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흥겨운 ‘트로트 마당극’에 빠져볼까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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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16면   |  수정 2019-11-08
지역 은퇴세대로 구성된 청춘어울 극단
9일 생활연극제서 ‘내 사랑 애랑’ 선봬
배비장전 각색…위선적인 양반들 풍자
어르신들의 흥겨운 ‘트로트 마당극’에 빠져볼까
실버 극단인 ‘청춘어울 극단’이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생활연극제’ 마지막날인 9일 관객에 선보일 ‘내사랑 애랑’ 공연 모습. <청춘어울 극단 제공>

지난달 29일 북구 어울아트센터의 오봉홀(소공연장). 이곳에서는 실버 극단인 ‘청춘어울 극단’ 단원 10여명이 서울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생활연극제’(2~9일) 마지막날인 9일 선보일 공연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대사와 동선, 간단한 율동을 체크하며 호흡을 맞췄다. 극을 이끄는 해설자가 등장하기도 했고, 배우들이 가요를 열창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을 펼치는 청춘어울 극단은 지역의 은퇴 세대로 구성된 생활문화단체다. 단원은 50~70대 11명 정도. 북구 어울아트센터에서 생활연극 극단으로서 2016년 7월 창단됐고, 2018년 행복북구문화재단 예술단체로 소속돼 있다. 주 2회 행복북구문화재단에서 모여 연극 연습을 하고 있으며, 주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위문·초청 공연을 하고 있다. 2016년 창단 공연인 ‘울고넘는 박달재’를 시작으로 ‘마당놀이 얼쑤 배비장’ ‘시집가는 날’ ‘배비장’ 등을 선보였다.

극단을 이끄는 이는 원로연극인이자 한국생활연극협회 대구지회장을 맡고 있는 채치민씨다. 그는 극단 감독으로 연출과 연기 지도 등 연극 전반을 도맡고 있다. 채 감독은 “연극에 관심을 가진 은퇴 세대에게 연극 문화예술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 생산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부여해 단순한 여가 차원을 넘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극단을 창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이날 열심히 연습 중인 공연은 ‘내 사랑 애랑’. 연극 ‘배비장전’을 각색한 작품으로, 허세와 위선에 가득찬 양반을 고발하는 풍자극이다. 여색에 빠지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배비장이 제주목사의 명을 받은 기생 애랑과 방자의 계교에 속아 망신을 당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공연이 특이한 것은 ‘당신의 의미’ ‘애모’ ‘당신은 바보야’ 등 트로트와 가요가 가미된 마당극 형식의 가요뮤지컬이라는 점이다. 또한 극단 멤버가 대부분 여성이라, 여자가 남장을 해 공연을 펼치는 것도 남다르다.

채 감독은 “주로 어르신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다보니, 노래가 들어가는 흥겨운 작품을 택한다”면서 “3년 동안 정극·악극·마당극의 공연으로 쌓은 단원들의 기량으로 올해 서울에서 처음 개최되는 ‘대한민국 생활연극제’에 참가하게 됐다. 조선시대 여성 남장의 창극(唱劇)인 국극단의 형식을 빌려 창을 빼고 트로트 위주로 극을 흥이 나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수연 청춘어울 극단 회장(74)은 “30대 때 한 탤런트시험에 합격했는데 아이들 키우고 가정 돌보느라 그 꿈을 접어야 했다. 현수막을 보고 극단에 가입하게 됐는데, 단원들과 함께 어울려 연극을 하면서 노후를 보내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 연극이 일상의 활력을 주고 자신감과 용기도 준다”면서 “서울에서 공연하는 데 눈물날 정도로 좋다”고 기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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