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지거국'을 아시나요?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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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3   |  발행일 2020-10-23 제22면   |  수정 2020-10-23
지방 국립대 날개없는 추락
'인서울' 대학에 학생들 뺏겨
국제 경쟁력 키운 해외대학
지역공헌 사업이 밑거름 돼
'지거국'의 나아갈 길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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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학부 교수· 대구시민센터 이사장

'지거국'이라는 용어는 생소하다. 하지만 대입 수험생이나 대학생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지방거점국립대학을 이렇게 부른다.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이 대표적이다.

새삼 지방거점국립대학이 국정감사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위상 때문이다. 경북대는 지난 5년 동안 자퇴한 학생이 3천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매년 600명가량이다. 한해 입학한 학생의 12% 정도가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고, 이 학생들의 95%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퇴를 한다. 부산대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올해 부산대에 최초 합격한 학생의 75%는 입학을 하지 않았다. 사범대의 일부 학과는 입학 포기율이 210%와 200%라고 한다. 해당 학과 입학정원에 해당되는 1차 합격자 전원이 입학을 포기하고, 그 빈자리를 채운 2차 합격자도 전원이 빠져 나갔다고 이해하면 된다. 결국 3차 합격자들이 정원을 채운 것이다.

소위 '지거국'의 투톱이라는 두 대학의 통계를 종합해서 추론해 보면 경북대와 부산대는 매년 입시에서 성적이 우수한 최초 합격자를 대부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의지를 가지고 입학한 차순위 우수학생들의 10분의 1이상도 재학 중에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표현되는 '인(in)서울 대학'에 빼앗기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지역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학교육을 틀어쥐고 중앙의 시각으로 지역에 권한을 주지 않는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지역대학과 협력을 위한 조직과 예산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지거국'들은 동네 골목대장이라는 자기만족 속에 공급자로서 교수 중심의 교육과 연구에 머물고 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학들을 보면 교육과 연구의 중심을 대학을 둘러싼 지역의 정체성과 신성장 산업분야에 두고 있다. 세계적인 타이어 생산도시였던 미국의 애크런시는 프랑스의 미쉐린, 일본의 브릿지스톤, 독일의 콘티넨탈, 그리고 한국의 타이어 기업으로 인해 활력을 잃었다. 그런데 애크런대학이 보건의료 관련 기관과 시설을 도심에 집중하고, 빈 백화점을 경영대학의 강의실로, 문 닫은 호텔을 학생 기숙사로 리모델링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이 대학의 생명의학 및 보건 중심 도시재건 프로젝트 덕에 유수한 생명의학 기업들이 애크런으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보건의료분야의 세계적인 대학인 존스홉킨스 대학은 대학이 나서서 병원이 있는 볼티모어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서 지역과 대학이 새로 거듭난 사례다. 매력적 지역 환경 조성으로 더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에 몰려든 것이다. 일본은 아예 교육기본법과 학교교육법을 개정해 교육과 연구 외에 '지역공헌'을 대학의 역할로 선언하고 대학 평가와 지원의 주요기준으로 설정했다. 대학은 국가 지원을 받기 위해 지역협력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지역의 정체성과 경제산업에 관련된 교과과정을 편성했을 뿐 아니라 교육조직을 개혁했다. 예컨대 요코하마시립대학은 지역공헌센터를 설치했고, 요코하마시는 대학조정국을 신설해서 '마을만들기 컨소시엄 요코하마'를 통해 마을재생프로그램을 추진했다. 교토와 교토지역의 대학들은 교토시, 지역기업, 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대학컨소시엄교토'를 구성해 지역공동연구, 교토학술공동연구기구 및 교토고등교육연구센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의 경쟁력 있는 대학과 지역들은 대학 따로 지역 따로 가는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의 '지거국'들은 국가적 거점대학, 세계적 대학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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