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진정한 리더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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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9   |  발행일 2016-08-29 제30면   |  수정 2016-08-29
20160829
김형곤 (법무법인 중원 구성원변호사)

차기대통령 유형 설문조사
‘국민소통형’응답 가장 많아
정약용 선생의 목민관 실천
거둬들이는 데만 급급말고
백성을 기를바도 알아야해


알렉산더가 마케도니아 대군을 이끌고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사막을 지나고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마케도니아 대군은 준비한 물이 다 떨어져 군사들이 목말라 죽기 일보직전이었는데 마침 작은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병사들은 당연히 오아시스의 물을 떠서 제일 먼저 대장인 알렉산더에게 가져갔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그 물을 마시지 않고 말했다. “계급이 가장 낮은 병사부터 이 물을 마시게 하라. 나는 병사들이 다 마신 후에 마지막으로 마시겠다.” 오아시스에 있는 물은 마케도니아 대군 전부가 마시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알렉산더는 물을 마시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병사들은 대장이 아직 마시지 않았으므로 마음껏 물을 마시지 않고 조금씩 아껴서 나눠 마셨고 그 결과 마침내 알렉산더까지 마실 수가 있었다. 알렉산더는 페르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동서의 문화융합으로 헬레니즘문화를 창조했다. 그리고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내 손을 무덤 밖으로 빼내서 묻어 주시오. 천하를 쥔 나도 죽을 땐 빈손이란 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소”라고.

지금 알렉산더대왕의 일화가 생각나는 것은 진정한 리더에 목마른 우리의 갈증 때문일 수 있고,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두 세력을 통합하고 아우르는 위대한 통일 한국의 창조를 바라는 애틋한 염원 때문일 수도 있다.

몇 해 전에 모 방송국 스페셜 제작팀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 13개국을 로케이션 취재하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많은 대답을 받은 리더 유형은 ‘소통’을 잘 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리더였다고 한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의 유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소통형’이 1위였고 국민과 소통을 잘하는 대통령이란 ‘상식 수준에서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처신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리더의 자질이나 덕목 중 어떤 것은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중요성을 유지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사회의 변화 때문에 의미가 퇴색돼 버린 것도 있으며, 새로운 항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덕으로써 이끌고 예로써 가지런히 하면 사람들이 부끄러움이 있을 뿐 아니라 떳떳해진다(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고 해 덕(德)과 예(禮)를 강조했다.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명상록’에서 지도자의 덕목으로 지혜, 정의감, 강인함, 절제력을 내세웠다. 그리고 몇 년 전 한국에서 원하는 리더의 조건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나타난 지도자의 중요한 조건은 소통과 솔선수범, 비전과 변화 주도, 포용으로써 ‘소통’과 ‘비전’이 중요한 요소가 됐으며, 최근에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해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어주는 리더십도 강조되고 있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섬김의 리더십’까지 발휘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 그런 호사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단념했다. 다만 정치지도자들이 ‘소통’과 ‘공감’의 정치를 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절실한 요망이다. 거기에 ‘비전’과 ‘정의’까지 세워주기를 진심으로 원하지만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문전박대를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내가 너무 소심하거나 정치지도자들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인가. 정말 나의 잘못이기를 바란다.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서문에는 “군자의 학은 수신이 그 반이요, 나머지 반은 목민인 것이다.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에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바는 알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정약용 선생의 목민관을 실천하기를 고대하면서 “위대한 지도자는 남에게 그늘을 드리우지 않는다”는 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물론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정의로워지는 것”이라는 카뮈의 격언처럼 우리 국민 스스로도 좀 더 정의로워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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