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6주년 기획]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뉴스다' 시민들이 만드는 지면 '동네뉴스' 지역뉴스의 나아갈 길 제시

  • 박종문
  • |
  • 입력 2021-10-09 21:26  |  수정 2021-10-12 07:54  |  발행일 2021-10-12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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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28일 전국 일간지 최초로 동네기자 기사로 한 면을 채운 '동네늬우스' 1호 지면(위쪽)과 2009년 6월6일 경북 상주 성주산에서 열린 '영남일보 시민기자 및 동네기자 등반대회'에 참가한 배성로 사장을 비롯한 시민기자 및 동네기자들이 성주봉 정상에 오른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영남일보 DB
창간 76주년을 맞은 영남일보는 그동안 지역사회 혁신을 위해 앞장서 왔다. 대구경북 시·도민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76년이라는 짧지 않은 여정에서 늘 언론혁신에 앞장서 왔으며 언론의 지역사회공헌 역할도 충실히 이행해 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동네기자와 시민기자를 통한 지역밀착형 기사발굴은 영남일보가 우리나라 언론사 최초로 도입한 혁신적이 제도이다. 기자들이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 지역민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발품을 판 기사를 시·도민들과 공유하면서 지역 사랑과 지역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언론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영남일보 동네기자제와 시민기자제는 지역 언론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국 일간지 최초 동네기자제도
수도권 일극주의(一克主義)가 가속화 되고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지방신문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수도권 집중은 상대적으로 지방에 대한 침체로 이어지고 있으며,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종이신문의 종말을 예고하는 성급한 전망도 힘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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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김기억 2사회부장이 '2008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동네기자와 시민기자 운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이같은 흐름을 일찌감치 주시한 영남일보는 지역밀착 강화가 지역신문의 미래라는 판단을 내리고 2006년 12월 전국 일간지 최초로 동네기자제를 도입했다.


동네기자는 기자들이 기존 본연의 임무(취재·사진·편집)를 수행하면서 대구지역 8개 구·군의 몇 개 동네를 추가적인 출입처로 해서 취재와 보도를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대구시청 출입기자가 대구 중구에 있는 몇 개 동네에서 일어나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 동네 단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취재·보도하는 것이다.


동네기자제 도입은 당시 자금력을 앞세운 중앙지의 무차별적인 지방공략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취재시스템으로 지역민들에게 영남일보의 가치를 알리고 지방지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한 역사적인 전환점이 됐다. 기자들 또한 낮은 자세로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한 층 성숙한 기자로 발전해 가는 계기가 됐다.


출범 당시 약 20명의 편집국 기자가 동네기자로 활동했으며, 출범 2개월 후인 2007년 2월28일 동네기자들이 만든 지면인 '동네늬우스'가 역사적인 첫 선을 보였다. 친숙하고 촌스러워야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면 헤드를 '동네늬우스'(현재 동네뉴스)로 정했다. 당초 격주 1회 발행하다가 현재는 매주 1회 광고없는 전면 발행으로 확대됐다.

 

편집국 기자가 추가 취재 활동
'동네 늬우스'로 첫 지면 선보여
9개월 후 16명의 시민기자 출범
구석구석 누비며 휴먼스토리 발굴
발품 판 기사 시도민과 공유하며
지역사랑 실천…언론혁신 노력  


◆ 혁신적인 시민기자제도
신문기사는 편집국 기자만이 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무너트린 영남일보 시민기자제는 2007년 9월 도입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터넷 신문 등에서 시민기자제를 도입하고 있었지만 기존 종이 신문사가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한국 언론사에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2007년9월19일 모두 16명의 시민이 제1기 영남일보 시민기자로 출발했다. 이들은 '영남일보 시민기자'라는 명함을 갖고 취재한 기사를 신문 지면에 보도했다. 당시 1기 시민기자들은 주부, NIE강사, 대학 직원, 공무원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2021년 10월 현재 시민기자는 모두 28명으로 구성돼 있다. 15년전 1기부터 최근에 시민기자가 된 신입까지 젊은층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연령대 폭이 넓고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어 취재영역이 매우 넓은 것이 특징이다.


영남일보 시민기자는 지역사회와 지역언론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쌍방향 뉴스 제작 실현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지역 공동체 복원과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상호작용적 공공저널리즘을 구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멘토와 멘티
약 9개월간의 차이를 두고 탄생한 동네기자와 시민기자는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성격을 지닌다. 편집국 기자와 시민기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지역 주민의 휴먼 스토리와 동네뉴스를 취재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역할을 한다.


영남일보는 동네기자와 시민기자 간 역할을 조정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멘토(동네기자)-멘티(시민기자) 관계를 구축했다.


시민기자들은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전문교육기관에서 바람직한 시민기자의 역할, 취재 및 기사작성법 등을 배웠지만 짧은 시간에 취재와 기사작성을 익히기는 어려운만큼 멘토 기자들이 1대 1로 시민기자를 전담해 개인지도 하고 있다. 멘토 동네기자는 취재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취재 대상 섭외, 취재 예의, 취재 기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시민기자에게 도움을 주고 기사가 작성되면 첫 데스킹을 해서 지면에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시민기자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세미나 등을 통해 뉴미디어 등장에 따른 지방신문의 역할 모색, 지역현안 공유, 스마트폰 활용법, 유튜브 제작 기법 등을 주제로 교육과 토론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시민기자와 동네기자들은 또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시민기자들이 멘토기자에게 매번 도움만 받는 것은 아니다. 영남일보가 주도적으로 제기해 성사된 대구공항(K-2공군부대) 이전 문제는 동네기자가 멘티 시민기자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단초가 됐다. 영남일보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K-2이전 문제가 대선공약으로 채택되고, 궁극적으로 지난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입지가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네뉴스면 정착
영남일보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상호작용과 쌍방향성 공론의 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동네기자 및 시민기자제도는 우리나라 언론계 발전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007년 2월 28일 전국 일간지 최초로 동네기자 기사로 한 면을 채운 '동네늬우스' 1호가 선보이후 '동네뉴스'는 지금까지 매주 수요일 어김없이 독자를 찾아가고 있다.


초기 동네기자 기사가 중심을 이루던 동네늬우스 지면은 시민기자가 참여하면서 동네기자와 시민기자가 함께 꾸미는 지면으로 발전했다. 이후 시민기자들의 역량이 좋아지면서 지금은 시민기자들 기사만으로 지면을 구성하고 있다. 매주 광고없는 전면 1면을 발행하는 데 편집국 기자들이 소홀하거나 커버하기 어려운 영역을 잘 매워주고 있다.


동네뉴스면은 시민기자들이 동네와 이웃들의 삶 속으로 취재에 나서면서 독자친화형, 지역밀착형 뉴스 개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신문으로서 지역밀착형 기사 비중을 높이는 데 시민기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5년 이라는 짧지않은 기간 동안 동네뉴스가 자리잡으면서 동네뉴스만의 고정 독자층이 생겨날 정도로 동네뉴스는 영남일보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시민기자들의 역량이 축적되면서 시민기자들의 기사는 이제 동네뉴스면에 한정되지 않는다. 취재역량과 기사작성 솜씨가 일반 기자 못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면서 시민기자의 글이 1면 톱을 장식하고, 시민기자가 찍은 사진이 1면 주요 사진으로 배치되기도 했다. 심도있는 다양한 시민기자의 기사가 한정된 동네뉴스면을 벗어나 주요 지면에 실릴 정도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08년 9월 19일에는 영남일보 '동네기자 및 시민기자 운영'사례가 '2008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으며, 문순덕 시민기자와 조경희 시민기자도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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