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돌봄이 이율리아씨 "길고양이 보호소 만들어 이웃과 공존 방법 찾아요"

  • 한영화 시민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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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1   |  발행일 2020-10-21 제11면   |  수정 2020-10-21
6년전부터 수십마리 구조 관리
수의사협회·봉사단체와 협업
중성화수술로 개체 수 조절도

이율리아
이율리아씨가 자신의 마당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소금이를 돌보고 있다. <이율리아씨 제공>

이율리아(48·대구시 달서구)씨가 지저분한 털과 앙상한 뼈만 남은 채 집 대문 앞을 서성이던 복길이를 만난 건 6년 전이다. 불쌍한 마음에 며칠 먹이를 주다 병원에 데려갔는데 피투성이인 입안에 이가 다 내려앉을 만큼 심한 구내염을 앓고 있었다. 율리아씨는 복길이를 치료한 후 가족으로 받아들였고 복길이는 이씨의 첫 구조 고양이가 됐다. 복길이를 계기로 이씨는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게 돼 길봄이(캣맘)가 됐다. 현재 그녀는 자신이 운영했던 영어유치원을 개조해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복층으로 이뤄진 공간은 고양이들이 안락하게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씨가 돌보는 고양이들은 길에서 떠돌던 아이들이어서 대부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중 소금이와 국자의 사연이 깊다. 목재소에서 발견된 소금이는 이씨가 평소 밥을 챙겨주던 어미고양이의 새끼로 제대로 걷지 못하던 모습이 안타까워 구조했다. 하반신이 마비된 소금이는 앞발로 하체를 끌고 다닌다. 배변조절이 되지 않아 하루 세 번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상체 운동도 시켜줘야 한다.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몸이 자유롭지 않은 소금이의 산책도 잊지 않는다.

휘어진 연통에 빠져 있던 아기고양이 국자는 구조할 방법을 찾지 못해 사흘 내내 먹이만 넣어 주다 로프를 맨 국자를 내려 보내 간신히 구조했던 아이다. 율리아씨는 불쌍한 길고양이를 하나 둘 거두다 보니 어느새 수십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그녀의 보호소에서 살게 됐다고 한다.

이씨는 길봄이들이 단순히 먹이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경계심을 늦춘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수술(TNR)을 시킴으로써 유기 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일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고양이도 작은 생명체"라며 "사람과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것을 실천하는 이들이 길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수의사협회와 길고양이 돌봄 봉사단체의 협업으로 군집 TNR을 한 차례 실시했다"며 "길고양이의 본능과 생태계에 관여하는 일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의 간섭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고양이와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길봄이 활동을 하면서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상당수가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이씨는 "길고양이의 개체수가 늘어난다며 먹이 주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는 건 기본이고, 급기야 '죽여 버리겠다' 협박하는 이들도 있었다"면서 "쥐도 잡지 않는 고양이가 쓸모없다는 분들이 많은데 고양이의 배설물 냄새는 쥐의 활동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며 유해 동물이라는 막연한 시선을 거두고 긍정적인 면을 봐주길 부탁했다.

이에 이씨는 집게를 들고 다니며 동네 청소도 하고 폐지를 모아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갖다 드리며 길봄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시간이 걸리는 노력이긴 하나 유기묘의 위치도 알려주고 '몸 챙겨 가며 하라' 걱정해주는 주민들의 변화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길고양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도 당부했다. 그는 "로드킬 당한 고양이 사체를 거둘 때 무척 가슴이 아프다"며 "추위에 약한 고양이들이 자동차 아래서 쉬는 경우가 많은데, 세워둔 차를 출발시킬 땐 시동을 걸고 몇 초 만이라도 주의를 살펴 주면 작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영화 시민기사 ysbd41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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