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생득권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10-04   |  발행일 2016-10-04 제31면   |  수정 2016-10-04
[CEO칼럼] 생득권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한 사람이 노력하거나 경험하여 얻는 권리가 아닌, 사람이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권리를 생득권(生得權)이라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살 권리가 있다는 이른바 ‘이스라엘 생득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적과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해외에 거주하는 유대인 젊은이들이 성인이 될 무렵에 본국으로 초대해 10일간 집중적으로 여행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히브리어로 발견이라는 뜻의 ‘타글릿’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말뜻 그대로 모국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서로가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유대인 전통 및 가치를 경험하면서 각 개인이 유대인 공동체의 일원임을 발견하게 하자는 취지다.

1999년 12월 두 명의 독지가에 의해 시작되었고, 현재는 디아스포라 전담 부처가 신설되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이전 참가자와 부모, 개인 기부자 등 다양한 채널로부터 자체 기금을 조성하여 조직적으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유대인의 ‘천부적인 권리’로 정착되면서 매년 4만5천 명가량의 유대인 젊은이가 본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본국을 여행하면서 유대적 민족의식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고, 본국과의 결속이 강화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보다 해외에 더 많은 디아스포라가 있는 이스라엘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 역시 대표적인 한민족 디아스포라 국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으로 약 720만명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재외동포)가 세계 170여 개국에 정착해 있다.

이토록 많은 재외동포가 있는 국가지만 그들에 대한 배려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이국에서 나서 자란 재외동포 2, 3세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낯선 곳이며 이국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는 해외 한인 사회의 네트워크 지원을 위해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재단을 설립해 민족교육, 네트워크 구축 등 여러 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타글릿’과 같은 재외동포 젊은이의 한민족 정체성 확립을 위한 지속적이며 전략적인 프로그램은 미약한 실정이다.

재외동포들은 일제 강점기에 항일 독립운동, 민주화와 인권 운동 등 대한민국의 독립과 산업화, 민주화에 공헌했다. 현재 재외동포들이 자신이 정착한 경제권을 배경으로 대한민국과의 경제·문화 교류의 매체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여러 방면에서 해외 진출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다가올 한반도 통일과 새로운 동북아시대의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으며, 특히 200만명에 이르는 재중동포는 북한 변화를 주도할 가장 귀중한 인적자산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재외동포에게 모국인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을 신장시키는 데 보다 진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하겠다. 그것은 무엇보다 재외동포들이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흩어져 있는 모든 재외동포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인격적으로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여 상호 간에 연대의식을 높임으로써 지역적 차이점을 줄이고 간격을 좁혀 갈 때 한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융성하는 화합의 길이 열릴 것이다.

10월5일은 제10회 세계한인의 날이다. 또한 올해로 17회를 맞는 세계한인회장 대회도 같은 날 서울에서 열린다. 앞으로 많은 재외동포가 한국을 찾을 것이다. 이들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이 낯선 땅, 이국땅이 되지 않도록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재외동포 정책과 다양한 채널을 통한 민간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전 세계 720만 재외동포의 생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스라엘의 ‘타글릿’과 같은 차세대 육성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국가전략이 될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