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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구 교수<영남대의료원 순환기내과> |
고혈압은 자각증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대개의 경우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나타나는 증상도 개인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증상 없이 지내다가 방치하면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과 같은 합병증을 초래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고혈압은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무언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인간의 노화는 혈관의 노화에서 비롯되며, 혈관노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 고혈압과 당뇨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고혈압에 해당되며, 40세 이후부터는 이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정도가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는 비만 아동의 증가로 어린이에게도 고혈압이 많이 나타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혈압 환자의 30% 정도는 자기가 고혈압이란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고혈압 환자의 30% 미만에서만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고혈압 약 복용 환자의 3명 중 2명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이름을 정확히 모른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이들도 혈압이 얼마나 높아야 고혈압이라고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조절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의사의 처방에 의존한다. 절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고혈압 약 이름을 인지하고 있는 환자가 그렇지 못한 환자에 비해 혈압조절이 더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의 95% 정도는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이다.
2차성 고혈압은 어떤 특별한 질환이 원인이 되어 2차적으로 혈압이 높아진 경우다. 고혈압 환자의 약 5%로,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본태성 고혈압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성질이 강하다. 예를 들어 양친이 고혈압이면 자녀가 고혈압일 경우가 2명 중 1명, 한쪽 부모가 고혈압인 경우 자녀도 고혈압인 경우는 3명 중 1명 정도로 나타난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맵고 짠 식생활을 지속하거나 술, 담배, 스트레스 등 다른 원인이 겹칠 경우 고혈압이 나타날 확률이 커지게 된다.
젊은 사람이 별 이유 없이 고혈압이 되는 경우 이러한 유전적인 영향이 크므로 부모, 형제 중에 고혈압이 있다면 20대 때부터 혈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비만, 염분 과다섭취, 술, 담배, 음주 및 변비, 운동부족, 공격적인 성격 및 과로 등이 모두 고혈압과 관련 있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가 “어떻게 생활하면 됩니까”라고 묻는다. 이땐 “그냥 모든 것을 잊고 편안히 지내십시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혈압은 의사가 고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의사는 치료를 돕는 역할을 할 뿐 진짜 치료는 환자 스스로의 몫이라 할 수 있다.
신동구 교수<영남대의료원 순환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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