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 김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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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5   |  발행일 2020-02-05 제13면   |  수정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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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3세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서로 누르려고 엄마와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난감해진 아이 엄마는 "누굴 닮아 저러는지…. 죄송합니다. 10층! 얼른 눌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며 허락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TV 프로그램에서 봤듯이 대부분 개의 이상한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이는 견주가 개의 행동 특성을 잘 모르거나 개가 경험한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자기식대로 사랑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훈련사가 개에게 공감한 후 사랑을 베풀어주면 개는 점차 견주가 만족해하는 상태로 치료가 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탓하기 전에 엄마 공부부터 해야 할 것이다. 좋은 엄마도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아줘야 한다.

숫자에 눈 뜬 아이, 얼마나 엘리베이터 숫자판을 누르고 싶었을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누른 숫자판 덕분에 육중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니, 얼마나 신났을까.

유아가 기고, 서고 그리고 걸을 수 있는 15~16개월이 되면, 엄마 주변을 맴돌며 더 많이 분화한다. 나아가 무엇이든지 혼자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36개월이 되었을 때의 유아는 엄마 이외의 다른 사람과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며, 엄마의 부재에도 특이한 자아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을 갖는다.

이 시기에는 엄마를 떠나서도 혼자 할 수 있는 느낌이 엄마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 해, 다시 엄마에게 매달리며 재롱을 피우고 밀착된 관계를 재현하려는 단계를 거쳐 결국 자아가 완성된다.

그러나 출생 초기부터 36개월에 이르는 사이에 엄마의 아이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가 과잉 보호적이고, 무관심하고, 냉담하다면 생존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어기제를 동원할 것이다. 어른이 돼도 유기불안을 만회하기 위한 저항으로 우울, 분노, 적개심, 자해, 무기력증, 공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아는 나쁜 경험보다 좋은 경험이 많아야 격리·개별화기로 진입해 통합에 이르게 된다. 엄마와 재미있고 즐겁게 놀아본 경험이 많은 아이는 정신과 신체의 결합이 공고해진다.

아이가 정신적 역량이 뛰어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원하다면 "어머나, 엘리베이터 숫자를 맞힐 수 있다니 놀라운 걸. 10층 위엔 몇층일까"라며 칭찬해 보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 아이는 엄마 칭찬에 신이 나서 날마다 성장할 것이다.

김호순 시민기자〈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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