 기후 위기가 1990년대부터 2010년 초중반까지는 영화의 소재나 주제로 많이 다뤄졌다면, 2010년 중반 이후부터는 제작, 상영 등 영화산업 현장에서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최대 규모의 영화제 중 하나인 칸국제영화제는 '그린 가이드'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 '그린 가이드'는 '영화제 차량의 60%를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차 사용' '출판물과 인쇄물 50% 감축' '플라스틱 물병 전면 퇴출' '레드카펫 사용량 50% 감소, 카펫의 재활용' 등 12가지 가이드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2021년 '플랑 악시옹!(Plan Action!)'이라는 영화&영상 부문에서의 환경 및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3단계로 되어 있는데, 1단계는 상영관·촬영 스튜디오 등의 탄소 발자국 연구를 시행하고, 영화계 직업인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 및 실천 사례 제공, 2단계는 탄소 발자국 평가 의무화 등 새로운 규칙 정의, 3단계는 탄소 예산을 기반으로 한 조치 등 의무 사항 부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한국에서도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 제작-상영 단계별 탄소절감 정책연구' 보고서를 내놓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보고서는 '영화산업 탄소절감 2050 로드맵'을 통해 실질적인 탄소절감을 이루고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영화 제작 단계에서의 이동과 촬영, 후반작업의 증가 등으로 에너지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국제적 표준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관련 정책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현장에 수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비의 증가가 수반될 것이며,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초점이 탄소중립에만 맞춰져 있는 것 역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삶의 모든 곳에서 이 변화를 늦추거나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역시 영화로써 이러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제작과 상영 등 산업 현장에서의 변화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기후 위기를 다룬 영화들. 위쪽부터 아래방향으로 '소년과 개' '차이나 신드롬'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스틸컷. 〈네이버 영화·일신픽처스 제공〉
2024.03.15
[시네 토크]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 후보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데뷔작으로 누리는 최고의 영광이죠"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11일 오전 8시(미국 현지시각 10일 오후 7시)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최대 축제인 시상식을 앞두고 국내외에서는 축제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 영화계는 올해 그 어느 해보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직행했기 때문이다. 신예감독의 데뷔작이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그야말로 이변이다. 2월26일 기준 전 세계 75관왕, 210개 노미네이트의 기록을 세운 '패스트 라이브즈'가 작품상을 받으면 아시아계 최초로 데뷔작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게 된다. 영화 '기생충'이 화려하게 장식한 제92회 시상식에 이어 또 한 번 한국의 영화인들이 아카데미를 놀라게 할지 관심이다. 현재 극장에서 개봉 중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이 영혼을 갈아 만든 작품이다. 한국의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 배급을 담당했다. '인연'이라는 한국적 정서를 배우 유태오와 한국계 미국인 배우 그레타 리가 섬세하게 펼쳐냈다. 어린 시절 서울에서 함께 성장한 첫사랑 '해성'과 '나영'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내용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셀린 송 감독은 자그마한 체구와 빠른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대화에는 막힘이 없었으며,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속사포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풍부한 얼굴 표정만큼이나 자유로운 손짓과 몸짓을 대화 도중에 구사했다.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연극배우로 활동한 이력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듯 하다. 그녀의 첫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는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감독의 자전적 삶이 전편 가득히 스며 있다. 24년만에 재회한 첫사랑 남녀 통해한국적 정서 '인연' 섬세하게 그려영화 '오펜하이머'와 작품상 경쟁'기생충' 영광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자전적 이야기 녹인 '패스트 라이브즈'▶영화에서 '인연'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군요. "인생을 살면서 우리 모두는 언제든, 어디서든 누군가와 함께했던 두고 온 삶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나는 지금 서른 살이지만 내 안에는 열두 살 무렵의 내가 있고, 그 무렵의 사랑도 있는 것이죠. 굳이 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속 영웅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든 여러 가지 시공간을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신기한 순간과 인연을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작은 관계의 인연이라도 우리 삶 어디에든 있고, 그중에는 특별한 인연도 있고, 지나치는 인연도 있고, 특별하지만 지나치게 되는 인연도 있어요. 그런 인연에 대한 생각들을 녹여낸 것이 이번 영화예요."