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아베 전 총리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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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1   |  발행일 2022-07-11 제27면   |  수정 2022-07-11 06:46

최근 미항공우주국이 보이저호 전력을 줄이는 셧다운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보이저호를 구동하는 원자력 배터리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이러면 2030년까지 수명 연장이 가능하다. 보이저1호는 현재 지구에서 233억㎞ 떨어진 성간 우주(Interstellar Space)를 날고 있다. 보이저 2호도 195억㎞를 비행 중이다. 보이저 2호가 1977년에 먼저 발사됐다. 이들은 우리 태양계의 신비를 해독했다.

45년간 비행한 거리는 빛의 속도로 22시간가량 걸린다. 통신이 끊기는 8년 후에도 항해는 이어진다. 300년 뒤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혜성의 고향 '오르트 구름' 언저리를 지나며, 1만6천년 후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에 도달한다. 지구의 정보를 담은 황금레코드판을 외계인에게 전하는 게 최종 임무다. 우주에 비하면 인간은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

지난 8일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유세 도중 피격당해 67세로 숨졌다. 최연소 총리로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부흥을 노렸지만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 명문가 출신에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 수장이며, 기시다 총리의 상왕이었다. 3천188일간 재임한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중에 과거사 반성은커녕 사흘이 멀다 하고 위안부·역사 왜곡 관련 망언을 쏟아냈다. 우리 뒷다리를 무는 게 특기였다. 미국엔 귀여운 푸들이었지만.

일본 극우의 상징인 그는 천년을 살 것처럼 거만했다. 보이저호가 창백한 푸른 점(지구)을 향해 "서로 사랑하라"라고 한다. 생전에 이 메시지를 읽었더라면. 개인의 죽음을 희화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굿바이 보이저'.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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