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상업에 밀려나고 관객은 등돌리고 빛 잃은 문화거리

  • 이은경,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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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1 07:10  |  수정 2020-02-01 08:27  |  발행일 2020-02-01 제1면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거리들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다 문화 소비시장의 변화, 업계의 자구책 부족, 지원 체계 미비 등이 맞물리면서 예전의 영화를 잃어가고 있다.

'대구의 인사동'이라 불리던 봉산문화거리는 최근 '소비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카페, 빵집, 레스토랑 등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면서 화랑을 비롯한 문화 관련 업종들이 거리를 떠나고 있다. 한때 20여 개에 이르던 화랑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임대료는 갈수록 뛰어오르고 있다. '문화'는 없고 '소비'만 넘쳐나는 정체불명의 거리가 되어가는 중이다. 

대구의 대학로를 만들겠다는 부푼 꿈에 차 있던 대명공연거리도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명공연거리는 계명대의 캠퍼스 이전으로 인근 점포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방치됐던 골목 주변에 연극 소극장과 극단 사무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형성됐다. 2005년 소극장 우전을 시작으로 한울림, 예전 등이 둥지를 튼 데 이어, 2016~2017년 소극장 집적화 사업으로 소극장 8개가 추가로 생기면서 하드웨어 면에서 한강 이남 최고의 소극장 거리로 우뚝 섰다.

하지만 지자체의 단발성 지원과 성과 위주의 행정, 연극계의 자체적인 노력 미비 등이 관객들의 외면과 수익성 악화, 콘텐츠 질 저하라는 악순환을 불러오면서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 지난달 말 고도 5층 극장이 운영난으로 폐관하게 되면서 지역 연극계는 충격과 자성의 시간 앞에 서게 됐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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