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역 신화, 의료진 현장경험·신속 판단이 3차 팬데믹도 막는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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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5 07:44  |  수정 2020-12-15 07:59  |  발행일 2020-12-15 제16면
전문가 5인에게 듣는 '대구형 방역' 성공 요인
1 확진자 발생 4일 전담병원 지정
2 확진자 발생 12일 생활치료센터 운영
3 전 세계 최초 드라이브 스루 검사 시스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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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됐다. 일일 확진자 1천명이 넘어서버린 것이다. 이런 3차 대유행을 경고했던 대구지역 전문가들은 국내 하루 2천~3천명까지 확진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차 대유행이 현실이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병상확보. 당장 서울 수도권에서는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고민하고 있지만, 사회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3단계 격상 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대혼란에 빠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2~3월 1차 대유행을 겪어낸 대구의 상황을 현재 상황에 대입하면 문제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도 있다.

2월18일 대구지역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7일 340명으로, 29일 하루에만 741명이 늘어났다. 그렇게 보름간 누적 확진자는 4천명을 넘어섰다. 하나 138일 만인 7월4일 지역감염'0명'을 기록한 이후 8월15일까지 43일간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사에 이어 민간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했고, 대구시의사회의 자가 대기환자를 위한 의료진 전화상담, 그리고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던 1차 대유행을 대구 안에서 마무리했다. 전담병원 지정과 운영은 대구 확진자 발생 나흘 만에, 생활치료센터 운영까지는 12일만에 모두 이뤄졌다.

3차 대유행 현실화로 하루 2천~3천명의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병상확보가 가장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1차 대구 대유행 당시 병상 확보를 통해 혼란을 극복한 주역들의 경험을 통해 K방역의 성공,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안정을 희망해본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국군대구병원, 전담병원 지정 후 '음압병상 충원'
미허가 병상 사용·군병원 활용, 관련 부처 절차 간소화 '골든타임 확보'
간호사관생도·공중보건의 등 전국 의료진 자원봉사로 '인력 부족 해결'


▶민간병원의 코로나19전담병원 지정이 이틀만에 이뤄졌다. 어떻게 가능했나.

△김권배 계명대 동산의료원장(이하 김 의료원장)="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월19일과 20일 아침 이틀간 권영진 대구시장 주재 회의가 있었다. 회의 핵심 중 하나는 중증 환자 관리할 수 있는 음압병상 확보였다. 하지만 대구지역 대학병원 내 음압병상은 이미 사용 중이거나 공사 등으로 가용할 수 있는게 얼마 없었다. 다행히 달서구에 새롭게 문을 연 계명대 동산병원에 음압병상 등을 포함해 허가문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129병상을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신일희 총장께 전화로 보고했고, 총장께서 "우리가 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 아니냐. 과거 콜레라 때도 그랬다"고 말했고, 이를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 본부장(이하 민 본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날 오후 의사출신인 김영애 당시 대구시 시민행복교육국장(현 시민안전실장)이 병원을 찾았고, 미허가 병상뿐만 아니라 중구에 있는 대구동산병원을 통째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쓰자고 했다. 이후 계명대 동산병원장과 대구동산병원장, 그리고 병원 핵심인력 등을 모아 회의를 시작했다. 현실적인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존 중구에 있던 동산병원이 성서로 옮겨간 이후 1년가량 공을 들여 대구동산병원의 진료가 정상궤도에 오른 상황인데 이곳을 전담병원으로 하면 병원 운영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것. 또 처음 경험하는 감염병이었던 탓에 지정 해제 이후 정상진료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당장 대구의 상황이 급박했고,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대구동산병원을 통째로 내놓기로 하고, 실무적인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민복기 본부장="대구확진 환자 발생 2일째인 19일 밤 권 대구시장에게 대구동산병원과 국군대구병원 등 군병원들을 코로나 환자 치료 전담병원으로 최대한 빨리 지정하도록 서두르자고 건의했다. 물론 환자 발생 2일째여서 병상 및 인력 확보를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반대 의견들도 많았다. 그러나 권 시장이 과감히 결정했고, 다음날 바로 전담병원 확보와 군의관, 간호장교, 공중보건의 차출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에 환자 발생 3일째인 20일 이른 아침 김 의료원장에게 미인가 병상을 활용 등을 부탁드렸고, 총장께서 허락해주신 덕분에 환자가 급증하던 시기, 대구지역 병실 부족 문제 해결에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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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천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등 3차 대유행 양상을 보이면서 병실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2월29일 일일 확진자가 741명까지 치솟았던 대구지역 코로나19 상황을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전담병원 지정을 통한 병실 확보 등에 나섰던 5명(왼쪽부터 김동기 전 국군대구병원장, 서영성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 김권배 계명대 동산의료원장,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민복기 대구시 트윈데믹 대책추진단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현장을 경험한 의료진의 경험을 최대한 반영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고 행동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상황이 가장 급할텐데, 어떻게 동의를 구했나. 그것도 이틀만에.

