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를 세계적 미술제로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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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5   |  발행일 2020-10-15 제23면   |  수정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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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문화부장

삼국을 통일했던 신라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은 집권 초기 수도 서라벌(경주)을 달구벌(대구)로 옮기려 했지만 귀족들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뒤를 이은 성덕왕과 경덕왕은 신라중대 전성기를 이끌었는데, 특히 경덕왕은 조부와 마찬가지로 왕권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낙동강 달성습지와 상화대(화원유원지 전망대) 일원 대구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九羅理)는 경덕왕이 9차례나 찾았다고 해서 유래된 마을 이름이다. 경덕왕이 달구벌 화원을 자주 찾은 건 선대의 뜻을 받들어 또 한 번 달구벌로의 수도 이전을 검토했거나 아니면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찬란한 경치를 보기 위함이었으리라.

'대구의 콩팥' 달성습지와 신라 왕의 설화가 깃든 화원유원지 그리고 상화대에서 멀리 바라다보이는 강정 일대는 두 강이 빚어낸 자연미와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디자인한 '낙동강디아크'의 건축미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강정(江亭)은 '물 위에 뜬 정자'란 뜻으로 400년 전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 있던 조선시대 정자인 부강정(浮江亭)에서 유래한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금 부강정은 논공에 있지만 이건(移建)도 추진해볼 만하다.

강정 일대 두물머리서 펼쳐진 2020 달성 대구현대미술제가 지난 4일 폐막했다. 군 단위 미술제로는 전국 최대규모다. 올해엔 코로나19 탓인지 한달간 역대 최다 인파(51만명)가 야외전시장을 찾았다. 이 미술제는 전국 최초의 종합 현대미술제였던 1974년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의 실험정신을 계승했다. 대구현대미술제는 서울(1975)·광주(1976)·부산(1976)·춘천(1977)·청주(1977)·전주전북현대미술제(1978)로 이어졌다. 이보다 앞서 '대구미술이 한국미술'이라고 할 만큼 대구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요람이다. 일제강점기 이상정, 이여성, 김용준, 서동진, 최화수, 이쾌대, 이인성 등 걸출한 화가를 배출한 도시답게 대구현대미술가협회도 현재 전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구현대미술제는 1979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2012년 김문오 달성군수가 이를 부활해 9년째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김 군수의 안목과 혜안이 돋보이는 점이다. 아쉬운 건 대구시다. 이런 역사성을 가진 미술제와 미술사적 토양을 갖춘 달성의 대구현대미술제를 세계적인 미술제로 키우지 못한 점이다.

인구 40만명의 스페인 중소도시 빌바오는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을 불러들여 세계적 '미술관 신화'를 만들었다. 대구가 의지만 갖는다면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해 강정 일원을 세계적인 '미술지구(地區)'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더욱이 하니 라시드는 2000년 구겐하임 버추얼 뮤지엄을 건축한 이력도 있다. 지금 예산보다 대구시가 달성을 도와 10배, 20배, 100배를 투자해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본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건축 콘셉트는 문화를 통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 국제사회에서 예술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 산업요소와도 연결할 수 있는 총체적 시설로 만드는 것이다. 대구는 이 같은 자양분을 이미 갖춘 상태다. 빌바오미술관 옆 네르비온강보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훨씬 크고 아름답다. 게다가 팔색조의 매력을 갖춘 예술작품 디아크가 있다.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홍보관으로 '강문화관'이란 모호한 정체성을 갖는 디아크를 미술관으로 개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적 미술제를 뒷받침할 대구의 역사·문화적 자산 또한 즐비하다. 관광은 늘 그렇듯 덤이다.
박진관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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