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연구 50년 박상진 교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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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6-08   |  발행일 2012-06-08 제34면   |  수정 2012-06-08
"같은 소나무라도 토양·환경 따라 금강·미인·안강 등 품종 달라져
나무연구 50년 박상진 교수

“은행나무와 달리 소나무는 암수가 같이 있습니다. 대구·경북지역의 소나무는 대체로 5월 중순까지 송홧가루를 날리며 수정을 하지요. 바람을 매개로 꽃을 피운다고 해서 풍매화(風媒花)라고 합니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72·임산공학과·사진)는 50여년간 나무를 연구해 온 나무박사로 나무 고고학에 있어 국내 최고의 권위자다. 한때 ‘나무이야기’라는 주제로 영남일보에 오랫동안 연재를 하기도 했다. 그의 컴퓨터 메인 창에는 독도 전경이 떠 있고, 사무실 벽에는 대형 백두산천지 사진이 걸려있다.

박 명예교수는 퇴직 후에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한 빌딩사무실에서 나무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그를 만났다.

“소나무는 크게 우리가 알고 있는 소나무와 해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해송은 곰솔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일반 소나무는 껍질이 붉은 것이 특징이고, 동해안 등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은 껍질이 흑갈색입니다. 또 1920~30년대 미국에서 수입한 리기다소나무가 있는데 이 소나무는 전국의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구에는 앞산 은적사 뒤에 가면 많이 볼 수 있지요.”

그는 같은 소나무라도 토양과 환경에 따라 품종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울진의 금강송이나 백두산의 미인송 같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경주 흥덕왕릉의 안강송처럼 구불구불하게 자라는 소나무도 있다.

박 명예교수는 “사람도 직장과 사회에서 경쟁을 하지만 나무도 숲에서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경쟁을 한다”면서 ”소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양지 식물이면서 군락을 이뤄 자라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침엽수 중에는 일본에서 수입해 심은 편백나무가 가장 피톤치드를 많이 방출한다고도 했다.

그는 “소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척박한 환경에도 잘 자란다”면서 “삼국시대에는 지금처럼 소나무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조선시대 때부터 소나무가 가장 각광을 받는 나무가 됐다”고 주장했다.

나무연구를 위해 사진을 즐겨 찍는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경남 하동의 송림이 백사장과 어울려 기억에 남는 풍경”이라고 회상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울진 평해의 월송정이 규모도 크고 소나무도 좋다고 추천했다.

소나무재선충 같은 병이 창궐하면 소나무가 이 땅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그는 현재 소나무재선충이 많이 박멸돼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박 명예교수는 “숲에 사람이 들어가면 숲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무의 뿌리도 숨을 쉬기 때문에 무작정 경관을 조성한다고 길을 내는 것도 나무에는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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