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G식품' 얼마나 알고 드시나요

  • 이춘호
  • |
  • 입력 2020-07-10   |  발행일 2020-07-10 제35면   |  수정 2020-07-10
2020062601000766500031271수정.jpg
■ 유전자변형식품

GMO 연대기

당뇨 치료 인슐린 생산 G기술 시작
94년 G토마토 출시, 인기 없어 퇴출
옥수수·카놀라 등 8가지 대표 작물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농화학자들은 자기 입맛대로 유전자를 가감삭제하면서 최저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꿈의 농작물을 제조하게 된다. 부분적으로는 그게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시야를 넓혀 보면 필요한 것만 존재하고 부족하고 모자라는 요소들이 제거되면서 생명 고유의 특성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된다.

어떤 이는 G에서 '천사'를 읽고 가고, 어떤 이는 '악마'를 읽고 간다. G는 무엇인가?

최초의 G 기술은 식품이 아닌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동물의 인슐린 유전자를 미생물에 삽입해 배양했던 게 시초다. G 토마토가 1994년 첫 출시된다. 이 토마토는 전체 유전자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 과육을 물러지게 하는 유전자가 기능하지 못하도록 조작해 만들었다. 유통 과정에서 물러 소비자에게 팔지 못하는 토마토가 많아지자 이를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미국 기업 칼젠이 생산한 이 토마토는 'Flavr savr'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 토마토는 인기를 끌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 토마토가 등장한 이후 24년간 옥수수, 흰콩, 면화(면 제조용), 카놀라(기름용), 땅콩호박, 파파야, 사탕무(설탕용), 알팔파(가축 사료용) 같은 GM 작물이 차례로 등장했다. 현재는 토마토를 제외하고 바로 이 여덟 가지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대표적 G 작물이다.

한국도 대표적 G 수입국

韓, 세계 1~2위 G 농산물 수입 국가
일부 품목 유전자변형 'G표시'제외
소비자 단체, 완전표시제 시행 요구


이 작물의 재배 상황은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에서는 외부와 격리된 농지에서 시험 재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 농지에서는 변형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에서는 옥수수, 흰콩, 면화, 카놀라, 사탕무의 90%가량이 변형 작물이다. 그중 옥수수와 콩이 국내로 수입된다. 이제 수입된 변형 옥수수와 콩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옥수수는 분리·정제 과정을 거쳐 전분당(녹말당)으로 쓰인다. 전분당의 성분은 포도당이라 그 안에 변형 옥수수만의 고유한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전자변형식품
1994년 G 관련 토마토가 등장한 이후 26년간 옥수수, 흰콩, 면화(면 제조용), 카놀라(기름용), 땅콩호박, 파파야, 사탕무(설탕용), 알팔파(가축 사료용) 같은 G작물이 차례로 등장했다. 현재는 토마토를 제외하고 나머지 8가지가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대표적 G 작물이다. 다국적 기업 몬샌토 등이 세계 G시장을 장악한 상태이고 한국은 G 수입 1~2위 국이다. 현재 국민청원과 함께 시민운동단체까지 생겨 'G완전표시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내 식품 라벨 성분분석표에서는 G 관련 문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국적 농업바이오 기업인 몬샌토(Monsanto)가 GM 기술을 식품 분야에 처음 적용했다. 몬샌토는 1985년에 유전자를 변형해 병해충에 대한 면역력과 생산성을 크게 높인 콩을 최초로 개발해 상품화했다. 이후 여러 농작물과 가축 품종 개량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G란 용어가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G 특허의 95%를 몬샌토가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G 대량 수입국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3월부터 G 표시를 의무화했지만 일부 품목은 제외 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유전자 변형 유무 표시인 'G'와 'Non-G' 표시가 어렵다. 예를 들면 현행법상 G 원재료를 사용해도 DNA(단백질)가 검출되지 않으면 G가 들어 있더라도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G 농산물 중 대다수가 카놀라유나 올리고당 등으로 쓰이는데 이 또한 단백질 외에 탄수화물과 지방만 사용하는 경우가 돼 G 표기를 하지 않게 된다. G가 사용됐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보기가 어려운 게 이 때문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버몬트주에서는 G 원재료를 사용하기만 해도 G 표기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8년 12월12일 소비자·시민단체, 식품업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G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 협의체'가 출범했다. 이미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G 완전표시제' 시행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G 완전표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지만 정부는 종합적 고려단계다.

글·사진=이춘호 음식·대중문화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 기자의 생각

"부작용이 없는 'G식품'
과학적 분석 존중 필요
생태계 교란 우려 지적
정부 합리적 답변할 때"


'식량은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의 도덕적인 권리다. 식량 없이는 사회정의를 위한 다른 모든 요소들은 무의미한 것이다.'

미국의 농학자이며 식물병리학자, 그리고 1970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녹색혁명의 주인공 노먼 어니스트 볼로그(1914~2009)가 한 말이다. 서두에 그의 이름을 거론한 것은 바로 이번에 다룰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식품·이하 G) 때문이다. '변형균'이란 단어가 조건반사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처럼 G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과 불안도 '변형'이란 용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바이오산업의 총아랄 수 있는 G가 광범위로 우리 식단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번 취재를 위해 우리 집 주방 선반에 놓인 이런저런 식품류의 성분분석표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G 관련 용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눈을 닦고 찾아봐도 G는 보이지 않았다. 존재는 하지만 표기로는 존재하지 않는 좀비 같은 존재가 G 같기도 했다. 그게 산소처럼 친생명적인 존재라면 식품회사 관계자가 앞다퉈 엄청나게 큰 글씨로 보란 듯이 표기해놓았을 터인데. 하지만 난 아직 G가 악마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생명의 미래를 위한 과학자의 고심어린 선택의 연장이라고 믿고 싶다.

최근 출간된 의미 있는 책이 있다. 출판사 '지식공작소'가 펴낸 에런 캐럴의 '코로나시대 식품미신과 과학의 투쟁'을 보면 저자는 G 불신론을 광우병 파동처럼 '무지에 따른 충동적 반응'으로 본다. 그는 '인류문명사가 또 다른 G의 진화사'라로 본다. 심지어 그는 접붙인 나무도 G로 본다. 사람들은 G 관련 의약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유독 G 식품에만 불만을 토로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04년 미국 의학협회, 미국의 학술원 국가연구위원회, 그리고 유럽연합 등이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G한테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난 정치적 신념보다 '과학적 분석'을 더 믿고 싶다. 물론 그 과학이 특정 대기업의 욕심의 산물이라면 우린 또 다른 선택을 해야겠지만. 그런 일이 있기 전에는 일단 과학적 사실부터 존중하는 학습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울러 'G 식물의 재배 면적이 계속 늘면서 더 많은 제초제를 뿌려야 하거나 제초제에 강한 슈퍼잡초가 생겨 생태계가 교란되고 결국 그 영향은 인간에게 미치게 된다'는 반대파의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합리적인 답변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춘호 음식·대중문화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