▶한국인에게는 친숙한 개념인 인연을 세계의 관객들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사실 이 얘기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민자의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가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제가 아일랜드에서 겪은 일이에요. 어떤 사람이 자신은 글래스고에 살고 있는데, 더블린에 두고 온 여자친구가 생각났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어떤 사랑을 했는지 등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영화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질 수는 있겠죠."▶영화로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심리학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 시절 심리학을 전공했어요. 그 후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극을 공부했고, 이후 10여 년간 극작가로 활동했지요.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었는데, 영화로 이야기하기가 더 좋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만들게 됐어요. 한국과 미국, 두 대륙을 가로지르고 수십 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방식이 연극보다는 영화가 더 자연스럽다는 결론이 내려져 시나리오를 쓰게 됐어요."▶영화가 선댄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전 세계 관객들에게도 후한 평가를 받는 듯해요.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인연이라는 개념을 한국에서는 쉽게 이해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을지는 잘 몰랐어요.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 '인연'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았어요. 비록 태평양을 건넌 한국 이민자의 이야기지만 누구나 어딘가에 두고 온 삶이 있을 것이고, 판타지 영화 속 영웅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듯해요."◆아버지는 '넘버3' 송능한 감독▶아버지가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활동하셨다는데."영화 '넘버3'로 관객의 큰 사랑을 받은 송능한 감독입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아버지가 가르친 제자들을 만났는데, 모두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자식으로서 가슴이 찡하는 순간이었죠. 아버지는 제 데뷔작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소식에 진짜 좋아하셨어요. 온 가족이 저를 자랑스러워했고, 모두들 정말 좋아하셨어요."▶영화를 보면 마치 오래된 레코드판을 꺼내서 듣는 것처럼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영화적 장치를 통한 효과인가요."35㎜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했기 때문이에요. 필름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것 자체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과정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이제 더 이상 필름카메라로 영화를 촬영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밤 촬영한 필름상자를 뉴욕으로 보내는 작업을 거쳤어요. 통관과정서 엑스레이가 통과하면 촬영한 내용이 다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촬영 기간 내내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일반 카메라보다 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NG가 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렸죠. 오죽하면 필름이 자르륵 돌아가는 소리를 돈 떨어지는 소리라고 이야기했을까요."(웃음)▶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도 꽤 컸다고 보이는데요."음악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저는 시간이 특정되지 않는 음악을 쓰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영화의 시점 자체가 어떤 시대로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남자 주인공인 유태오 배우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면. "솔직히 얘기하면 오디션을 해준 분들이 300명 정도였는데, 그중에서 30명을 불러서 2차 오디션을 진행했습니다. 그중에 유태오 배우가 있었어요. 제가 찾는 주인공의 이미지는 얼굴에 어린아이랑 어른이 공존해야 했기에 그를 선택했습니다."▶가수 장기하가 남자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는 신이 있는데, 그가 출연하게 된 것도 궁금하네요."사실은 장기하 가수가 남자 주인공 역할에 오디션 신청을 했는데, 선정이 되지 않았어요. 제가 장기하 가수에게 친구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었는데, 흔쾌히 참여해주셨어요. 그의 캐릭터가 살아난 멋진 장면이 만들어진 듯하네요."▶올 아카데미에서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작품상 경쟁을 하게 됐는데 소감은."정말 영광이에요. 사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부터 이번에 오스카에 오르기까지 저는 영화 한 편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은 것 같아요. 수상 여부를 떠나 데뷔작으로 오스카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진짜 신나는 일입니다. 지난 1년을 수업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진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이번 영화는 한국의 CJ ENM과 미국 A24가 공동으로 배급을 맡았는데, 북미권에서 웰메이드 스튜디오로 정평이 난 A24와의 작업은 어떠했는지."A24는 데뷔를 앞둔 신예작가들이 마음껏 작업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신예감독이어서 리스크가 크지만 스튜디오는 감독을 적극 서포트 해 줍니다. 제가 시나리오를 가지고 갔을 때 흔쾌히 영화화를 결정하고, 직접 감독을 맡을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스튜디오 관계자들은 제 시나리오를 읽고 눈물을 흘리며 영화를 만들어보라고 했지요. 고마운 영화사를 만나 마음껏 작업을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한국적 인연을 소재로 만든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직행한 셀린 송 감독. 오른쪽은 영화의 주요 장면들.
