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우리지역 박물관 .8] 월곡역사박물관

  • 입력 2007-04-11   |  발행일 2007-04-11 제20면   |  수정 2007-04-11
나라사랑 길러주는 역사교육의 場
임진왜란 당시 지역 의병활동 기록한 귀중자료 소장
농경시대 생활관엔 농기구·생활용품 500여점 전시
박물관 인근 낙동서원·열락당 등도 한번 둘러볼 만
[다시보는 우리지역 박물관 .8] 월곡역사박물관
박물관 2층에는 단양 우씨 역대 선조들이 남긴 각종 문서들이 보관돼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은 이미 국가의 녹을 받고 있던 유명한 장군이었고, 우배선은 24세로 지방의 백면서생이었습니다. 동래성이 무너지고 파죽지세로 왜군이 북상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짐을 꾸릴 때 그는 의병을 모아 부대를 편성하고 전투를 치렀습니다. 이런 모습은 어떻게든 군대 안가려고 애쓰는 요즘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구시 달서구 월곡역사박물관 우종억 관장(77)은 박물관을 소개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선조인 월곡 우배선 선생의 우국충정에 대해 설명했다.

월곡역사박물관(月谷歷史博物館)은 우배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우씨종중에서 세워 2002년 5월에 개관했다. 애초 박물관이 세워지기 이전에는 인근에 있던 월곡공원이 체육공원으로 주민들에게 활용되고 있었다. 반면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씨종중의 너른 토지는 폐쇄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 대구도시개발공사에서 조성한 근린공원 3천평과 단양우씨 소유의 낙동서원 앞 식물원 부지, 장지산 7천여평을 한데 묶어 전국 유일 민·관 합작의 월곡역사공원으로 거듭났다.

박물관을 둘러보면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성주 화원지역의 '우배선 의병 군공책'과 '창의유록'이다. 군공책은 임진왜란 때 우배선과 그 부하장병들의 개인별 전투시기와 장소 및 전과를 기록된 책이다. 당시 의병에 대한 내용이 보존된 게 거의 없는 데다 남아 있는 자료도 의병장 위주인 것과 대조적으로 군공책에는 우배선과 함께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의 전공이 모두 기록돼 있다.

또한 창의유록은 월곡 우배선의 임진왜란시 활약상을 수록하고 있어, 향촌의 지역단위 방어체제 군공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료를 살펴보면 우배선은 1592년 10월에서 다음해 5월까지 7개월에 걸쳐 30여회 전투를 치렀다. 전투지역은 대구를 중심으로 왜군 3대 지상로의 중앙대로 중 하나인 화원이 거점이었고, 이곳에서 게릴라 전을 펼쳐 승리를 거뒀다. 박물관 내 마련된 디오라마(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해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를 보면 대구향교에 주둔한 왜군들에게 독주를 마시게 해 만취한 틈을 타 일망타진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청도에서 대구로 넘어오는 계곡에 매복작전과 함께 연기로 유인작전을 펴 왜군부대를 섬멸한 내용도 그려져 있다.

월곡이 평소 병법을 공부했느냐는 물음에 우종억 관장은 "병법을 익혔다는 기록은 없지만, 어려운 나라 현실을 맞아 자연스레 책을 접하며 실전에 적용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장유유서의 규율이 엄격했던 당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40~50대의 의병을 통솔했다는 것은 평소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90명 내외의 인원으로 엄청난 전과를 거둔 월곡 우배선 선생을 대구·성주지방을 대표한 의병장으로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곡역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는 국가지정 보물 1334호로 지정된 화원 우배선 의병 군공책을 비롯해 관련자료 4종 15점과 농기구 700여점, 유품 500여점, 장서 7천여권 등 8천200여점이다. 실내공간에 전시품이 한정돼 있는 여느 박물관과 달리 이곳에는 낙동서원과 열락당 등 야외에도 볼거리가 있다.

박물관 1층은 농경시대 생활관이다. 200여평의 공간에 옛날 선인들이 사용하던 각종 농기구와 생활용품 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베틀, 돗자리 틀, 떡판과 떡메 등 요즘에는 구경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있어 현대문물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에게 교육적 가치도 있다. 제2·3전시실은 역대 선조의 자료실로, 단양우씨 월촌종중에서 소장 중인 역대 선조들의 유품인 교지(조선시대 국왕이 관원에게 내리는 각종 문서)·분재기(재산의 상속과 분배를 기록한 문서) 등 400여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제4전시실에는 장서실 및 현대관 자료실로 고서적 경전 등 자료 7천여권이 장서실에 보관돼 있다.

우 관장은 "우씨 집안 후손만이 아니라 대구지역 모든 사람들이 조상의 얼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이 많이 알려져 청소년에게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지역 주민에게는 애향심과 사회 봉사심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월곡역사박물관이 주목받는 이유는 보물의 소장 여부를 떠나 조상의 정신을 잇기 위한 단양우씨 후손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월곡역사박물관이라 이름지은 이유도 임란의 전과를 올려 선무원종공신(宣武原從功臣) 일등에 녹훈된 우배선을 기리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로 건립한 씨족박물관이라고 자랑하는 우 관장은 "400여년 전 자신의 가재(家財)를 팔아 나라를 지킨 정신을 후손들이 박물관을 건립해 이어간다"고 말했다.

[다시보는 우리지역 박물관 .8] 월곡역사박물관
농경시대 생활관에 전시된 각종 생활용품들.
[다시보는 우리지역 박물관 .8] 월곡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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