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조수(潮水)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새이
얼크러지는 칡넌출 밑에
푸른숨결은 내것이로다.
세월이 아조 나를 못쓰는 티끌로서
허공에,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 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날이여,
땅속에파묻힌 찬란헌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단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 나와서
어둠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인제는 고향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어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香囊)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윗속에서
날이 날마닥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숨결은
아,아직도 내것이로다.
*서정주(1915-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으로 당선, 등단했으며, 1938년에 처녀시집 '화사립'을 간행했다.
이후 문협이사장, 동아대문리대학장을 역임하며 '서정주시선' '서으로 가
는 달처럼' 등의 시집을 펴냈다. 자유문학상, 예술원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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