2024.03.08
전국 주목 받은 작품 다수 공개…"조합원 참여 운영 5개"
55개 좌석수 따라 명명…대구 최초·유일 독립영화전용관작년 멀티플렉스 극장급 좌석 교체관객 '33다방'서 삼삼오오 모여 소통2015년 2월 개관한 오오극장(대표 손영득)은 대구 최초·유일 독립영화전용관이다. 서울 4곳을 제외하면 전국에서도 최초다. 대구 중구 곽병원 인근에 위치하며 상영관의 좌석 수가 55개(일반 좌석 51개, 휠체어 좌석 4개)인데 착안해 '오오'극장이란 이름이 됐다.대기업 위주의 멀티플렉스 극장이 극장문화를 점령한 상황에서 오오극장은 영화문화의 다양성 확대와 영상 창작 활성화를 목표로 하며 극장 상영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 독립영화를 소개한다. 독립영화는 일반 상업 영화의 체계, 영화의 제작·배급·선전을 통제하는 주요 제작사의 소수 독점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 제작된 영화다. 당시 대구 독립영화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대구민예총,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미디어핀다 이상 3주체가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설립했다. 개관 이후에는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이라는 별도의 단체를 만들어 극장의 운영권을 넘겼다. 협동조합에는 관객, 영화제작자, 영화정책관련자, 문화활동가, 시민단체활동가 등이 소속돼 있으며 현재 총 39명의 조합원이 극장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독립영화전용관은 영화비디오법 제38조에 따라 독립·예술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를 연간 상영일수의 60% 이상 상영해야 한다는 지원 자격을 둔다. 오오극장은 관객의 요청과 프로그램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대구 독립영화를 포함한 한국 독립영화를 70% 이상 개봉한다. 개봉작으로 선정된 작품의 상영 기간은 최소 2주, 14회 상영 보장을 원칙으로 한다. 매년 약 70편, 개관 이래 현재까지 총 600편 이상의 작품을 상영했다. 김현정 감독의 '나만 없는 집'(2017), 유지영 감독의 '수성못'(2018), '나의 피투성이 연인'(2023), 장병기 감독의 '맥북이면 다 되지요'(2017) 등 전국적으로 주목 받은 대구 독립영화도 다수 공개했다.'관객 프로그래머' 선정작 감독·배우와의 대화 마련미개봉작 20명 요청시영화관이 수급·상영도오오극장은 지역민들의 후원으로 탄생한 역사에 걸맞게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대구에서 개봉되지 않거나 개봉 시기가 지난 독립영화를 20명 이상이 요청하면 영화를 수급·상영한다. 2022년부터는 관객 모임인 '오오프렌즈'를 신설해 관객들이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감상평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자체 기획전도 다채롭게 연다.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되는 '관객 프로그래머' 제도로 '관객 프로그래머 초이스!'를 개최해 매달 한 명의 관객 프로그래머가 미개봉 한국 독립영화 중 한 작품을 선정해 상영하고 GV(감독·배우와의 대화)를 진행한다.영화인에 한정하지 않고 작가, 뮤지션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영화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한다. '영화를 보다가 생각한 것들'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거나 영화나 중요한 순간에 관람한 영화를 선정해 함께 보고 개인의 이야기, 관심사, 삶의 태도 등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2018년 래퍼 슬릭을 시작으로 독립출판 제작자 가랑비메이커, 전고운 감독, 송재경 뮤지션, 무과수 작가 등이 함께했다.매년 연말에는 '대구독립영화 연말정산' 특별전을 선보여 한 해 동안 대구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를 한자리에 모아 상영한다. 2015년 '대구독립영화 쇼케이스'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대구 독립영화의 활약에 힘입어 2017년부터 '대구독립영화 연말정산'이란 이름으로 확대 편성돼 대구지역 영화인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거듭났다.