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의 대학 입시 로드맵] 슈뢰딩거의 수험생활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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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0   |  발행일 2020-02-10 제16면   |  수정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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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이제는 수능 국어 영역에서도 상식이 되어버린 양자역학. 양자역학 하면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다. '독가스가 나오도록 장치해 둔 상자 안에 고양이를 넣고 상자의 뚜껑을 닫는다면 상자 안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라는 슈뢰딩거의 사고 실험은 양자역학의 본질을 명쾌하게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론, 즉 고양이의 생사는 다들 알다시피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고 슈뢰딩거는 말한다. 상자를 열기 전에는 고양이의 생사를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지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이를 통해 그는 상호배타적 상태의 공존이라는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을 사람들에게 이해시켰다.

수험 생활이라는 것이 이런 것 같다. 상호배타적인 상태가 늘 공존하는 것이 수험 생활이다. 먼저 수험 생활 기간은 길지만 짧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면서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공부할지,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일 년은 왜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특히 9월 모의평가 이후로는 KTX를 타고 있듯이 시간이 지나갈 것이다. 이는 초반에는 공부할 것이 막연하고 너무 많았다가 점점 자신의 최대 약점들을 발견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이것을 시급하게 메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듯하다.

실력의 상승과 점수의 정체 또는 하강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한다. 많은 시간에 걸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서 특정 과목에 대한 실력은 점점 올라간다. 본인이 느끼기에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맞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시험을 쳐보면 성적은 그렇지 않다. 시험을 잘 치는 것은 교과 실력 이외에도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멘탈 싸움'이라는 것이 그 예일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질이 공존하다 보니 수험 생활에서는 어서 빨리 고양이가 든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조급증이 생기기 쉽다. 많은 학생이 특히 여름 이후에는 더욱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슈뢰딩거의 상자는 가스가 퍼진 이후에는 언제든 열어볼 수 있다. 하지만 수험 생활이라는 상자는 정해진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열어볼 수 없다. 고양이는 독가스와의 싸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 수험생들은 그렇지 않다. 많은 부분이 자신의 두 손에 달렸다. 지치지 않는 열정적 노력만이 슈뢰딩거의 상자를 열었을 때 살아 있는 고양이를 만나게 해줄 것이다.〈대학입시컨설턴트·박재완 입시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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