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원과 친해지려 인싸 이모티콘-82년생 김지영 책 샀다" MZ 세대와 소통하는 기성세대

  • 이남영,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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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6 07:34  |  수정 2021-08-16 08:54  |  발행일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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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90년대생이 온다'라는 말은 벌써 철 지난 말이 됐다. 2018년 11월 출간한 임홍택 작가의 '90년대생이 온다'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도서로 등극했지만, 만 3년이 채 지나도 않은 현 시점, '00년생'도 함께 밀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세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직업, 직장에 대한 가치관의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직장서 평생근무 개념 사라지고 개인 만족도 따라 퇴사·이직 활발

국내기업 64.9% "입사 1년 내 퇴사 신입 있다"...작년보다 22.7%p 증가


세대간 공존 고민하며 MZ세대 유행문화 배우려는 기성세대 느는 추세

젊은층 "직장서 소통하려 노력하는 상사 볼 땐 나도 더 노력하게 돼"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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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라밸 중시하는 MZ세대
이모(여·26)씨는 지난해 대구의 한 기업에 취업했다.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정규직 제안을 받았으나 퇴사를 결정했다. 이씨는 "수습기간은 회사와 내가 서로 알아가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몇 달 다녀본 결과 조직문화가 나와 맞지 않아 회사를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님께서는 아쉬워하셨지만 옛날처럼 정규직을 시켜준다고 무조건 그 회사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Z세대의 일하는 방식은 이전과 다르다. 한 직장에서 퇴직까지 머무는 '평생 직장' 개념은 사라져다. 이직이 활발하다. 잡코리아가 국내 기업 328개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입사한 지 1년 안에 퇴사한 신입사원이 있나'는 물음에 64.9%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퇴사자 연차를 조사한 결과에서 '1년 미만' 비율이 42.2%였던 것과 비교하면 12.7%p 증가한 수치다.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 7월까지 공무원 퇴직자 가운데 '5년 미만'인 근무자가 19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30대는 174명으로 전체 90.6%에 달했다. 한 구청 공무원은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은 공무원이지만, 코로나19 업무나 민원대응 어려움 등으로 일을 그만두는 사례를 자주 봤다"며 "요즘은 조직에 대한 충성보다 개인의 개성에 따른 만족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년간 근무하던 중견기업을 그만두고 유학길에 오른 김모(29)씨는 "이전에 있던 직장에서 수직적인 소통방식 등 불합리한 점을 많이 느꼈다. 회사와 함께 나도 성장할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고, 더 이상 나 자신을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기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나 더 성장해서 돌아오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는 별도의 노조도 설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SK하이닉스·LG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최근엔 서울교통공사에서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제3노조를 출범해 공기업에서도 MZ노조가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MZ세대의 노조는 공정한 경쟁에 따른 차별화된 보상을 전면에 내걸고 기성세대의 노조와 다른 노선을 가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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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소통하려는 기성세대와 MZ세대
세대 간 '자연스러운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대를 편 갈라 서로에 대한 '몰이해'를 낳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MZ세대를 이해하는 일'은 MZ세대와 함께 일하는 기성세대의 공통적인 과제다. 기성세대는 '꼰대'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MZ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다가가기 위해 고민한다.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55)씨는 젊은 세대들과 친해지기 위해 최신 이모티콘을 구입했다. 김씨는 "카카오프렌즈 '춘식이' 이모티콘을 구입해 직원들과 대화할 때 사용한다. 젊은 직원들이 자녀 또래라 20대 딸에게 요즘은 뭐가 유행하냐고 자주 물어본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54)씨는 "'82년생 김지영'처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책이나, 젊은 세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들르면서 그들과의 접점을 고민해본다"고 말했다.


이런 기성세대의 노력에 MZ세대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모(32·대구 달서구)씨는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기성 세대가 자신에게 맞추기만을 바라지 않고 함께 맞춰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럴 때면 나도 더 노력하고 싶어진다"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한 기업의 인턴으로 근무한 이모(25·대구 수성구)씨는 "정규직도 아닌 나에게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문화에 대해 먼저 이야기 꺼내주고, 긴장감을 풀어주신 상사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젊은 층에게는 '역꼰대 주의보'가 내려졌다. '젊은 꼰대', '역꼰대'는 자신의 경험만을 중시하고, 모든 나이 든 연장자, 윗사람을 꼰대로 규정해 소통 자체를 차단하는 MZ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일부 MZ 세대는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적인 규범에 대한 조언을 '꼰대짓'으로 치부하고 있다. 중견기업에서 퇴직한 원모(60)씨는 "눈이 마주쳐도 간단한 목례만 하고 지나치는 젊은 사원들도 많았다. 인사는 기본이라 조언하지만 그마저도 안 듣더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나 기성세대가 서로 간의 낯선 모습을 이해할 목적으로 세대를 범주화해서 행동을 인식하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같은 세대 내에서도 사람들이 다양한 행동양식을 보인다. 세대를 범주화, 집단화하는 데 치중해 오히려 서로 간의 몰이해를 낳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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