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사진‘죽음을 탐구하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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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3   |  발행일 2019-06-03 제22면   |  수정 2019-06-03
박찬호 작가 작품집 출간기념 展
제의·다비식 다니며 카메라에 담아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사진‘죽음을 탐구하다’
박찬호 작

‘귀(歸)-RETURN’. 죽음을 탐구해온 박찬호 사진작가(48)의 작품집 제목이다. ‘죽음’을 ‘돌아감’으로 보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사진집은 대구 남구 고미술거리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표 석재현)에서 출간됐다. 작품집 출간을 기념해 루모스에서 개인전도 진행되고 있다.

작가는 “한국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셨다’는 표현을 쓴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에서 왔기에 다시 돌아간다는 것인가에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과 신당, 유교식 제의, 큰 스님들의 다비식까지 죽음을 화두로 한 장소를 카메라에 담았다. “국회도서관에서 마을 제의를 조사한 다음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연출한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현장에서 허락을 받지 못해 못 찍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작가는 죽음을 소재로 작업을 하면서 ‘치유’가 됐다고 밝혔다. “40대 초반 사업도 안되고 아내와도 많이 다퉜습니다. 힘들 때면 카메라를 들고 종가 제사나 마을 제의, 다비식을 다녔습니다. 촬영을 할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몰입하는데, 찍은 사진을 선택하는 시간이 되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난 왜 이렇게 불행하지’라고 괴로워했는데, 갈수록 ‘나만 힘들지 않구나’라고 인식하게 됐습니다.” 사적 다큐가 공적 다큐로 전환된 셈이다.

사진작업을 통해 어머니의 죽음도 극복하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병실에서 어머니를 간호했습니다. 췌장암으로 고생하셨던 어머니는 3년 동안 항암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어머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 환자들의 비명 소리가 더 무서웠습니다. 한동안 어머니의 죽음을 잊어버리고 살다가 작업을 하면서 맞닥뜨리게 됐고,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사진에는 직관이 힘이 담겨 있다. 작가는 “개념이 쌓이면 사유가 되고, 사유가 쌓이면 몸에 새겨진다”며 화면을 포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2016년 싱가포르 국제 사진페스티벌의 오픈콜 작가로 선정됐던 작가는 지난해 한국 다큐사진가로는 처음으로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6일까지. (053)766-357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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