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옥의 그림 같은 집] 빛으로 짓는 흥겨운 집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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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40면   |  수정 2020-09-08
[서영옥의 그림 같은 집] 빛으로 짓는 흥겨운 집
‘수성빛예술제’ 참여 작가 신강호 작품.

가을의 화신 국화가 곱다. 꽃에 눈을 포개고 세어보니 모두 여덟 송이. 날씬한 꽃대에 앙증맞게 피어난 소국에서 청초한 미감이 감돈다. 본질 같은 담백한 멋이 “아!”하는 감탄사로 이어진다. 향기까지 맡았더라면 감동은 배가 되지 않았을까.

환하게 웃어주는 노란 국화 덕분에 하루가 밝다. 빛처럼 밝고 환한 모습이야말로 행복전도사다. 그보다 더 큰 행복전도사는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밝은 마음이지 않을까. 몇 개월째 공들이고 있는 일에도 수천 개의 불빛이 밝게 빛난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준비하고 있는 그 일은 바로 ‘제1회 수성빛예술제’이다.

수성빛예술제에서 작가전시 감독이라는 나의 포지션은 전체 행사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축제의 핵심은 주민참여이며 작가 전시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작품성을 겸비한 작가들의 작품이 빛축제에 동참함으로써 더욱 의미 있는 예술제로 거듭날 것이라는 의견을 대구 수성구청이 경청했고, 그 제안을 수렴한 것이다. 예술의 비전과 가능성을 예단할 줄 아는 수성구청의 안목이 가늠되는 대목이다.

좌충우돌 이변도 많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전시 감독이 다양한 예술작품을 초대할 수 없다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지만 현장을 누비며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일은 덤의 보람이다. 참여 작가 10인(김형표, 노창환, 노열, 리우, 신강호, 어호선, 이상헌, 이정, 이시영)은 미술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이다. 짧은 준비기간상 노하우와 기량을 겸비한 작가들이 참여의 우선권을 획득한 셈이다. 20~30년을 꾸준히 창작에 매진해온 그들에게 감독인 나의 역할은 매끄럽고 투명한 진행일 것이다.

풍성한 볼거리와 참여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학생청년작가 작품전이다. 청년이야말로 장래가 촉망되는 희망의 아이콘인 만큼 좀 서툴긴 하겠지만 축제를 이끌 주인공으로서도 손색은 없다. 두 차례의 심사와 논의, 제작 과정 체크에 더해 설치장소 조율에 이어 전기배선경로 확인 등, 촘촘하게 일정을 소화하는 요즘, 손에는 땀이 흥건하다. 작품 설치(12월14일)까지는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관계자 모두가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짐을 달게 지고 가는 것이지 싶다. 다수 전문가들의 고견에 귀 기울이며 준비한 녹록하지 않았던 과정을 요약정리하면 이렇다.

제1회 수성빛예술제 개최를 위해 수성구청이 보인 노력과 의지는 정말이지 인상이 짙다. ‘수성빛예술제’(12월20일~2020년 1월12일)는 대구 수성구청(구청장 김대권)이 주최하는 빛예술제다. 수차례의 작은 회의는 차치하고라도 두 번의 큰 포럼은 신중했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난 5월28일 수미창조포럼에서는 ‘수성빛예술제 추진방향’을 모색했고 이어 7월11일에는 ‘빛축제평가 및 수성빛예술제(안)’를 보고했다.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관계자와 수성구의원들, 주민대표, 수성미협회장 등이 참석한 포럼이었다.

[서영옥의 그림 같은 집] 빛으로 짓는 흥겨운 집
화가·미술학박사

엄밀히 따지면 ‘수성빛예술제’ 개최는 세 번의 진지한 논의를 거친 셈이다. 지난 6월15일 수성구미술가협회(회장 김강록)가 ‘지역 문화 콘텐츠로서의 빛 조명 축제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빛예술제 관련 세미나도 기획했기 때문이다. 6인의 대학교수 및 박사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빛축제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타진한 자리였다. 수성구의원들을 비롯해 구청 관계자와 다수의 미술인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 발제자로 나선 나는 소논문 한편 분량의 연구를 발표했고, 그 연구가 이번 전시감독 역할수행에 지침이 되니 일거양득이다.

우리 선조들은 흥겨운 가락과 춤으로 고단한 삶을 털어내곤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축제는 흥(興)이 밑바탕이다. 우리말로 본다면 신이 나서 감탄하는 소리에 해당되는 흥은 흥미, 흥바람, 흥분, 흥겹다 등으로 파생된다. 한자어 흥(興)도 우리말 흥과 같이 풍류심으로 포괄된다. 제1회 수성빛예술제는 빛으로 짓는 흥겨운 집이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짓는 집인 만큼 빛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흥겨운 축제의 집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수천 개의 등불이 어둠을 밝히는 수성못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밝은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축제의 집을 꿈꾸며, 결과의 저울질에 앞서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관계자들은 더욱 힘이 날 것이다.

화가·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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