최근에는 개관 9주년을 맞아 지난 17~18일 9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었다. 올해 독립영화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미개봉 신작 3편, 화제의 단편영화 3편을 선보였다. 또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감독이 직접 답하는 '일과 영화' 강연도 진행했다. 서울국제영화제 '박남옥상' 수상자 장윤미 감독이 강연자로 나서 8편의 장·단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며 느낀 것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기도 했다.팬데믹 후 입장객 줄어…지역영화 활성화 예산 삭감 '고민'대구 독립영화 인재풀 축소 우려 속기획전·커뮤니티 확대 자구책 모색 코로나19 이후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 고심이 깊다. 오오극장 노혜진 홍보팀장은 "코로나 전에는 연 관객 수가 1만3천명 정도 됐는데 이후 3분의 1 정도가 줄어 5천명까지 떨어졌다. 엔데믹 이후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져 1만1천명까지 돌아왔지만, 그사이 OTT가 성장하는 등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가 바뀌어 완전히 회복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지역영화 활성화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도 문제다.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일반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는 자본과 배급망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를 중시한다. 이런 특성으로 영화진흥위원회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아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부의 감액 기조 영향으로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영화 활성화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 8억원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 4억원 등 총 12억원의 예산이 줄었다.노 팀장은 "지역 독립영화 제작은 정부의 지원금이 중요한데 지원금이 줄면 당장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새로운 영화를 만들려 하는 여러 감독들이 돌아설 것"이라며 "당장 몇 년은 버틴다 하더라도 인재 풀에 공백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대구 영화를 상영하려 해도 대구에서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이로 인해 수도권과의 문화 격차도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에 오오극장은 작은 극장으로서의 강점을 활용한 생존 플랜을 찾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선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운 지역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노 팀장은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해 올해 영화 소모임들을 늘릴 계획"이라며 "지역 커뮤니티와 공동 기획전을 확대 추진하고 시민들이 극장이라는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오오극장에서 '박수연 배우전' GV가 열리고 있다. 오오극장의 관객 프로그래머가 진행을 맡았다. 오오극장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대화를 나누는 '영화를 보다가 생각한 것들'이 진행되고 있다. 오오극장 영화 모임 '오오프렌즈' 관객들이 모임 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오극장 내부. 왼쪽 카운터에서 영화표 예매를, 오른쪽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오오극장 상영관. 일반 좌석 51개, 휠체어 전용 좌석 4개로 총 55개 좌석이 구비돼 있다.오오극장 입구 오른편 진열대. 극장·영화 관련 책자와 극장에서 제작한 문구 등이 놓여 있다.
