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노인성 변실금... "나도 모르게 대변 찔끔…치료에 케겔운동 도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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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4 08:26  |  수정 2020-11-24 08:29  |  발행일 2020-11-24 제17면
65세이상 15% 경험…환자 66% 수치심에 불편 참아
근육노화·수술 후 항문 손상·염증성장질환 등 원인
식이요법·운동·수술로 개선가능…배변일지 도움돼

3남매를 둔 박모(여·66)씨는 최근 몸에 이상이 생겼다. 이상이 생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누구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박씨는 최근 들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변이 새어나오는 증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 조금만 걸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대변이 새어나오는 불편을 겪고 있다. 박씨는 "갑자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증상이 생겨났다. 40년 가까이 산 남편에게도 이 증상을 말하기는 부끄럽다"면서 "다만 또래 여고 동창생에게 고민을 이야기한 결과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가 많았다. 이들을 통해 병원 진료를 받고 지금은 개선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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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실금은 65세 이상 노인의 6~7명 중 1명, 65세 이상 여성 4명 중 1명이 한 번쯤은 경험하는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의료계는 추측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이런 변실금 환자는 급격히 그리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4천984명이던 변실금 환자는 2017년 1만138명으로 2.0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변실금 환자는 2천998명에서 6천547명으로 2.18배 증가, 남성 환자 증가율(1.8배)를 웃돌았다.<그래프 참조>

◆변실금이 생기는 이유는

구자일
구병원 구자일 병원장

대장항문 전문 종합병원인 구병원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있는 노년기 여성의 배변장애는 대개 골반 근육의 약화로 골반 내 장기를 받치고 있는 근육이나 인대가 약해지면서 직장, 자궁, 질, 방광 등이 밖으로 빠져나와서 변실금 등의 배변장애가 생기게 된다.

변실금 환자들의 경우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자주 화장실에 가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 이런 탓에 외출이나 여행도 두려워서 잘 하지 못하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또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탓에 병원에 가기도 창피해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상황이 길어지고 심할 경우 불안·우울·사회적 고립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변실금의 문제는 낮은 사회적 인식 탓이라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구병원측이 해당 병원에서 변실금 증상으로 진료를 받은 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변실금 환자의 35%가 변실금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또한 진료 시 환자의 대부분은 "나는 병이 아닌 줄 알았다. 치료가 안 되는 줄 알았다. 나만 그런 줄 알고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런 탓에 증상이 나타난 후 63%가 6개월 이상, 43%가 1년 이상 지나서야 병원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변실금에 대한 인식이 낮거나 올바른 정보의 부족, 병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66%의 환자가 불편을 참고 지내거나 신문, 방송, 주변사람, 인터넷과 같은 비전문가로부터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는 상황이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또 전문적 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가 부족하고, 해부학·생리학으로 접근이 어렵고, 대장항문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영상의학과 등의 협진이 어려워 어느 과로 가야하는지 모르는 환자도 42%에 이르렀다.

변비·변실금 등 배변장애는 대장항문과의 진료를 받아야 하고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다. 꾸준히 병원에 가야 하고, 약도 복용하며, 식단도 신경을 써야 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이 호전된다(86.7%)는 반응을 보인 만큼 치료만 받으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어떻게 치료하나

변실금의 원인은 다양하다. 고령화에 따른 골반 내 근육의 약화로 항문·직장의 노화현상으로 회음하강, 골반탈출, 직장탈출, 직장류, 자궁탈출증 등이 생길 수 있고, 항문과 관련된 수술 후 항문손상, 직장암 수술 후, 방사선 치료 후 생길 수 있다. 또 염증성 장 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 만성직장염, 중추신경·자율신경·척추신경 조절장애 등 각종 질환으로 발생할 수가 있다. 뇌손상, 뇌졸중, 척추수술, 척수신경손상, 다방성경화증, 당뇨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변실금의 진단은 환자의 문진을 통한 증상을 파악하고 항문내압검사, MRI 역동성 배변조영술, 음부신경 근전도검사, 항문초음파검사, 대장내시경으로 진단할 수 있다. 변실금의 치료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식이요법,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요법, 수술 등이 있다. 변실금환자의 경우 배변일지를 통한 증상을 기록하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변실금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가벼운 생활 속 운동요법이 큰 도움이 된다. 골반근육을 천천히 조였다 펴주는 것을 반복해 항문·요도·질을 함께 조이고 하복부가 위로 당겨 올라가는 느낌으로 하루에 100여 번 반복함으로서 약해진 골반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케겔운동이나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괄약근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생체되먹임 치료의 바이오피드백을 통해 항문·직장의 감각을 인지하고 항문 괄약근 조절이 가능해진다.

수술적인 방법으로는 손상된 괄약근 교정수술, 괄약근의 보강 및 주입술, 장루, 신경자극술, 인공괄약근삽입술이 있다. 최근에는 골반저 근육의 약화로 인해 탈직장, 직장류, 회음하강으로 인한 변실금은 MRI 역동적 배변조영술로 골반근육의 배변 기능과 장기의 움직임을 동영상처럼 확인해 복강경으로 직장고정술, 질고정술, 변실금, 배변장애를 해결할 수가 있다. 약물요법은 설사가 변실금을 일시적으로 유발하는 경우에 지사제를 복용하며 변비와 관련된 경우 하제(변비약)를 사용하고 배변훈련을 통한 약을 줄여나가야 한다.

구자일 구병원장은 "변실금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변실금이 맞는지, 왜 생겼는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변실금의 원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가능한 만큼 반드시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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