△서영성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당시 병원에는 13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의사가 말해도 무조건 옮기라고 하면 환자들은 가지 않는다. 시간이 급박했지만 전체를 대상으로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는 이유 등에 대해 수차례 설명했고, 환자 주치의들도 개별적으로 환자를 설득했다. 성서에 있는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옮기거나 다른 병원을 원하면 그곳으로 전원할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120명가량은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옮겼고, 나머지는 퇴원을 선택했다. 특히 입원 환자 2명은 폐렴환자였던 탓에 성서로 전원하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진행, 음성여부를 확인한 뒤 전원했다.

그렇게 20일 저녁에 결정, 21일에 기존에 있던 입원환자를 모두 이송, 대구동산병원을 완전히 비웠다.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첫날인 21일 2명을 시작으로 4일만에 입원환자가 200명을 넘었다. 이에 216병상을 465병상으로 늘렸고, 일일 최대 395명이 입원했다. 그렇게 최대 465병상을 운영, 1천337명을 코로나19로부터 구했고, 현재도 부산과 울산 확진자를 포함해 69명을 치료중이다."

▶전담병원이 된 대구동산병원 내에서 생활치료센터도 문을 열었다구요.

△김 의료원장="3월1일 또다시 권 시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기 위해 대구동산병원에 있는 교수연구동을 비워달라는 것. 교육용 건물이라 병원시설로 쓸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시 총장께 보고했고, 총장께서는 흔쾌히 승낙하신 덕분에 그곳까지 내줬다. 교수들이 쓰던 공간이 치료실로 바뀌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담장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교가 하나 있는데 그곳 부모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이에 학교쪽으로 향하는 모든 창문을 다 막았고, 생활치료센터가 아니라 회복병동으로 쓰기로 하면서 반대는 사그라 들었다."

▶국군대구병원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많은 음압병동을 만들 수 있었나.

△김동기 전 국군대구병원장(육군 중령)="국군대구병원은 당시 100병상을 운영하고 있었고, 당시 군 의심 환자가 포함해서 97명 입원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을 303개의 음압병상을 갖춘 곳으로 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애초 500병상 규모로 운영되던 곳이었지만, 군인 수도 줄면서 외형적 크기는 그대로였지만, 운영하는 병상을 확 줄여놓은 상태였다. 이에 대구시와 2군 작전사령부 내 공병단 등 520명을 투입, 밤낮없이 작업을 진행했다.

일부에는 너무 짧은 기간 내에 만들어낸 탓에 의심의 눈초리도 보냈다. 하지만 공문이 내려오기 이전, 확진자 발생 3일째인 20일 민 본부장으로부터 유선상으로 협조요청을 받았다. 공문을 받은 이후 곧바로 병상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주변 정리 등을 미리 마무리한 덕에 공문을 받는 즉시 작업이 시작될 수 있어 가능했다. 그 덕분에 25일 공사를 시작, 3월7일 목표이던 개원을 4일로 앞당겨 할 수 있었다."