2024.02.23
[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말없는 소녀' (콤 바이레드 감독 ·2022·아일랜드)…조용한 환대, 침묵의 의미
영화가 너무 좋아 원작을 샀다. 오랜만의 일이다. '말 없는 소녀(The Quiet Girl)'의 원작은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Foster)'다.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받았고 '타임스'에서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 50권에 선정되었다. 영화도, 소설도 정갈하고 아름답다. 영화는 영화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각각의 향기를 풍긴다. 맑고 은은한 향기다. 둘 다 보는 이를 울린다.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눈물이 났다.1981년의 아일랜드, 여덟 살 소녀 코오트는 여름방학 동안 처음 보는 친척 집에 맡겨진다. 가난한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내성적인 아이다. 코오트는 난생처음으로 친척 부부에게서 따뜻한 대접을 받는다. 조용하지만 진심 어린 환대였다. 방학이 끝날 무렵, 훌쩍 자란 아이는 삶의 소중한 것들을 배운다. 더듬거리며 읽던 글자도 잘 읽을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침묵의 의미를, 사랑을 알게 된다.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받은 아이의 내면은 무언가 달라져 있다.아이도, 영화도 조용하다. 친척 부부도 조용하다. 그들은 차분하면서도 바지런하다. 아줌마는 음식을 만들고, 바느질을 하고, 물을 긷는다. 아저씨는 소를 돌보고, 소 젖을 짜고, 농장 일을 한다. 수풀 속에, 침대 밑에 숨어 있기 일쑤던 '말 없는 아이'는 이들의 따뜻한 돌봄 속에서 '할 말은 하는 아이'로 변했다. 더는 아빠의 표현대로 '겉도는 아이'가 아니다.가장 기억에 남는 건 코오트가 침묵의 의미를 배울 때다. 친척 부부는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다. 이 사실을 함부로 떠들어대던 이웃 아줌마로 인해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입는다. 아저씨는 말한다. "많은 사람이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많은 걸 잃었단다"라고. 사려 깊은 침묵이 얼마나 소중한 배려이고 사랑인지를 배운다. 영화는 아일랜드 시골의 여름 풍경이 아름답게 담겼다. 영화 초반 코오트의 집안 풍경은 어둡다. 친척 집에 오고부터 자연과 빛이 환하게 담긴다. 1.37:1의 화면비는 인물의 표정, 특히 코오트의 표정을 더욱 미세하게 담아낸다. 베를린영화제, 유럽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였다. 전세계영화제 최다 관객상 수상이라는 기록도 있다. 아일랜드어(게일어) 대사들이 이채롭다. 톰 바이레드 감독과 코오트 역 캐서린 클린치 모두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영화도, 소설도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맑고 고요한 영화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세상사에 지친 현대인에게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맑은 물 한 모금에 대한 갈증은 늘 있는 모양이다. 삭막한 세상이지만 아직 희망이 있는 것 같다. 영화는 대부분 소설 그대로다. 시작 부분이 좀 다를 뿐이다. 영화는 영화대로, 소설은 소설대로 각각의 아름다움이 있다.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영화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은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차오르는 진한 감동이 있다. 어느새 원작소설을 주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칼럼니스트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2024.02.02
[개봉작] 도그데이즈
감독:김덕민 출연:윤여정·유해진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줄거리 : 화려함 이면에 외로움을 감추고 살아가는 요즘 세상이다. 성공한 건축가와 MZ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부모까지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월드스타 윤여정, 김윤진을 비롯해 뮤지컬 스타 정성화, 조각미남 다니엘 헤니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도그데이즈
[개봉작] 아기상어 극장판
감독:알란 포맨 출연:장예나·전태열(목소리) 장르:애니메이션 등급:전체관람가 줄거리 : K캐릭터의 대표주자 '핑크퐁 아기상어'의 첫 번째 극장판 영화. 기존 TV시리즈의 배경인 '뾰족 이빨 마을'에서 대도시 '미끈매끈 시티'로 배경을 확장하고, 모두가 공감할 만한 소재로 친근함을 더했다. 기존의 주인공인 '올리'와 '윌리엄'은 물론 팝스타 빌런, 벨루가 아이돌그룹, 엄마상어의 친구 등 다채로운 새 캐릭터들이 등장한다.아기상어
[개봉작] 아가일
감독:매튜 본 출연:헨리 카빌,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장르:액션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는 자신이 쓴 스파이 소설 '아가일'의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나자 당황한다. 전 세계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 엘리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소설의 다음 챕터를 쓰고, 현실 속 레전드 요원 '아가일'을 찾아가기로 한다.아가일
[개봉작] 두 세계 사이에서
감독:엠마뉘엘 카레르 출연:줄리엣 비노쉬,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줄거리 : 한 유명 작가가 노동취약계층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며 담아낸 르포르타주 드라마. 원작 소설을 읽은 프랑스 국민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직접 작가를 설득하고, 감독을 섭외해서 제작됐다.두세계 사이에서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의료개혁특위 "의료개혁 시기상 미룰 수 없는 과업…소통 통해 의견 좁힐 것"
경북대,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155명' 조정에 대구경북 타 대학 결정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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