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 본점, 쉼표냐 마침표냐] 대구시민의 영원한 만남의 장소이자 지역유통의 상징...끝내 '휴점' 돌입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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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1 07:22  |  수정 2021-07-06 15:45  |  발행일 2021-07-01 제13면
본점 대구 첫 10층 건물…'동성로=대백' 52년간 지역 유통 상징
개점 3년만에 매출 3천억·하루 40억원 판매 등 수많은 기록 남겨
휴점 전 마지막 영업에 몰려든 시민들 인증샷 찍으며 추억 기념
"중요행사때 꼭 찾은 곳…어떻게 바뀔지 몰라도 지금 모습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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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유통의 상징이었던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이 6월30일을 끝으로 잠정 휴점에 들어갔다. 〈영남일보DB〉
◆'쉼표'일까 '마침표'일까

대구 중구 동성로 상권의 상징이자 대구 시민들의 약속 장소인 대구백화점 본점이 52년 역사에 쉼표를 남긴다. '상권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1969년 대구 최초 10층 건물로 지어진 대백 본점은 지역 유통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대백 본점은 대기업 백화점의 잇단 지역 진출과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도 향토 백화점으로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1973년 8월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점을 열면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3년여 만에 철수하는 등 대백의 위세는 대단했다.

1993년에는 9천200㎡(약 2천800평) 부지에 한강 이남 백화점 중 최대 규모로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구 시민들이 보내는 '대백'에 대한 성원에 힘입어 프라자점은 개점 3년 만에 매출 3천억원을 넘어섰고, 하루 매출 4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 많은 기록도 남겼다.

하지만 2002년 최고 매출을 기록한 대백 본점은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매출 1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현대백화점 대구점, 대구신세계백화점 등 메이저 백화점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진출하며 경쟁이 심화된 영향도 컸다.

지속적인 경영 악화와 코로나19로 깊어진 적자 경영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백 본점은 2021년 6월30일을 끝으로 잠정 휴점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역 유통업계와 시민들은 사실상 폐점 수순을 밟을 것이라 받아들이며 대백 본점 자리가 어떻게 변할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심 끝에 찍었던 '쉼표' 뒤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지, '마침표'로 바뀔지는 알 수 없으나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응원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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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모 회장을 비롯한 대구백화점 임직원들이 휴점에 돌입하는 대백 본점 앞에서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아쉬움 달래려 몰려든 대구 시민들

30일 오전 9시30분 인적이 드문 대구 중구 동성로 대백 본점 앞. 구정모 대백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대구 시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그동안 아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대백프라자에서 뵙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한 뒤 마지막 영업을 앞둔 대백 본점 내부를 둘러봤다. 이들은 오전 10시30분 영업 시작에 맞춰 정문 입구에 서서 입장하는 고객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 영업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어 매장을 채웠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가지런히 제품이 놓여져 있어야 할 매대는 곳곳이 비어 있었고, 일부 점포 한 쪽에는 재고를 정리한 듯 상자가 쌓여 있기도 했다. 의류를 판매하는 한 점원은 "6월 한 달 동안 고별전 행사를 하면서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다녀가 정들었던 이곳을 떠나는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며 "하루라도 빨리 재고를 정리하기 위해 다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백 본점 양쪽 주차장 입구에는 쉴 새 없이 화물 트럭이 드나들며 재고 박스를 실어 날랐다.

본점 휴점에 따라 본점에 입점해 있던 30여 브랜드는 프라자점으로 이동해 영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본점 근무 인력은 프라자점으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며, 식품 및 가전 등 생활 부문 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프라자점 주변으로 대단위 아파트 입주 고객이 늘면서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 영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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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이 30일 대백 본점 내에 마련된 '대구백화점 77년 발자취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는 박순연(대구서구·여·71)씨는 "자식들 입학식이나 졸업식과 같이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선물을 사기 위해 매번 들렀던 곳이라 함께 나이를 먹는다고 느낀 곳이 대구백화점"이라며 "시대가 바뀌면서 변해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했다.

매장 밖에서는 건물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 거주하는 권오형(44)씨는 "젊은 시절 친구들과 시내에서 약속을 잡으면 대백 남문에서 모인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며 "대백 본점 건물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사진을 찍어두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최장훈 대구백화점 홍보팀장은 "본점 건물 및 부지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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