▶미허가 병상 사용, 군병원 활용 등은 관련부처 허가는 어떻게 진행됐나.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로 요청했다. 당시 대구 상황은 지역에 있는 의료전문가들이 가장 잘 아니까. 그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했다. "행정적 절차가 중요하냐. 빨리해야 한다. 다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에게도 국군대구병원 등 공적분야에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군대구병원이 코로나19전담병원이 됐고, 의료진 부족은 간호사관생도와 공중보건의 등도 모두 대구로 내려올 수 있게 됐다. 교육도 빠른 시간내에 이뤄졌다. 공문 발송하고 절차를 거치면 일주일 이상 걸린다. 이렇게 하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안된다. 결국 지금도 각 주체가 타임을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큰 댐이 터지기 전에 막아냈다. 지금도 절차 때문에 결정이 늦어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전문가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가 잦아들기 시작할 때 전문가들은 2~3차 대유행이 온다고 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판단이 정확했다. 행정을 거기에 맞춰야 한다. 대구의 경험은 이를 증명해주고 있지 않느냐. 또 많은 전쟁을 치러본 현장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다. 실전에서는 뭐가 중요한지. 일머리가 뭔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구에는 2~3월 위기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현장 전문가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 민심수습 등을 고민할게 많을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전문가의 충고를 들어야 할 때다. 정세균 총리께서 대구에서 경험을 하셨던 만큼 그 파트에 플랜을 내놔야 한다. 언제까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해서 내놓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대구의 사례가 그 좋은 본보기다. 감염병은 우리 뜻대로 되는게 아니다. 정부가 단호해야 한다. (더 확산되면)삶이 중지된다."

▶사실상 3차 대유행에 병실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김 의료원장="대구동산병원처럼 코로나19만 전담하는 독립된 병원을 만들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국내 빅5 등 대형병원 등의 공간을 찾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도록 해야 한다. 빅5에는 이미 코로나 이외의 중증 환자들이 상당 수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기댈 수는 없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500병상가량을 갖춘 병원들을 찾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공간을 먼저 찾고, 이후 관련학회를 통해 전문인력을 보강하면 그나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교대로 투입될 인력이 있어야 하고 또 교육이 되어야 하므로 쉽게 준비될 사안은 아니다."

△민 본부장="2~3월 대구의 경우 공공병원과 의료기관을 많이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 민간병원이 공공병원 역할 이상을 해냈다. 대구 첫 확진자 발생 2일째인 2월19일 대구동산병원뿐만 아니라 군병원과 군의관, 공보의간호장교도 빨리 차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환자가 하루 10여명 정도밖에 나오지 않던 상황이었지만,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금도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현재는 1천명 수준이지만 2천~3천명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이 터지면 전국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중증 환자 이하 단계의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성서의 계명대 동산병원이 그랬던 것처럼 칠곡경북대병원도 아직 정식 오픈하지 못한 임상실습동에 680개 병상 중 480병상가량이 미허가 상태여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에 이런 식의 병상을 다 찾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의료인력은 대한의사협회에서 의협재난의료지원팀 5천명을 모집하고 있다. 각 구군의사회에서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의료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현재 의대 4학년들이 빨리 국시를 치르도록 하면 2천700명가량의 의료인력을 확충할 수 있다. 형평성·공정성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지만 지금은 국가위기 상태다. 이들에게 의사국시를 빨리 칠 수 있도록 해 면허 취득 즉시 코로나19현장 의료인력으로 투입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의과대학 3~4학년 학생들을 현장에 투입할 정도였다.

끝으로 코로나19 대유행 현장에 투입, 이를 치러본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병상확보, 경증, 중증환자 분류, 인적, 물적 자원 확보 등 경험해보지 못한 혼란이 오고 있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가진 이들이 가장 빠르고 적절한 선택을 제안해줄 수 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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