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4·15 총선,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가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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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3   |  발행일 2020-04-03 제22면   |  수정 2020-04-03
20대국회 역대급 무능 평가
실패한 의원 재생산 않도록
碩果不食의 원칙 기억해야
가능성 있는 지역인물 찾아
거목으로 키우는 선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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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4월15일은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투표일이다. 우리는 이미 사람을 잘못 뽑았을 때 그 후과(後果)가 얼마나 큰지 경험했다. 굳이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의 사례가 아니어도 이번에 임기를 마치는 20대 국회의 실패 또한 우리 국민의 선택 결과였다.

20대 국회의 역대급 무능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견제해야 할 국회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회정치가 안되니 국민들이 직접 정치를 위해 추운 겨울밤에 칼바람을 맞으며 촛불을 들었다. 사실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20대 국회의원들도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탄핵을 당한 것이다. 20대 국회의 무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 처리한다고 국회를 폭력의 장으로 만들고, 필리버스터한다고 기저귀까지 차고 밤새 연설하며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통과된 선거법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당사자들에 의해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바로 위성정당이다. 거대 여당과 야당이 자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꿔줘서 사이비 위성정당을 만들고 이 비례대표 전문당을 통해 의원 수를 최대한 늘리려는 수작은 한심하다. 그에 더해 지역구에는 후보 하나 내지 못하는 수십 개의 정당들이 전국 3%의 득표라는 요행수를 바라며 비례대표선거에 나선 결과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48.1㎝라고 한다. 이름도 비슷한 35개의 정당 난립으로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의 정당 이름을 읽어보기도 바쁘고, 투표용지가 길어져서 소위 AI시대에 그동안 해오던 전자식 개표도 안되고 수작업 개표를 해야 한다니 시대를 역행해도 한참 역행하는 선거가 되었다.

닳고 닳은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꽃피는 계절에 선거가 이뤄져서도 아니고,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이 꽃피는 기간만큼 잠깐만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서도 아니다. 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정치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가 대표자로 좋은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정책을 보고 판단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책은 특히 큰 의미가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정당이 뒤늦은 졸속정책을 내놓고 있고, 그럴듯한 정책을 내놓고도 이행을 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인데 정책의 화려함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은 사람을 봐야 한다. 개방형 공모의 방식으로 국가 고위직 공무원을 선발할 때도 그 사람이 그 자리에 가면 무엇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크게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보다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떠한 일들을 해왔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판단한다.

IMF 외환위기 때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에 나랏일을 맡겠다고 여러 사람들이 나서 선택을 바라고 있다. '이 시국에' 20대 국회의원들처럼 실패한 국회의원들을 재생산하지 않으려면 석과불식(碩果不食)의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석과불식이란 마지막 남은 씨 과일은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지 끝에 마지막 남은 감은 먹지 않고 씨로 받아서 심는 지혜인 동시에 교훈이다. 씨 과일은 새봄에 새싹으로 돋아나서 나무가 되고 이윽고 숲이 된다. 대구경북이 콤플렉스에 갇힌 변방이 되지 않고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 갈 큰 인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의 가능성 있는 큰 인물들이 자라나서 거목이 되고 큰 숲을 이룰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큰 절망과 역경은 '큰 인물'을 키워 내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주역(周易)의 고사를 믿어본다.대구대 법학부 교수·대구시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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