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격차로 인해 눈물짓는 어르신...기차.영화 등 티켓예매 애로많아

  • 박종문,정지윤,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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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2 18:37  |  수정 2020-01-13 08:04  |  발행일 2020-01-13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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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8시30분쯤 동대구역 제2맞이방. 설 연휴 승차권 구입을 기다리는 사람 가운데 어르신들의 뒷모습이 많이 보인다.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7일 오전 8시 30분쯤 동대구역 제2맞이방. 설 연휴 열차 승차권 현장 예매로 100여명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동대구역을 찾은 시민들 중 20~30대 젊은 층들은 10명 남짓, 대부분은 어르신이었다. 서울행 기차표를 예매를 위해 동대구역을 찾은 이숙희씨(여·65)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승차권 예매를 해봤는데 어려워서 포기했다"라며 "현장 예매를 하면 탑승 날짜, 목적지만 말하면 바로 결제가 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하나하나 모두 해야 하니 이게 되는 건지 불안하기도 하고,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일상에 자리잡으면서 상당적으로 여기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모바일 기기 사용 능력에 따른 정보격차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연령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 통계'에 따르면, 일반 국민 평균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100%으로 봤을 때 60대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0.3%, 70대 이상은 27.4%에 불과했다. 반면 20대의 경우 127.0%, 30대는 123.0% 등으로 높았다. 

 

코레일이 2018년 한 해 동안 역 창구를 통해 기차 표를 구매한 연령대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70대가 35.3%, 60대가 14.5%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지만, 10대(2.6%), 20대 (2.5%), 30대(3.2%)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았다.

 

8일 코레일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디지털기기 이용이 익숙지 않아 젊은 사람보다 승차권을 예매하는 속도가 느리다. 현장에 와서 주로 구매를 하는데, 이 경우 표가 이미 매진돼 있어 자리를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많고, 입석을 이용하게 되는 사례도 속출한다"고 설명했다.

 

홈쇼핑과 영화 티켓 예매 등에서도 이런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홈쇼핑을 자주 이용했던 김규철씨(59·수성구 사월동)는  "홈쇼핑에서 물건을 살때 스마트폰 앱으로 구매하면 더 저렴하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앱으로 주문하면 결제 방식이 어렵다. 이에 전화로 주문하면 안내원이 '앱을 이용해 구매하라'고 이야기한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어 그는 "전화 주문을 하려니 더 비싸게 사는 기분이 들어, 최근엔 홈쇼핑에서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고 말했다. 앱으로 구매할 경우 통상 10%가량 할인(상한액 약 2만원)되고, 무이자 등 혜택 등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구 지자체들에선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구는 현재 주민 28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폰 앱 다운받기, 인터넷 검색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달서구는 지난해 1천 여명을 상대로 컴퓨터 활용, 스마트폰 교육 등을 포함한 정보화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교육 내용이 전화 및 문자보내기, 어플리케이션 설치법 등 디지털 기기 사용 기본교육, 심화과정으로의 SNS활용법 교육만 이뤄져 실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키오스크 사용, 모바일 앱 사용 등에 대한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달서구 관계자는 "추후에 실생활에 도움되는 교육 과정을 고려할 것"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디지털 시대에 따라오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만, 기업도 동참할 수 있는 근거와 여유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극심한 디지털 격차는 소통단절 등으로 인한 존재감 상실로, 어르신들이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어르신들의 소통을 막는 디지털 정보 격차를 보완할 수 있는 재사회화와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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