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위기가 곧 기회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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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9  |  수정 2020-10-29 07:47  |  발행일 2020-10-29 제22면

[취재수첩] 위기가 곧 기회다
오주석기자〈경제부〉

잇단 현대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EV) 화재로 전기차 산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4일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한 코나 EV를 비롯해 최근 14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는 그동안 청사진을 펼치던 전기차 업계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21일 개최 예정이던 EV전용 플랫폼 'E-GMP' 기술설명회를 돌연 연기하는 등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태도 변화는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업계에 막대한 파장을 준다. 현대·기아의 생산 계획 흐름에 따라 수요를 예측하고 관련 부품을 제작해야 하는 업계의 사정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대구에서 코나 EV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지역 산업에 파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동안 대구시는 전기자동차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8월 기준 누적 1만2천500여 대의 전기차를 보급해 제주도를 제외하곤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전기차를 보유한 지자체가 됐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소도 꾸준히 늘려 산업 인프라를 확장했다.

하지만 코나 EV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관련 사업의 성장도 함께 멈췄다. 국토교통부는 코나 EV 리콜 조치 후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을 중심으로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사고 원인을 연말까지 발표하겠다고 전할 뿐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로 대구의 전기차 보급 확대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업계에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북 칠곡군에 있는 배터와이(Better-Why)는 코나 EV 배터리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내부단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을 개발했다. 대구에 위치한 <주>금호정공과 <주>HALK 또한 저온 및 고온에 장기간 노출 시 발생 가능한 배터리 셀의 수명 단축 및 기능 악화 등 영구적 손상을 막기 위한 발열·방열 시트를 모듈 제작에 성공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련 뒤에 성공을 거둔 사례를 수없이 찾을 수 있다. 지난 25일 별세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경영 화두 또한 '위기'와 '변화'였다.

코로나19와 전기차 폭발 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부품업계가 경영 혁신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길 기대해 본다.
오주석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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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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