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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논설위원 |
얼마 전 지인이 '송해 선생 뒤를 이을 전국노래자랑 진행자엔 누가 적격일까'라는 즉석 퀴즈를 냈다. 일행이 머뭇거리자 "검사 출신을 앉히면 성공할 거야"라고 했다. 웃고픈 얘기다. 검찰이나 법조인 출신 요직 임명을 빗댔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3개월째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고점에 비해 무려 20%포인트나 하락했다. 30%대도 간당간당하다. 허니문 기간이 맞나 싶을 정도다. 폭망이다. 김건희 여사의 사적 인연들이 각종 행사에 참석했고, 심지어 나토 순방행 비행기도 탔다. 최근엔 대통령실 사적 채용이 불거지고 있다. 또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변양균씨를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위촉했다. 여론 반전을 노린 카드라지만 이해 불가다.
얼마 전 재벌 총수가 죄를 지으면 옥살이 대신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공정과 정의는 멀리 시집보낸 것 같다. 수많은 이슈에 묻혔지만 외교적으로도 큰 실수가 있었다. 나토 순방에 앞서 한 각료는 중국 시장 대신 나토로 영역을 넓히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매를 버는 입방정이다.
대통령 참모들은 국정지지율 하락 원인을 잘 안다. 들이박는 이가 없다. 대통령 심기만 살핀다. 이에 앞서 주변의 말을 경청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직언하라고 해놓고선 싫어하는 내색이면 모두 입 다문다. 노회한 이들인데. 우여곡절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이 없다. 걸핏하면 상대방을 비난하고 전 정권과 비교하는 화법을 쓴다. 국민들로선 듣기 거북하다. 얼마나 딱했던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답에 가까운 해법을 냈다. "정부·여당은 국민의 뜻을 모으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졸지에 집권 여당으로 자리바꿈한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고작 한다는 게 초선끼리 모여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재징계를 하자고 쑥덕거리는 일이다. 한 여성 최고위원은 묻지도 않았는데 주제넘게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요인을 "전 정부 부채 고지서 폭탄 탓"이라고 했다. 내로남불이 습벽이 됐다. 초선 의원 다 합쳐도 대선·지방선거에서 이 대표만큼 공을 세웠는가.
2년 후면 22대 총선이다. 당장 공천 확약만 얻는다면 만사형통이다. '2+4'다. 6년이 그냥 간다. 공천의 키는 차기 당 대표가 쥔다. 혁신과 쇄신은 안중에 없다. 오직 윤핵관에게 잘 보이는 게 관건이다. 걸림돌이 이준석 당 대표였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당을 쇄신하려고 하니 골치 아프다. 그래서 토사구팽시키려고 했다. 그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물이 펄펄 끓는 솥 앞에서 극적으로 살아났다.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는다고 해서 다시금 꼬리를 흔들겠나. 흑화 않게 해달라고 반격했다. 죽을 뻔했던 자가 무슨 짓을 못 하겠나. 능히 윤핵관 관련 비위 정보 아니 더 한 것도 갖고 있을 터이다. 평지풍파는 시간문제다.
국민의힘 윤리위가 이 대표에게 당원 정지 6개월 결정을 내린 것은 성급했다. 기다려야 했다. 개혁을 위한 키를 손에 쥐여줬어야 했다. 혁신과 쇄신을 하려면 현역 의원의 희생이 필요하다. 110석의 제2당인 주제에 모두 꽃길만 걸으려 한다. 22대 총선에서조차 과반 의석확보에 실패한다면 윤 대통령의 성공은 장담하기 힘들다. 본인과 국민에게 불행이다. 비극은 막아야 한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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