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신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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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04   |  발행일 2016-07-04 제30면   |  수정 2016-07-04
20160704
김형곤 (법무법인 중원 구성원변호사)

박근혜 정부 제1원칙으로
‘신뢰와 원칙’을 내세웠지만
정치는 물론 구성원들간의
신뢰마저도 추락하고 있어
국가발전 신뢰가 바탕돼야


공자의 제자 자공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비축하는 것(足食), 군비를 넉넉히 갖추는 것(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民信)”이라고 대답하였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중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民無信不立)”고 대답했다.

현 정부도 ‘신뢰와 원칙’을 제1의 가치로 내세우며 출범하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을 통하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추락했고, 최근의 영남권 신공항 사태를 겪으면서 적어도 대구·경북 유권자들에게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가 아니라 배신의 정치를 보여주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OECD의 2015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기준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34%에 불과하여 OECD 평균 41.8%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에서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였지만 우리 국민은 이를 그대로 믿지 않고 정부의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에서 그 단 적인 예를 볼 수 있다.

정부와 정치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단순히 민주주의의 쇠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효율성을 악화시켜 경제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데, 한 연구 결과는 국가 신뢰지수가 10% 떨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은 0.8% 하락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부 및 정치 지도자에 대한 신뢰만 추락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 상호 간 신뢰도 추락한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사회적 신뢰 수준, 즉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설문에 ‘그렇다’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1982년 38%, 1996년 30%, 2000년 27%로 하락하였고 2010년에도 26%에 그쳤다. 결국 우리 사회는 신뢰와 협력의 공동체가 아니라 불신의 사회, 승자독식의 경쟁 지상주의 구조하에서 아직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의식이 만연한 천민자본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의 축적된 자본 중에 가장 중요한 자본이 신뢰(trust)이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그 사회가 지니고 있는 신뢰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고(高)신뢰사회는 무한대의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저(低)신뢰사회는 거래비용의 증대로 결국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신경제학자 폴 자크의 연구결과도 후쿠야마의 주장과 일치하는데, 국가별로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국가 경제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구성원이 믿을 만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5% 증가할 때마다 그 나라의 GDP가 1% 상승한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결국 한 사회나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 및 정치적 신뢰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구성원의 삶의 만족도가 높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적 신뢰 수준도 높아가고, 반대로 구성원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소득격차 및 불평등이 심하다고 느끼면 사회적 신뢰도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치적·경제적으로 법에 의한 지배,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 및 공공성, 부정부패의 척결, 소득의 안정 및 분배의 불평등 완화도 중요하지만, 사회적·개인적으로는 상호 소통을 통한 이해와 공감대의 형성, 연대의식의 함양, 공동체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는 공유가치의 창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복지국가는 신뢰와 협력의 공동체에서 이룩되는 것이지 반목과 갈등의 분열체에서는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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