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빠른 대처로 마스크 품절은 안된다고?... 대구시의원 SNS 글에 시민 '한숨'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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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2 14:40  |  수정 2020-03-02 15:38  |  발행일 2020-03-02
이진련
최근 대구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한 대구시의원의 SNS 글 캡처.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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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대구의 한 편의점 앞에 '마스크 품절'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공인이나 유명인사들이 SNS에 올린 글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SNS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일부 SNS 글로 인해 자칫 대구의 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우선 최근 한 여당 소속 대구시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마스크' 관련 글이 논란이 됐다.
지난달 28일 이진련 대구시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스크 수급현황을 보러 오전에 편의점 이곳저곳 다녀왔다. 알바생들 말로는 넉넉하진 않지만 그나마 품절은 안된다고 하니 정부의 발빠른 대처가 효과를 보고 있나 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대구시에 1월 초에 이미 황사 마스크 대비하라 얘기했건만…"이라고 적고 있다. 이번 마스크 대란의 원인이 대구시의 준비 부족 때문이라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글을 본 시민들 사이에선 비판이 나왔다. 이 시의원이 글을 올린 날(28일)을 전후해 최근 많은 대구시민들이 마스크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의 한 40대 시민은 "25~28일까지 마스크를 사러 다녀봤기 때문에 똑똑하게 기억하는데 저 글은 오류투성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 빗속에서 1시간을 기다려도 마스크 못 사는 걸 직접 보니 가슴이 무너지더라"며 "설령 시의원이 다닌 일부 지역 편의점에 마스크가 품절 안됐더라도, 대구 전역 상황인 것처럼 저렇게 일반화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대구시민은 "저 시의원의 글을 보고 타지 사람이 '대구 마스크 사정이 괜찮은데 시민들이 엄살 피우는 거냐'라고 했다. 진짜 마스크가 없어 고생한 시민들을 왜 그런 취급받게 만드나"라고 말했다.

이 시의원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이진련 시의원은 지난 1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글을 쓴 날 대구시 중구 지하도나 대구시의회 근처 편의점을 몇군데 다녔더니 마스크가 있었다"며 "대구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우체국 등지에서 줄을 서는 것도 봤고, 누구보다 대구 마스크 수급에 목소리를 내왔다. 그래도 최근 대구 마스크 수급 상황이 좀 나아졌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쓴 것 뿐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글에 대한 오해가 없길 바란다. 해당 글에 대해 비판하는 분도 있지만, 응원하는 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유명 소설가 공지영씨가 자신의 SNS에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전국 분포도와 지난 지방선거 시도 지사 선거 결과 현황도를 올리면서 "투표 잘합시다"라고 해 논란이 일었다. 대구경북의 정치적 특수성을 비꼰 듯한 이 메시지에 대해 "힘든 상황에 처한 지역에 대해 저게 할말인가"라며 비판이 일었다.

앞서 한 역사학자는 SNS에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대구시민을 비하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달 20일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일본에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 같은 기관이 없어 비전문가가 상황을 통제한다. 대구에는 법적으로 2명이 있어야 하는 역학 전문가가 1명밖에 없어 의사 면허도 없는 시청 직원이 역학조사를 담당한다"며 "대구시민들은 자기 도시가 왜 아베의 일본과 비슷한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해당 글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전씨는 글을 삭제한 뒤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며 대구시민에게 사과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밖에도 코로나19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글들도 SNS상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직장인 최모씨(38·대구 동구)는 "최근 정부 여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SNS에 코로나19 관련 시민들의 '정부 비판'을 차단하려는 듯한 글을 올리고 공유한다. 정부 비판에 올인한 야당 사람들과 그들이 다를게 뭔가"라며 "아무리 SNS가 자유로운 공간이라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대구를 연관지어 갖가지 궤변이나 정치적 의도를 가진 글들이 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추종하는 것은 자유지만, 때와 상황을 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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