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는 반려동물…여름철이 더 두렵다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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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5 08:20  |  수정 2018-07-05 08:32  |  발행일 2018-07-0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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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0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인근지역에 유기 고양이가 돌아다니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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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인근 원룸촌에는 서너 마리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골목골목으로 울려퍼졌다. 고양이들의 울음은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한 절규처럼 들리기도 했다. 이 소리는 약 30분간 이어지다가 지친 탓인지 이후 다시 잠잠해졌다.

주민 이모씨(여·52)는 “방학 때만 되면 학생들이 키우다가 버리고 간 유기동물들이 자주 목격된다”며 “아무래도 방학 때는 학생들이 본가로 많이 내려가고, 휴학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예전엔 강아지가 많았는데 요새는 고양이들이 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반려동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휴가·방학 등 장기간 집을 비우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기르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건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학·휴가로 집 오래 비우면서
기르던 개·고양이 등 유기 급증
대구 작년 6∼8월 1천마리 훌쩍

전문가 “무분별 동물 판매 금지
반려인들 책임감 있는 자세 필요”


4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대구에서 버려진 반려동물은 4천187마리에 이른다. 하루에 11.47마리씩 버려지는 셈이다. 축종별로는 개 2천345마리, 고양이 1천777마리, 기타 65마리다.

이 같은 유기동물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3천434마리에서 2016년 4천4마리, 2017년 4천187마리로 늘었고, 올해도 벌써 2천190마리가 버려졌다. 구·군별로는 달성군이 667마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달서구(666마리), 수성구(657마리), 서구(607마리), 북구(522마리), 동구(484마리), 남구(405마리), 중구(179마리) 순이다.

동물 유기는 여름철에 특히 많이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지역 여름철(6~8월) 유기동물 수는 1천352마리로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유기동물 3마리 중 1마리는 여름 휴가철에 버려지는 셈이다. 이어 가을(9~11월) 1천134마리, 봄(3~5월) 1천66마리, 겨울(12~2월) 635마리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6월이 522마리로 가장 많았다. 이어 5월(498마리), 7월(442마리), 9월(412마리), 10월(389마리), 8월(388마리) 등 순이다.

전문가들은 유기동물 수의 증가는 과잉번식에서 비롯됐으며, 무분별한 동물판매 금지 및 반려인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유기동물이 줄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과잉번식이다. 너무 많은 번식장들이 난립해 있고 판매업소도 많다. 때문에 엄격한 입양절차 없이 헐값에 물건처럼 동물들이 팔려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동물을 많이 기르는 나라에서는 유기동물 문제가 항상 발생한다. 하지만 선진국은 유기동물 수를 줄이기 위해서 펫숍을 금지해 무분별한 동물판매를 줄이는 추세다. 또 중성화수술을 통해 개체 수가 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전환했지만 아직까지 무늬만 허가제다. 신규허가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반려동물 등록제, 반려인에 대한 교육 등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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