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김시우씨(28)는 인적성검사가 늘 고민이다. 탄탄한 스펙과 자기소개서로 서류심사까지는 합격하지만, 번번히 인적성 검사에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깊게 생각하고, 푸는 시험의 경우 자신이 있지만, 단시간에 풀어야 하는 인적성검사는 늘 고민이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인터넷 강의나 학원을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적성 검사는 대기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에게는 필수코스 중 하나다. 삼성, SK, 현대 등 상당수의 대기업이 인적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서류심사-인적성검사 및 필기시험-면접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보통 서류에서 합격인원의 50배수를 뽑고, 인적성 시험을 통해 20배수를 뽑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취업준비생이 인적성 검사를 어려워하고 있다. 취업 전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 2일 인적성 검사를 준비 중인 구직자 1천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3%가 ‘인적성 준비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가량(49.7%)은 인적성 검사 때문에 입사지원 자체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사람인에 따르면 대기업의 약 80%가 인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공기업에서는 NCS를 도입해 인적성검사를 보고 있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는 직업기초능력과 직무적성능력 등으로 나뉘는데, 직업기초능력은 대기업의 적성검사와 유사하고, 직무적성능력은 전공시험에 해당된다.
인성, 신뢰도 문항 곳곳에 제시
자신의 기본성향 숨기지 말아야
적성, 기업별보다 통합으로 공부
서류전형 통과후 기업별 준비 유리
준비하는데 1년에 평균 30만2천원
취준생 취업비용 늘어 부담되기도
◆인적성 검사는 무엇일까
대학교육까지 마친 취준생들에게 속력과 소금 농도 등의 시험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성검사는 단순히 사람들의 수리 및 계산능력을 보는 게 아닌 직무에 대한 통합적인 장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주로 수에 대한 감각,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인성 검사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성을 가진 사람을 판별하기 위해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인적성 검사의 출발을 1990년대 후반으로 본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영어, 전공, 상식 시험을 주로 봤지만, 이때부터 대기업에서 앞다퉈 직무적성 검사를 내놓았다. 이때부터 ‘삼성고시’ ‘현대고시’라는 말이 나왔다.
대구에서 인적성 강의를 하고 있는 박윤씨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인적성을 시작한 회사는 SK다. 인적성 시험은 제한된 시간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먼저, 인성검사는 말 그대로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성과가 좋은 회사 내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쳐 완성된 게 바로 ‘인성검사’ 문제다. 기업들은 인성에 관한 특징들을 잡아 “이번 시즌에는 이런 특징을 가진 지원자를 뽑자”라는 타깃을 설정하고,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타깃으로 설정된 특징을 보인 지원자를 뽑는다. 즉, 내가 인성이 좋다고 해도 기업이 설정한 타깃과 맞지 않으면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적성검사는 인성보다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적성검사의 출제범위는 언어 영역부터 소금물 농도, 속도 문제, 도형까지 다양하다. 인적성 강사인 박 씨의 말대로 제한된 시간 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문항수도 많고, 시간도 짧다.
◆인적성 검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인성검사에서 중요한 핵심은 단체생활 능력, 협업능력 등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인재상을 미리 보고 그에 맞게 문제 풀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기본 성향을 어기면서까지 문제를 풀어선 안된다. 인위적인 답변을 걸러내는 ‘타당성 및 신뢰도 체크 문항’이 문제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인성검사에서 일관성 보다는 솔직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박윤 강사는 “많은 고민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적성검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털어놓는 고민 중 하나는 “모르는 문제는 찍어도 될까”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답 감점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오답 감점 여부가 있다면 모르는 문제는 남겨 놓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렇다면 적성검사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기업별보다는 통합으로 공부하는 것이 옳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요 대기업과 은행 심지어 공공기관까지 각종 이름을 붙여 인적성 검사를 진행한다. 그런 만큼 공통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부족한 유형이 어떤 것인지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류전형 통과 후 인적성검사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시간이 없는 만큼 평소 통합적으로 준비해두다가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 기업별로 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인적성 검사로 늘어나는 취업비용
인적성 검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이준형씨(26)는 “상식이나 역사까지는 이해가 되도, 스피드 퀴즈와 같은 이런 인적성 검사가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적성 검사가 실무와 상관없다고 느끼는 취업준비생들이 많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적성검사 중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는 분야는 수리(36.2%)였다. 분수, 시간 문제를 이른 시간 내로 풀어야 하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인적성 검사가 취업 비용을 더 증가시켜 취업준비생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시중 서점에서 판매 중인 ‘직무적성검사’ 문제집 가격은 평균 2만원대다. 또 인터넷 인적성 강의는 20만원대를 육박한다. 지난해 취업전문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이 인적성 준비 비용으로 1년에 평균 30만2천원을 지출했다. 스펙 쌓기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인적성 검사로 또 다시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이다.
각 대학에서도 인적성 검사에 대한 고민이 많다. 기본적인 스펙의 경우 학교에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인적성 검사는 학생 개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대학 취업지원실 관계자는 “인적성 검사를 위한 프로그램을 특별히 운영하지 않고, 모의 시험 정도의 프로그램만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적성 검사가 지원자들을 선별할 수 있는 객관적 도구라고 말한다.
적은 채용인원에 비해 많은 수의 지원자가 몰리는 만큼 그들을 걸러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적성 검사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박윤 강사는 “기업 입장에서 인적성 시험의 가치는 충분하다. 인적성 검사 하면 대표적으로 삼성이 떠오르는데, 삼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이 채택한 채용절차 중에 인적성 검사가 있다는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적성 검사는 최고를 뽑는 시험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을 만들면 되는 만큼 취업준비생의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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