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MZ세대 "성과급 체계가 왜 이래" 불공정에 분노…어른다운 어른엔 열광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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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9   |  발행일 2021-10-29 제35면   |  수정 2021-10-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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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미국의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센터가 정의 한 세대 구분에는 침묵세대(1928~1945년),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X세대(1965~1980년),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Z세대(1997~2012년), 알파세대(2013년 이후 출생자) 등이 있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준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와 군부독재 등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한국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밀레니얼 세대는 1982~1996년 사이, Z세대를 1997~2012년 사이로 본다. 밀레니얼 세대의 인구수만 1천77만명이고 Z세대는 830만명이다. 이 둘을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6.7%다. 2021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에 따르면 경제활동 인구 2천772만명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5% 정도 된다.

과거에는 20년 단위여도 세대 내 동질감과 유사성이 어느 정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젠 같은 세대 내에서도 세대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를 전기(1982~1989년생)와 후기(1990~1996년생)로 Z세대도 전기(1997~2003년생), 후기(2004~2012년생)으로 나눈다. 밀레니얼 세대 후기와 Z세대 전기는 시대 구분에선 다른 세대지만 문화·사회적 동질감은 크다. 이들을 묶으면 1990~2003년생으로 올해 기준 18~31세다. 인구는 927만명이다. "밀레니얼 세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MZ를 썼다면 이들을 좁힌 '20대+알파'의 세력을 'Core-MZ세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 모두 유권자인데다 성인이며 경제활동 인구에 해당된다.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다. 사회적인 면에서도 변화의 목소리에 적극적인 세대다. 이들은 힙합을 좋아하고 자기표현에 적극적이며 유튜브나 틱톡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콘텐츠를 금방금방 만들어낸다. 꼰대를 싫어하고 공정을 적극 외치며 소셜네트워크를 비롯해 메타버스에서도 왕성하게 논다. 이들의 경제력과 소비력은 향후 10년 동안 놀랍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을 외면하는 기업은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들이 선택하는 기업은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다. 기업의 생존은 물론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도 Core-MZ세대에 대한 대비가 필수인 시절이다.

LG전자 사무직 노조
Core-MZ세대는 공정의 문제에 민감하다. 지난 3월 LG전자 4년차 직원이 주도해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는 모습. 〈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 제공〉

◆Core-MZ세대를 아시나요…'공정' '돈쭐내기' '미닝아웃'

지난 1월 말 SK하이닉스 성과급 불만에 대해 CEO를 비롯해 임직원 2만8천명에게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는 메일이 발송됐다. 입사 4년차 직원들이 보냈고 2030대 직원들이 이에 동조했다. 4년차의 이메일 발송 이후 SK하이닉스는 조직문화와 성과급 문제가 전사적인 문제로 대두됐고 임원 및 간부급에선 MZ세대 대응과 소통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성과급 불만 문제는 SK하이닉스에서 출발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으로 번져갔고 이는 2030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사무·연구직 노조의 탄생을 유인했다. 입사 4년차 남자라면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입사 4년차가 총대를 메고 입사 1~5년차들이 힘을 보탠 결과다. 이들이 바로 Core-MZ세대인 것이다.

Core-MZ세대는 공정을 생명과도 같이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을 부른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도 딸 정유라의 입학 비리와 특혜를 둘러싼 이화여대 사태였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주의의 악재가 돼 버린 조국 사태도 딸에 대한 특혜 문제가 빌미가 됐다. 둘다 20대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혜와 공정 문제에 20대가 가장 민감한 건 입시나 취업이 바로 자신들의 직접 문제이고 특혜로 인한 손해를 자신이 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한국사회를 강타한 LH직원들의 땅투기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LH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20대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불공정한 문제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다. 20대라고 주거공간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Core-MZ세대는 돈으로 혼쭐을 내는 '돈쭐내기'를 주도한다. 2030대식 보상법이다. 세상이 보상해 주지 않으니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보상해 주겠다는 것이다. 착하고 모범이 되는 가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기업의 물건을 적극적으로 사주며 돈으로 보상해 주는 것이다. Core-MZ세대에 있어 돈쭐내기는 하나의 놀이문화이자 사회적 행동이다. 심각하거나 진지하지 않다. 즐겁게 놀이하듯 동참하고 그걸 소셜네트워크에 인증하고 퍼뜨린다. 돈쭐내기에 성공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Core-MZ세대는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는 걸 얘기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행동을 통해 공정을 얘기한다. 


Core-MZ세대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한가운데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표현에 적극

대기업 4년차, 사무직노조 설립 주도
日제품 불매 등 가치있는 소비 적극
착한가게 물건 적극 구매하며 '돈쭐'
인성나쁜 운동선수·연예인에 싸늘

월급모아 내집마련 불가능한 시대
입시비리·LH 땅투기 등 특혜 분노
주식·가상화폐 투자, 일종의 저항



소비할 때 신념(Meaning)을 적극 드러내는(Coming Out)것을 합쳐서 미닝아웃(MeaningOut)이라 부른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기능, 가격 등만 고려해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이나 오너의 환경, 윤리,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서까지 고려하겠다는 의미기에 소비자의 진화된 소비 행태를 볼 수 있다. 소비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에는 불매하는 태도다. 미닝아웃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이 Core-MZ세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세대가 바로 이들이다.

