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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영남권신공항 입지선정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대구지역 공항전문가가 부산이 주장하는 가덕도 신공항 우세설의 패착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근수 대구경북연구원 신공항연구팀장<사진>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에어쇼’를 방불케 하는 비행기 고도(수직)분리형 이·착륙시스템의 허점, 순수 24시간 공항운영 불가성 등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의 논리적 허점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24시간 풀 공항 운영 ‘사실상 불가’
한 팀장은 “부산이 주장하는 24시간 공항운영은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에 가깝다”고 했다. 24시간 운영된다는 런던 히드로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실제 밤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4시엔 심야 항공수요가 없어 운항을 하지 않는다. 관문공항인 인천공항도 밤 11시에서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비행기가 운항하는 횟수는 25편(4%)에 불과하다. 인근 주민들의 요구로 커퓨타임(야간운항금지시간)이 완전 해제된 청주공항도 수요가 없어 야간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야간에 운영하려면 이용객들이 공항과 연계된 교통망도 가동해야 하지만 이 또한 많은 비용부담이 뒤따른다. 해상공항(가덕도)을 지으려는 부산이 24시간운영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순전히 밀양후보지 주변의 소음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활주로 1본만으론 유럽·북미 못 가
가덕도 신공항에 활주로 1본(3천500m)만 설치해서는 유럽·북미노선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 요건을 충족하기가 힘들다. 장거리노선 취항을 위해선 많은 여객과 화물, 기름 등을 탑재해야 해 기본적으로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부산은 에어버스사의 최신 A380기종을 띄울 수 있다고 본다. 이 기종은 현재까지 가장 큰 항공기 기종이지만 엔진 성능이 좋아 부산이 계획하는 활주로 길이로도 이착륙은 가능하다. 하지만 전 세계 가장 많이 분포돼 있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의 주력기종인 보잉 747-400은 이 규모의 활주로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이 기종이 필요한 최소 활주로 길이는 3천750m다. 결국 가덕도에는 중·장거리 운행 기종 중 A380만 뜰 수 있다.
이에 밀양 신공항(활주로 2본)은 북미·유럽 여행객 수요를 염두에 두고 3천800m짜리 활주로 건설을 계획했다. 파리공항공단이 발표한 2014년 영남권항공수요조사에서 연간 3천500만명(2030년기준)이 국제선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수요가 계속 급증해 현재는 4천만~5천만명까지 내다보고 있다. 통상, 부산이 건설하려는 활주로 1본은 2천만명 정도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김해공항을 존치하려 했던 부산의 전략이 패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허브공항?…환승 기능 불투명
부산이 가덕도 신공항(국제선)을 허브공항으로 키우려는 의중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근 국내선(김해공항 존치시) 수요가 없으면 환승 등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게 한 팀장의 생각이다. 김해공항에 현재 인천공항까지 매일 20회 비행기가 운항되지만 향후엔 수요가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신공항 개항시점을 착공 후 15년 뒤로 보면 그때쯤에는 KTX 속도가 현재 시속 300㎞에서 400㎞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서울~부산 이동거리는 2시간 내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내선 수요는 제주 노선밖에 없는 셈이다. 부산은 일본 도쿄의 나리타(국제선 관문공항)~하네다(국내선) 공항 등을 롤모델로 해 김해공항을 존치한 상태에서 가덕신공항(국제선)을 보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에는 일본만큼 국내선 수요가 활발하지 않다.
◆바다매립 확장 사실상 불가능
부산이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가 공항 확장성이 좋다고 공언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설사 보전가치가 높은 지형, 동식물이 즐비한 국수봉(해발 269m) 완전제거, 바다 매립 등 난관을 거쳐 신공항을 짓는다고 해도 추가확장은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가덕도 최고봉인 연대봉(459m)을 또 다시 잘라내야 한다. 가덕신공항 활주로 측면에서 1㎞쯤 떨어져 있는 이곳 또한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육로로는 확장할 방안이 없는 셈이다. 결국 또다시 바다를 추가 매립, 천문학적 건설비용을 정부에 떠안겨야 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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