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스토킹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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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0   |  발행일 2022-10-10 제23면   |  수정 2022-10-10 06:52

한용운 선생은 시 '인연'에 '가다가 멈추면/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는 것이요/ 뛰다가 전봇대에 기대어 울면/ 오직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뜻이다'란 구절이 나온다. 조지훈 선생은 '사모'에서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이라고 노래했다. 이토록 구구절절 가슴을 후벼 파는 사랑의 시가 있을까. 반세기 전에 느꼈던 그 애틋함이 지금도 되살아난다.

과거엔 한 번 프러포즈해서 안 되면 될 때까지 시도해야만 '사내답다'고 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십벌지목(十伐之木)'. 사랑의 증좌였다. 지금은 스토킹 범죄이다. 헤어진 전 여친이나 짝사랑하던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건이 잦다.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진다. 법원은 스토킹 범죄를 법정최고형으로 다스린다.

북유럽 국가에선 혼전에 평균 10여 명과 교제를 한다. 이혼율도 50%를 넘는다. 백년해로는 드물다. 우리도 이런 풍조를 따라간다. 뒷마무리도 거칠기 짝이 없다. 상대에게 애걸복걸하다가 수틀리면 폭력을 행사한다. 이별할 땐 시쳇말로 '쿨'해야 한다. 상대가 싫다고 하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 더 나가면 지옥문이 기다린다.

시인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이란 시에서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다'고 읊조렸다. 목숨과도 맞바꿀 것 같았던 그 뜨겁던 사랑. 세월이 흐르면 사그라져서 한 줌의 재가 될 뿐이다. '살아보니 영원한 것은 없더라'란 말이 있다. 진작 깨달았더라면.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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