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결혼식 답례품 안 받기

  • 서홍명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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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27   |  발행일 2019-11-27 제11면   |  수정 2019-11-27
[시민기자 세상보기] 결혼식 답례품 안 받기

결혼시즌에는 주말마다 이리저리 예식장을 찾는다. 하루에 2~3군데를 다닐 때도 있어 자연스레 식사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며칠 전 오후 2시 예식을 마치고 나니 3시가 가까워졌고, 점심은 앞서 먹은 터라 식장에서 나눠주는 답례품을 받았다.

친구의 막내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들 중 일부는 가고, 남은 친구들과 결혼식장 옆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식권과 교환해 받아 온 답례품이 은근히 신경 쓰였다. 다른 친구들의 손에는 답례품이 들려 있지 않아 더욱 그러했다.

답례품은 경주에서 만든 빵인데 딱히 내키지 않았지만 더치커피와 빵 두 가지 중 선택의 여지가 없어 빵을 받아 들었다.

경주 빵을 한 손에 들고 집에 들어서니 “그게 뭔교?”라며 아내가 묻는다. 결혼식 답례품으로 받아 온 빵이라고 했더니 “먹을 사람도 없는데 뭐 하러 갖고 오는교? 그 빵 3만5천원짜리인데 안 가져오면 친구한테 득 아닌교?”라며 핀잔을 준다.

순간 황당했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아차” 싶다. 축의금 냈으니 답례품을 받아오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고 받아 왔으나 아무리 보아도 3만5천원의 가치로 보이지 않는다. 먹지도 않는 걸 가져와서 친구한테 3만5천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아내의 논리가 틀리지 않다.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순간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답례품은 예식장에 참석했으나 개인 일정으로 식사를 못하고 돌아서는 하객에게 혼주가 마음을 담아 성의를 표하는 것인데 가격대비 초라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식장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답례품의 매입 가격과 제품의 질을 물었더니 대강 1만원을 넘는 답례품은 없다고 한다. 심지어 5천원대도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식장에서는 답례품을 받아갔을 경우 식사한 것과 똑같이 매겨 3만5천원 정도를 혼주에게 청구한단다. 예식장의 여러 사정과 입장이 있겠지만 이건 좀 아닌 듯하다.

하객을 대하는 혼주의 마음과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답례품의 격을 높이고 다양함을 갖추는 게 맞지 않을까. 예식장이 답례품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서비스로 결혼 축하에 동참하다 보면 예비 신랑, 신부나 혼주가 더 자주 찾게 될 것이고 더불어 예식장의 품격도 올라가리라고 예상한다.

그보다 ‘앞으로 식장에선 답례품은 받지 않아야겠다’다짐부터 한다.

서홍명 시민기자 abck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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