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공고·전문대·경북 출신으로 '9급 성공신화' 이룬 신봉재 대구조달청장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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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4   |  발행일 2021-08-04 제13면   |  수정 2021-08-04 10:46
"초고속 승진 비결 따로 없지만
공직에선 대인관계 중요한 것 같아...
시보떡 대신 시보나무 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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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직 9급으로 출발해 지방청장 자리까지 오른 신봉재 대구지방조달청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조직이든 대인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올해 초 부임한 신봉재 대구지방조달청장은 현재까지의 모습을 놓고 보면 성공한 공무원이다. 1997년 말 9급 기술직으로 공직을 시작해 만 23년 만에 서기관의 자리에 올랐다. 남들보다 많게는 10년 이상 빠른 결과다. 그렇다고 그가 우리나라에서 성공 필수 요소로 꼽히는 학연이나 지연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전문대를 졸업했다. 학연과 지연이 그의 현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무엇이 9급에서 출발한 그를 지방청장이라는 자리까지 올라오게 한 것일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0일 대구지방조달청사를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사실 대학 졸업 때까지 공무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대부분 그러했듯 우리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래는 일찍 취직하고 싶었다. 공고에 진학한 이유도 일찍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고 졸업생의 일자리가 그렇게 녹록하지 않더라. 선배나 친구들을 보니 취직하기도 어려웠지만 입사하더라도 기대했던 수준과 많은 차이가 났다. 그래서 전문대학에 진학해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넓히라는 형의 조언을 듣고 영남이공대에 진학했다."

▶전공이 자동차다.

"취직이 잘 된다고 해서 갔다.(웃음) 그런데 군대를 갔다 오니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92학번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 IMF 외환위기가 왔다. 실제 외환위기는 1997년 말에 발생했지만 그 이전에 이미 취업 상황은 어려워졌던 것 같다. 전공을 살릴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직업을 찾다 보니 공무원이 제격이었다."

▶9급공무원이 됐다. 그런데 진급이 많이 빠르다. 얼마나 빠른 건가.

"9급 출신 치고 조금 빠른 편인 것은 사실이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승진 최저 연수를 채우면서 바로 진급했던 것 같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동기들 중에는 사무관이 있고, 조금 더 빠른 친구는 얼마 전 서기관을 달았다. 거기에 비교하면 5년 이상 빨리 올라온 것 같다."

▶비결이 궁금하다.

"비결은 따로 없다. 처음 공직의 시작은 전공을 살려 기술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행정파트에서 오래 근무했다. 그런 점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또 외부조직(청와대 행정관)에 파견 다녀온 부분도 가산점수를 받은 것 같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사람들하고의 관계인 것 같다. 누구는 업무 능력을 말하는 데 솔직히 그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을 합격한 사람들끼리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크지 않다. 공무원은 대부분 조직이 일을 하는 곳이다. 그 조직이 원활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원만한 대인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9급 신화'라고 부른다. 롤모델이 있나.

"(손사래를 치며)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지만 조달청에도 9급으로 들어와 차장까지 오른 사람도 있다. 그분들의 성공 신화를 살펴보면 조직문화에서 소통하고, 영호남과 같은 출신 지역이나 고시·비고시 같은 출신에 상관하지 않고 두루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 좋았던 것 같다. 업무능력에 조직의 윤활유 같은 사람이 더 이름을 오래 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본인은 어떤 사람인 것 같나.

"사실 가난하게 커서 먹고사는 데 급급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쫓아갈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마음 속에 한 단어는 생각하고 있다. 바로 '보통사람'이다. 예전에 대통령선거 홍보문구였는데 듣는 순간 참 와닿았다. 뛰어나지 않지만 못하지도 않는 사람, 남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면서 다른 사람이 외식할 때 치킨이라도 시켜 먹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한 사람인 것 같다."

▶공무원 생활 중 어려웠던 점은.

"조달업무는 다른 분야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 국세나 세무는 민원인과 1대 1이다. 한 명만 상대하면 된다. 반면 조달업무는 1대 다수다. 100명이 입찰했다면 1명을 제외하고는 다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다들 기업하는 사람이다 보니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원이나 소송의 문제가 많다. 공정하게 하더라도 떨어진 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힘든 부분이 어렵다."

▶공무원에 대한 편견도 원인인 것 같다.

"공무원은 직업적 특성상 몰라서 못하는 것이 있을 지 몰라도 알고도 묵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 민원인들이 오해할 만한 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업 당사자들도 매출과 회사 성장이 달린 일이다 보니 쉽사리 합의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필요에 의해 소송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계약이행에 성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일정기간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가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입찰을 위해 행정처분 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필요에 의해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승소율을 높은 편이다."(웃음)

▶나쁜 기억도 있겠지만 좋은 추억도 많을 것 같다.

"기업들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좋다. 아무래도 처음 출발할 때 영세하게 출발했는데 지금은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을 보면 내일처럼 뿌듯하다. 직접적으로 해주는 부분은 없지만 조달이라는 시스템이 기업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또 조달이 안정적인 자금 순환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 때 의미가 크다고 본다."

▶대구조달청이 중점적을 추진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대구경북에 적지 않은 창업지원센터가 있다. 중기청과 협업 프로그램이 있다. 중기청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조달청은 조달시장 진입을 위한 컨설팅을 해준다. 특히 예전과 달리 강의 후 1대 1 위주의 상담을 진행한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들 창업기업 중에서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해 계약에 성공하는 업체 모습을 보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조달청만의 기업지원제도를 설명한다면.

"혁신조달이라는 제도가 있다. 상용화되기 이전의 제품을 조달청이 자체 예산을 통해 구매해 지자체 등이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조달청이 혁신제품의 테스트베드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24억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올해는 445억원까지 늘었다. 이 제도를 통해 성장한 기업도 있다. 한 소화기업체 제품이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내장된 경보기로 주위에 알리고, 일정 온도가 넘으면 자동으로 소화액이 터지고, 투척하면 화재 진압용으로도 사용되는 다기능 소화기다. 그런데 업체는 많이 힘들어했다. 규제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소화기냐 감지기냐 혹은 소화기를 담은 캐비닛이냐에 따라 법이 다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업체가 혁신 조달을 통해 규제를 이겨내고 매출도 늘어나면서 외국에 수출도 하는 기업이 됐다."

▶'시보떡 돌리기'가 한동안 이슈가 됐다.

"사실 선후배 관계가 예전과는 달라졌다. 시보떡 문화가 논란이 됐을 때 대구청에도 신규 직원 2명이 왔다. 나도 대구에서 공직생활을 출발했다.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건물도 그 당시 입주한 곳이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나 다시 왔을 때 제가 추억할 수 있는 것이 건물밖에 없는 상황이더라. 그래서 이곳에서 출발하는 직원들이 추억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시보나무' 2그루를 심었다. 저처럼 20여 년 뒤에 다시 돌아왔을 때 추억할 만한 것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게 청장나무보다 더 뜻깊지 않겠나. 요즘 보니 그 친구들 자기 나무라 그런지 잘 보살피고 키우고 있더라.(웃음) 요즘 조직 내 유대감이 약해졌다고 하는데 조직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선배의 역할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자식에게도 공무원을 추천하겠는가.

"원하는 바를 하라고 하고 싶다. 권하지도 않지만 하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다. 다만 주위 사람과 잘 어울리면서 업무적 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를 추천하겠다. 당연히 공무원 사회도 그중 하나다."(웃음)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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