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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최근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하며 뒤늦게나마 광역지자체 단위의 행정통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4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행정통합 권역별 온·오프라인 대토론회. 〈영남일보 DB〉 |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시·도민의 공감대를 얻는데 진땀을 흘리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라는 큰 장애물 탓도 있지만 중앙정부 및 정치권에 대한 교감부족도 빼놓을 수 없다. 어쩌면 가장 핵심일 수 있다. 일단 중앙정부가 뒤늦게라도 움직인 것은 고무적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5월 초 예정된 행정통합 추진 여부 결정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해야 할지보다 이젠 시행 시기의 문제로 화제가 전환될 수 있어서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의기투합해 대구경북행정통합을 본격 추진키로 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2019년 12월 이 도지사가 권 시장의 제안에 수용한 직후다. 한동안 순탄했다. 2020년 4월 행정통합 기본구상이 나오고, 그해 9월엔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까지 결성됐다. 난제 중 하나였던 통합자치정부 명칭은 지난 2월쯤 대구경북특별광역시(市)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달 3일엔 마침내 행정통합 기본계획 초안이 나왔다.
정부는 이때까지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경북도와 대구시만 외롭게 공론화 절차를 밟아 나갔다. 정치공학적으로 이미 '육지 속 섬'이 된 지 오래인 TK지역만의 거대담론으로만 이어졌다. 일부 반대 목소리만 크고, 찬성론자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공론화 마지막 절차인 시·도민 최종 여론조사(4월19일 예정)를 앞둔 상태에서 행정통합을 끌고 갈 동력은 계속 떨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대구경북처럼 반대 목소리의 '사회적 울림'이 컸다. 차이점이라면 당시엔 정부가 행정체제 개편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고, 결국 성사됐다는 점이다. 로드맵(추진일정)에 따라 올해 11월 특별법 국회통과, 내년 7월 통합지자체 출범을 목표로 달려온 대구경북이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최근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최근 시동을 걸고 대구경북이 구상하는 방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도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는 행정통합관련 특별법안에 포함되는 재정특례조항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조만간 정부와 대구시·경북도 간 의견 소통이 있을 전망이다.
이젠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광역단위 행정체제개편에 임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역사회에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정부가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행정체제개편 이슈가 현재 부동산발(發)위기상황을 뒤덮을 수 있을 만큼 '파괴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경북이 행정통합 공론화를 시작할 때는 잠자코 있다가 부산·울산·경남 특별지방자치단체(광역연합) 설치 착수,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추진 범도민 협의체 출범 등이 가시화되자 정부가 꿈틀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선 그래도 이 기회라도 살리자는 분위기다. 정부가 진정성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전국적 행정체제 개편요구 붐이 일어나면 어느 정도 준비된 대구경북은 행정통합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다.
◆방향은 분명한데…부족했던 사전준비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 과정이 고전하는 것은 시·도민 공감대 확산 노력에 앞서 중앙정부와 정치권 등과 충분한 사전의견 조율작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공론화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공론화위가 출범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지만 협의 및 조정할 정부 측 '카운터 파터'가 없어 너무 답답했다"면서 "정부에선 그간 줄곧 공론화위원회가 아니라 '추진위원회'가 구성돼야 행정통합시도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왔었다"고 말했다.
시·도민 설득 및 홍보 캠페인 전개 등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할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했다. 차라리 각종 여론조사·로드맵 설계 등을 맡는 공론화위와 주민 설득작업을 책임질 추진위를 같이 출격시켰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도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광역단체 간 통합이라는 생소한 길을 가면서 관련 특별법 마련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국회의원들과 교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공론화 개시를 선언한 후 정치권에 접근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역 정치권은 행정통합 같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안은 내년 대선 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왔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놓고 반대했다. 이 틈새를 비집고 지방의원들도 반대 목청을 높였다.
행정통합 공론화를 한다면서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력이 발휘되지 못한 점도 뼈를 때릴 만큼 아픈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시민조직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지난해 통합신공항 이전지 설득과정에서 위용을 드러냈던 행정력은 실종됐다. 공무원들조차 행정통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에선 공심(公心)이 곧 민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지부재문제로 비칠 수 있다. 방법론에 있어선 섬세함과 선명성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공론화를 한다면서 시기를 정해놓고 급박하게 접근한 게 무리수였다"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라는 모호한 프레임으로 어필하지 말고 차라리 '대구경북통합'이란 단명한 메시지로 먼저 틀을 잡은 뒤 교통·경제·문화면에서 주민에게 실제 어떤 실익이 있는지를 알렸어야 했다. 시·도민들은 행정체제개편에 대해선 자신들과의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특별법은 대구·경북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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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대구경북 특별자치정부 설치 관련 특별법안 마련 용역에 대한 중간보고회가 지난달 29일 영상회의로 열렸다. 11개 장에 69개 조항이 선보였다.
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특별자치정부의 명칭은 '대구경북특별광역시'로 명시됐다. 국무총리 소속 대구경북특별광역시 지원위원회를 별도 설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대구경북에 소재한 특별지방행정기관 사무 중 주민 편의 및 지역과 관련 있는 업무의 우선 이관, 향후 신규 특별행정기관 설치 금지, 대구경북상생발전기금 설치·운용, 조정교부금(광역→기초단체) 추가 교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조정교부금 추가 교부는 통합시, 경북지역 시·군에 비해 조세 항목이 적은 대구지역 자치구세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번 용역은 올 초부터 한국법제연구원이 수행해왔다. 공론화위는 법안내용을 수정·보완한 뒤 오는 19일엔 최종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공론화위는 전국 광역 시·도 통합과 관련된 특별법안 용역은 다른 기관에 의뢰해 놓은 상태다. 이 용역결과는 이달 중에 결과가 나온다.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혜수 경북대 교수는 "이번에 행정통합 추진여부에 대한 결정이 끝나면 대토론회를 열어 시·도민이 같이 체감할 수 있는 과제 및 상생발전 방안 등을 전문가들과 구체적으로 논의하겠다. 그래야 행정통합이 장기과제로 가더라도 대구·경북이 가장 빨리, 그리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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