Core-MZ세대가 지지하는 공정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자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하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잘 안 지켜지던 것이 한국 사회였고 기성세대가 주도하던 사회였다. 이러한 상식이 지켜지도록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Core-MZ세대다.

스포츠계와 연예계 학교폭력 미투가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잘나가던 스포츠 스타, 걸그룹, 배우 등 20대 스타들이 학폭 이슈로 활동을 중단했다. 학폭 문제가 있는 스타를 추락시키는 것도 공정이 된다, 학폭 미투는 주로 2030대 스타가 유독많다. Core-MZ세대가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4월 미혼남녀 각각 25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했다. "연인이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72.6%가 '헤어진다'고 답했다. 남녀로 나눠보면 여성(84.8%)이 남성(69.4%)보다 헤어진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는 Core-MZ세대에게 있어 인성 문제도 공정의 이슈다. 나쁜 인성을 가진 사람이 잘되는 걸 방관하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2030대에겐 기본이 되어가고 있다.

◆윤여정에 열광하는 Core-MZ세대

1947년생 윤여정은 배우인생 55년, 만 74세의 나이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Core-MZ세대는 탈권위적이고 솔직한 윤여정에 열광한다.

"다섯 후보는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자리에 있는 것 같다"(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중)

"오스카를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다. 살던 대로 살 것이다"(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 기자회견)

"미국에서 제안이 오면 한국인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동경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할리우드를 동경하지 않는다. 다만 계속 미국에 오는 이유는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미국에서 살고 있는)아들을 한 번 볼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 NBC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와 생방송 인터뷰 중)

그녀의 수상소감은 물론 각종 매체 인터뷰 내용을 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와 함께 자신에 대한 소신으로 당당하다. 남 눈치 안보고 자기 갈 길 가는 사람의 메시지다. 영화 미나리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어서 Core-MZ세대가 윤여정을 따르는 게 아니다. 윤여정의 어록은 이전부터 회자되고 있었다.

"60세가 되어도 인생은 모른다.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나도 67살은 처음이다. 처음 살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냥 사는 거다"(2013년 tvN 꽃보다 누나에 출연해서 했던 말)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인생은 불공정·불공평이다. 그런데 그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한다. 나는 극복했다"(2017년 tvN에 출연해서 했던 말)

세상에는 잘난 어른이 많다. 하지만 어른다운 어른이 별로 없다. Core-MZ세대가 기대하는 어른의 모습이 바로 윤여정 같은 모습이다.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청년들에게 함부로 조언하고 값싼 위로를 던지는 기성세대에게 실망한 이들이 Core-MZ세대다. 남처럼 사는 게 아니라 나처럼 살라는 것은 Core-MZ세대에게 중요한 화두다. 기성세대 롤 모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지혜가 생기고 실수가 잦아들지만 여전히 처음 살아보는 오늘이니 완벽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메시지를 윤여정도 말하고 있다.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빠진 Core-MZ세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한 사람 중에 20대가 28%, 30대가 26%였다. 신규투자자 중에선 2030대가 54%인데 전체 투자자 중에선 2030대가 31%(20대 8% 30대 23%)다. 특히 빅테크기업에서 출발한 증권사가 신규로 진입하면서 투자자 가운데 2030대 비율이 높아졌다. 카카오페이증권의 2020년 한해 동안 신규 주식계좌는 320만개를 넘었다. 이 중 20대 29%, 30대 29%로 2030대가 58%였다. 올 4월 토스증권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신규 주식 계좌가 200만개를 넘었다. 이 중 2030대가 70%를 차지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 국내 4개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거래를 한 번이라도 한 2030대는 233만여 명이었다. 이들 중 처음 계좌를 개설하고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한 이는 158만여 명이었다.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2030대 10명 중 7명이 올 1분기에 새롭게 진입했다. 심지어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가상화폐 투자 정보를 다루는 코인 게시판이 생겼을 정도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2020년 주식과 코인 투자로 인해 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56% 늘었고 투자 중독으로 도움을 요청한 경우도 71.8%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단연 20대가 두드러지는데 상담 건수가 전년 대비 223% 늘었다.

왜 Core-MZ세대는 이처럼 주식과 가상화폐에 열중할까. '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의 저자인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씨는 희망을 빼앗아 가버린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가 담긴 저항이라고 단언했다. 김씨는 "Core-MZ세대에겐 기성세대의 방식이던 월급모아서 내집 마련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노후를 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나마 최소의 돈으로 큰 돈을 벌어 볼 희망이라도 품어 볼 대상으로 코인 등을 선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출처=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김용섭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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