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기종 보잉 747 가덕도에선 못 뜬다”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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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0 07:05  |  수정 2016-06-10 08:55  |  발행일 2016-06-10 제2면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주장 허점
한근수 대경연 신공항연구팀장
“바다매립 확장, 천문학적 비용
수요 없어 24시간 운영 불가능”
20160610


정부의 영남권신공항 입지선정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대구지역 공항전문가가 부산이 주장하는 가덕도 신공항 우세설의 패착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근수 대구경북연구원 신공항연구팀장<사진>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에어쇼’를 방불케 하는 비행기 고도(수직)분리형 이·착륙시스템의 허점, 순수 24시간 공항운영 불가성 등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의 논리적 허점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24시간 풀 공항 운영 ‘사실상 불가’

한 팀장은 “부산이 주장하는 24시간 공항운영은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에 가깝다”고 했다. 24시간 운영된다는 런던 히드로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실제 밤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4시엔 심야 항공수요가 없어 운항을 하지 않는다. 관문공항인 인천공항도 밤 11시에서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비행기가 운항하는 횟수는 25편(4%)에 불과하다. 인근 주민들의 요구로 커퓨타임(야간운항금지시간)이 완전 해제된 청주공항도 수요가 없어 야간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야간에 운영하려면 이용객들이 공항과 연계된 교통망도 가동해야 하지만 이 또한 많은 비용부담이 뒤따른다. 해상공항(가덕도)을 지으려는 부산이 24시간운영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순전히 밀양후보지 주변의 소음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활주로 1본만으론 유럽·북미 못 가

가덕도 신공항에 활주로 1본(3천500m)만 설치해서는 유럽·북미노선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 요건을 충족하기가 힘들다. 장거리노선 취항을 위해선 많은 여객과 화물, 기름 등을 탑재해야 해 기본적으로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부산은 에어버스사의 최신 A380기종을 띄울 수 있다고 본다. 이 기종은 현재까지 가장 큰 항공기 기종이지만 엔진 성능이 좋아 부산이 계획하는 활주로 길이로도 이착륙은 가능하다. 하지만 전 세계 가장 많이 분포돼 있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의 주력기종인 보잉 747-400은 이 규모의 활주로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이 기종이 필요한 최소 활주로 길이는 3천750m다. 결국 가덕도에는 중·장거리 운행 기종 중 A380만 뜰 수 있다.

이에 밀양 신공항(활주로 2본)은 북미·유럽 여행객 수요를 염두에 두고 3천800m짜리 활주로 건설을 계획했다. 파리공항공단이 발표한 2014년 영남권항공수요조사에서 연간 3천500만명(2030년기준)이 국제선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수요가 계속 급증해 현재는 4천만~5천만명까지 내다보고 있다. 통상, 부산이 건설하려는 활주로 1본은 2천만명 정도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김해공항을 존치하려 했던 부산의 전략이 패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허브공항?…환승 기능 불투명

부산이 가덕도 신공항(국제선)을 허브공항으로 키우려는 의중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근 국내선(김해공항 존치시) 수요가 없으면 환승 등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게 한 팀장의 생각이다. 김해공항에 현재 인천공항까지 매일 20회 비행기가 운항되지만 향후엔 수요가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신공항 개항시점을 착공 후 15년 뒤로 보면 그때쯤에는 KTX 속도가 현재 시속 300㎞에서 400㎞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서울~부산 이동거리는 2시간 내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내선 수요는 제주 노선밖에 없는 셈이다. 부산은 일본 도쿄의 나리타(국제선 관문공항)~하네다(국내선) 공항 등을 롤모델로 해 김해공항을 존치한 상태에서 가덕신공항(국제선)을 보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에는 일본만큼 국내선 수요가 활발하지 않다.

◆바다매립 확장 사실상 불가능

부산이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가 공항 확장성이 좋다고 공언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설사 보전가치가 높은 지형, 동식물이 즐비한 국수봉(해발 269m) 완전제거, 바다 매립 등 난관을 거쳐 신공항을 짓는다고 해도 추가확장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가덕도 최고봉인 연대봉(459m)을 또 다시 잘라내야 한다. 가덕신공항 활주로 측면에서 1㎞쯤 떨어져 있는 이곳 또한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육로로는 확장할 방안이 없는 셈이다. 결국 또다시 바다를 추가 매립, 천문학적 건설비용을 정부에 떠안겨야 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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